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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수필/신작 2015. 7. 10. 01:27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객지친구이자 농업 협업자(?)인 윗마을 OO’. 그는 개인택시 기사 겸 농부인데, 아침저녁으로 자기네 논에 물을 봐달라는 등으로 손전화를 걸어오는 편이다. 나 또한 그에게 자주자주 전화를 거는 편이다. 그때마다 나는 그한테 똑딱선씨, 왠일로?”하는 편이다. 그의 별명이 똑딱선인 셈이다. 그의 손전화 통화대기음은 언제고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으로 시작되기에 나는 그를 그렇게 부른다. 사실 그 노래는 그의 선친 살아생전 애창곡이었다고 들은 바 있다. 게다가 현재 자기 직업인 개인택시와 썩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조금 전에도 그와 통화를 끝냈는데, 이번엔 문득 기차는 8시에 떠나네란 노래가 겹쳐질 게 뭐람? 그 노래는 위 만리포사랑과 달리, 참으로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소개코자 한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aino feygei stis ochto)' 이 노래는 세계 음악계의 거장,그리스의 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가 작곡하였다. 이 음악의 작곡 배경은 당시 나치에 저항한 그리스의 한 젊은 레지스탕스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 전쟁이 끝나도 돌아올 줄 모르는 연인을 카테리니라는 기차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아가씨의 심정을 노래한 곡이다. 연인이 8시에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남자는 아니 오고 아가씨는 홀로, 시간이 되어 여행을 떠났는데... . 사실은 남자도 그 기차역에서 아가씨의 거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 아닌가. 남자는 자신의 사랑보다도 레지스탕스 활동을 통해 조국 독립을 해야겠기에... .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속에 남으리/카테리니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당신은 오지 못하리/비밀을 품은 당신은 영원히 오지 못하리//기차는 멀리 떠나고 역에 홀로 남았네/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남긴 채 앉아만 있네/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정말 슬프디 슬픈 내용임에 틀림없다.

          한편, 나는 요즘 인기가 대단한 진성가수의 안동역에서도 잘 부르는 편이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기적 소리 끊어진 밤에//어차피 지워야 할 사랑은 꿈이었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사람아/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밤이 깊은 안동역에서/기다리는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밤이 깊은 안동역에서//‘

          이 또한 애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네 보편적 정서를 그대로 담은 듯도 하고.

          노래만이 아니다. 내가 기억하며 두어 번씩이나 보았던, 최루성 강한 흑백 영화도 있다. 바로 애수(원제 워털루 브리지’)가 그것이다. 전장에서 잠시 휴가를 나온 장교와 무희(舞姬)의 사랑. 신문 전사자 명단에서 약혼자인 장교 이름을 보게 되자, 웃음을 파는 여자로 전락하고 마는데, 그녀는 워털루 브리지에 곧잘 나간다. 군복을 입고 전장으로 가는 이라면 약혼자를 떠올리며 몸을 허락하고 만다. 그날도 비는 구슬프게 내리고 우산을 쓰고 손님을(?) 맞으러 워털루 브리지에 나가게 되는데, 거기서 전사했다고 오보되었던, 제대하는 약혼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중략) 시어머니가 될 분한테서 전력(前歷)을 의심받는가 하면, 양심의 가책을 받아 더는 이유를 댈 수는 없으나 결혼할 수 없노라고 장차 시댁이 될 고급 저택에서 뛰쳐나가게 되고... . 남자는 뒤늦게서야 그녀가 가 있을 만한 곳을 쫓아가는데... . 비는 그슬피 내리고, 군용트럭의 급브레이크음은 요란하고, 우산은 훽 나자빠져 있고, 선물로 건네줬던 마스코트는 군용트럭 밑에 떨어져 있고, 그녀는 그녀는... 

          이날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나한텐들 위와 유사한 경험들이 왜 없었을라고? 수원, 그곳 공군전투비행장 발칸포 초소에는 육군 이등병이 밤마다, 적게는 하룻밤에 한 차례 1시간 20분씩 보초를 서고 있었다. 철조망 바깥 저 건너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부산행 하행 열차가 창마다 불을 달고 달려가고 있었다. 참말로 그 기차를 타고 달려가고 싶곤 하였다. 그 열차가 끝닿는 부산에는 첫애인이 살고 있었다. ‘구포역 3번 개찰구’, ‘수원역 2번 개찰구등은 우리의 약속장소. 하지만, 하얀 장갑 낀 숙녀의 손 흔듦은 영원하지 못했다. 낯선 전북의 이리역 1번 개찰구. 그곳에는 영원한 문학 동반자이길 서로 바랐던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딸 아이가 하나 있었으며, 남편도 버젓이 살아 있었다. 그녀는 참으로 정열적이었으며 참말로 영민하였다. 그녀의 남편한테서 훔쳐 업고서라도 그 먼 길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탄 기차가 이리역을 떠나 서대전역을 향할 적에 그녀는 마치 달리기라도 하듯 플랫폼을 달려 손을 흔들어댈밖에. 나는 서대전역에서 기차를 바꾸어 타고 대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사정. 그녀는 정말로 슬피 울었다. 진작에 서로 만나지 못했던 걸 매우 슬퍼하였다. 그랬던 그녀를 지금은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으니... . 이밖에도 더러더러 나만의 아쉬운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회갑을 바라보는 이 즈음, 돌이켜보니, 나의 기차와 그녀들의 기차는 시도 때도 없이 떠나기만 한 것 같다. 참말로,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아니었던 거 같다. 기차는 정시에 떠나지도 않았다. 기차는 되고 마고 신명나는 대로 떠났다. 나의 객지 친구 OO’한테도 한숨섞어 그냥 웃자고 말하곤 한다.

          똑딱선씨, 삐딱선씨, 오늘은 몇 시에 떠나는가?”

          그러면 그도 세월에 겨워서인지 재미나게 대꾸하곤 한다.

         윤형, 똑딱선은 정해진 시간이 따로 없어. (자기) 신명나는 대로 뜬다구.”

     

     

    1. '안동역에서 듣기'

    가요무대 진성 - 안동역에서 20141124 KBS

    2.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듣기

    기차는 8시에 떠나네/조수미

    3. 영화 워털루 브리지(애수) 보기

    영화 - <애수 Waterloo Bridge,1940> 한글자막

    4. 본인의 글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읽어보기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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