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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두와 동정
    수필/신작 2017. 11. 5. 06:42

     

      

                               인두와 동정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출근하자,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 전기실 책상 위에 전기인두가 놓여 있다. 맞교대자 00’주임이 몇 차례 벼르더니, 새로 인터넷으로 구매한 모양이다. 나와 달리, 잔재주가 많은 그는 앞으로 웬만한 납땜은 스스로 하리라. 대신, 나는 이 새로 산 전기인두를 들여다보며, 지난날 내 어머니가 저고리에 동정을 달 때에 즐겨 쓰던 그 무쇠인두를 떠올리게 되었으니... .

    참말로, 그것을 인두라고 불렀다. 요즘은 다들 신식복장으로 지내는 등 그 인두를 가까이에서 본 일은 없다. 화롯불에 달구어, ‘인두받침에 비벼 재를 닦아낸 후, 저고리에 시침질하고 풀을 멕인 동정을 문지르면, 그 동정이 빳빳해졌다. 인두는 다리미가 능히 행하지 못하는 옷의 좁은 자리나 모서리 등의 다림질을 잘도 수행했다. 본디는 그렇게 쓰인 인두이지만, 더러는 형벌로도 쓰였다. ‘조선시대 10대 형벌가운데에는 낙형(烙刑)도 있었다는데, 烙刑이 바로 인두로 죄인의 맨살을 지지는 형벌이다. 서양의 경우, 목장주가 소나 양의 몸에다 인두로 지져 이녁 소유물임을 표시한 것은 낙인(烙印)이었던 것이고.

    인두와 동정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 당시 꼬맹이었던 우리는, 어머니의 분부를 받잡고 마을 구판장에 곧잘 달려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동정이 있었다. 남자 저고리용, 여자 저고리용, 남자 두루마기용 등. 사실 그 당시는 어머니가 장날에 동정을 세트로 사다놓고 썼지만, 어쩌다 물건이(?) 떨어지면, 우리한테 그렇게 마을구판장에서 사오라 했을 따름이다.

    과연 그 편리했던 동정이 언제부터 쓰였으며, 또 어떤 곳에 쓰였던가 싶어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더니... .

    ‘[Daum백과] 인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아래와 같이 소상히 적고 있다. 참고적으로, 이는 내가 요즘 즐겨쓰는 꼴라주(collage) 기법의 수필이기도 하다.

     

    <상고시대부터 우리 옷에는 선()이라 하여 깃·도련·소맷부리, 또는 치맛단에 다른 색의 천을 대는 습속이 있었다. 이 선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저고리의 회장(回裝)이나 치마의 스란단 등으로 이어졌다. 동정도 이러한 전통에서 유래된 것이라 생각되며, 고려 공민왕 이전에 직령(直領)의 깃과 더불어 생긴 것으로 추측된다. 동정의 유래에 관한 또 다른 설로는, 명나라가 청나라에 망하자 임진왜란 때 입은 은혜를 생각하고, 이를 슬퍼하는 표지로 달게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믿을만한 것은 못된다. 동정은 조선시대에 들어와 직령은 물론 중국의 복식에서 온 단령(團領원령(圓領)에도 모두 달게 되었다. 위로는 왕의 곤복(袞服강사포(絳紗袍곤룡포(袞龍袍), 왕비의 적의(翟衣) 등에, 아래로는 평민의 각종 포()와 여자 예복 및 저고리 등에 달게 되었다.

    동정은 창호지나 미령지를 심지로 하여 흰 헝겊을 싸서 만든다. 옛날에는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으나, 1950년대 이후부터는 상품화되었다. 길이는 깃의 길이보다 7정도 짧으며, 너비는 깃너비의 3분의 1 정도가 보통인데, 유행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17세기 초까지는 깃너비가 10정도 넓었기 때문에 동정너비도 깃너비의 2분의 1 정도로 넓었는데, 요즈음에는 깃너비가 좁아져서 동정너비도 1가 안 되게 좁아졌다.

    동정을 다는 방법은, 겉섶 머리에서 5정도 떨어진 곳에 동정의 끝이 오도록 하여, 겉깃 안에서

    시친 다음 겉으로 꺾어 넘겨서 동정의 안쪽을 시친다. 동정의 다른 쪽 끝은 안깃 끝에서 3, 4정도 떨어진 곳까지 오도록 한다.

    동정을 달 때에는 저고리를 여며서 동정의 양끝이 어긋나지 않고 꼭 맞도록 한다. 동정은 때가 타기

    쉬운 깃 끝을 보호하며, 또 때가 타도 손쉽게 갈아 달 수가 있어서 세탁하는 노력을 절약해 주는 장점이 있다.>

    (이상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따옴.)

     

    위 사전의 내용을 하나하나 음미하노라니, 신기하고 흥미로운 낱말 등이 눈에 띈다. 그것들마저 차례로 살펴보았다.

    ()’가선(加襈)’의 준말로, 옷의 단()이나 방석·보 등의 가장자리를 싸는 장식을 일컫는 말. 특히, 예복치마의 스란단[膝襴段]’이라고 부른다. 마치 영어권 말인 듯하다.‘스란단이 달린 치마를 난삼(襴衫)’이라 부른다. ‘난삼의 순우리말은 내리닫이옷’. 그 내리닫이옷은 적색에다 봉황문에다 금박을 입힌 게 일반적 특징이라고 한다.

    이제 가만히 생각에 잠겨본다. 인두나 동정은 어느새 한복 전문가들한테만 남은, 일종의 유물 같은 거. 우리는 어느새 간편한 서양식 의복착용에 익숙해 있다. ‘곡선의 아름다움이 한껏 녹아있던 한복을 잠시 생각해본다. 내 어머니와 누이들이 빳빳하게 푸새를 하고 물을 뿜어 다림질을 하고 동정을 달고 인두질을 하던 그 노고도 잠시 떠올려본다.

    나는 그러한 인두질 대신에 전기실 책상 위에 놓인 전기인두로 납땜질이나 이참에 제대로 배워볼까?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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