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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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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60)
    수필/음악 이야기 2018. 11. 21. 07:18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60)

                                     - 사생아로 태어난 자기 이야기 노래한 음악인-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 글을 적기에 앞서,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미리 밝혀둘 게 있다. ‘윤응진 교수(한신대 명예교수)’께서 자신의 블로그,‘푸른 느티나무에 위 음악인과 또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인에 관해 비교적 소상히 적고 있었다. 그분은 양인(兩人) 음악인에 관해서, 거의 논문 수준의 글을 적어 두었다. 해서, 내 이야기는 그분의 글을 바탕으로 펼쳐나가게 될 것이다. 이 또한 영광스런 일이며, 인연이라면 인연일 터.

       위 부제(副題)의 음악인은 사생아로 태어났다.그는 자신의 출생비밀을 담은 곡을 노랫말과 함께 적어 부름으로써,1971산레모 가요제에서 3위를 차지한다. 그 제목과 노랫말은 이러하다.

       제목 :‘ 4 marzo 1943(194334일생)’

       내용 : ‘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가 가난한 바닷가 마을을 할퀴고 지나갈 무렵, 폭풍이 불던 어느날 밤, 난파되어 표류해온 어느 병사. 그 언어도 서로 통하지 않은 외국인과 16세 바닷가 처녀가 사랑을 나눈다. 아마도 그 남자는 체포되어 처형된 듯. 홀로 남은 여인의 뱃속에는 아가가 자라고... . 그녀는 그 아가를 사랑의 결실로 여기며 아가의 탄생을 기다렸다. 어린 나이의 미혼모는 그 아이를 아기 예수라고 불렀다. 그리고 아비도 모르고 자란 그는, 동네사람들과 어울릴 적이면, 자신의 이름을 엄마가 부르던 대로 아기예수라 했다.

       대체, 그가 누구냐고? 바로 루치오 달라(Lucio Dalla,1943~2012, 이탈리아 볼로냐)’. 그는 싱어송라이터 겸 클라리넷 주자 겸 배우였다.

       루치오 달라는 살아생전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된다. 그는 이탈리아의 전설적 테너 1)카루소(Enrico Caruso,1873~1921)’가 요양차 묵었던 소렌토의 그 호텔 그 객실에서 하룻밤 지내게 된다.

       여기서 잠시. 카루소의 생애에 관해서는 1)’에서 보다 상세히 적겠지만, ‘맛뵈기를 하고 넘어가자. 카루소는 자신의 음성을 음반으로 남긴 최초의 음악가다. 그는 당대 최고의 출연료를 받았던 음악인이었다. 1903년 뉴욕 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개관 첫날 밤 <리골레토>로 미국 무대에 데뷔했으며, 이후 17년간 이 극장의 시즌 개시를 맡아 모두 36개의 배역을 노래했다. 그러니 부와 명에는 한껏 거머쥐었으나, 몸을 혹사하여 요양차 자기 고국 이탈리아의 해양도시 솔렌토의 어느 호텔에 머물렀다. 아내와 어린 딸과 함게. 그러다가 48세에 요절했다.

       다시 루치오 달라의 색다른 체험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는 카르소가 가족과 함께 투병하던 그 호텔 그 객실에서 즉흥적으로 산문(散文)을 읊어대기 시작한다. 그게 1986년의 일이다.

         제목 : 카르소

         내용 :

        1)

       불빛 반짝이던 밤마다, 바람 휘몰아치는 이곳

       소렌토만 바라보는 낡은 테라스 위에서

       한 남자가 소녀를 껴안고서 흐느끼네.

       이윽고 그는 목소리 가다듬어 다시 노래 부르기 시작하네.

       (후렴)

       너를 무척 사랑해, 너도 알지? 아주아주 많이, 알고 있지?

       지금 이 사랑의 굴레가 내 몸의 모든 피를 뜨겁게 하는구나. 알고 있니?

       2)

       그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불빛을 보았네. 그때 아메리카의 밤들이 떠올랐네.

       그러나 그건 모두 어선의 등불과 뱃전에 부셔지는 하얀 파도일 뿐.

       그는 음악에서 고통을 느껴 피아노에서 일어섰네.

       그리고 구름 밖으로 나오는 달을 보았을 때,죽음마저도 그에게는 달콤해 보였네.

       그는 소녀의 두 눈을 들여다보았네. 바다 닮은 초록빛 눈들을.

       그리고는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보며, 그는 그 속으로 빨려드는 것처럼 느꼈네.

       (후렴)

       3)

       모든 이야기가 오페라의 힘은,

       약간의 화장과 못짓만으로도 당신을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게 하지.

       하지만 이토록 가까이서 진실하게 당신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그 노랫말을 잊게 하고   생각들도 뒤엉키게 하네.

       그래서 모든 것은 하찮게 되었다네. 아메리카의 밤들도 마찬가지지.

       당신의 인생도 되돌아보면,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같은 것.

       그래, 인생이란 끝이 있는 거야.

       그러나 이제 그는 그것을 더 이상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네.

       오히려 그는 행복을 느끼며 다시 그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네.

       (후렴)

     

       1986,‘루치오 달라는 그 하룻밤 체험을(?) 위와같이 적고 곡을 붙여,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1935~2007,이탈리아)’ 와 협연함으로써 이미 고인이 된 카루소한테 헌정하게 된다. 한편, 파바로티는 그 노래가 수록된 음반이 무려 900만 장 팔려나갈 만큼 유명해졌다.

       이제 새벽닭이 운다. 엄연히 수필작가로, 농부로 돌아올 시간이 된 듯. 하더라도, 이 말만은 보태야겠다. 이 글을 적는 내내 생각한 것이지만, 어느 한 예술가가 또 다른 예술가 등한테 헌정코자 빚어낸 작품이 대성공을 거둔 예가 부지기수다. 내가 즐겨듣는 클래식 음악들 가운데에서 그 예를 찾아본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레자데’, 슈만의 헌정’,호아킨 로드리고의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라벨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그렇다면, 애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런 질문 하나 해보실 만도 하다.

      “윤근택 수필가, 당신께서는 누구한테 헌정키 위해 적은 수필작품이 없소?”

       왜 없겠는가. 사실 나는 편편 글을 적을 때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미지(未知)의 여인께 바치는 심정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나를 수필작가로, 그것도 30여 년 이끌어준 분들은 대개가 여성들이었다. 지금은 저승에 가 계신 내 어머니부터 시작하여 그 많은 여성들.

       끝으로, 나는 이 글마저도 그분들한테 헌정한다.

     

     

     註1)카루소(Enrico Caruso,1873~1921)’

     

      카루소는 자신의 음성을 음반으로 남긴 최초의 음악가로 당대 최고의 출연료를 받는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가수였던 인물이다. 9세에 교구 내 성가대원으로 활동했으나 정식 음악교육은 18세에 굴리엘모 베르지네에게 배우면서 시작되었다. 3년 뒤에 나폴리의 테아트로 누오보에서 모렐리의 <아미코 프란체스코>로 데뷔했고, 4년 뒤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신작 오페라 <페도라>에서 로리스 역을 맡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031123일 뉴욕 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개관 첫날 밤 <리골레토>로 미국 무대에 데뷔했으며, 이후 17년간 이 극장의 시즌 개시를 맡아 모두 36개의 배역을 노래했다. 호소력 있는 테너 음색을 가진 그는 목소리는 특히 저음부에서 풍부하게 울렸고 온화함과 생동감, 부드러움이 넘쳤다. (이상 다음백과에서 그대로 따다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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