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난로 앞에서- 일백 스무 아홉 번째, 일백 서른 번째 이야기-
나무난로 앞에서
- 일백 스무 아홉 번째, 일백 서른 번째 이야기-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129.
신선로(神仙爐) 모양의 무쇠나무난로다.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의 외손주녀석 으뜸이와 노변담화(爐邊談話)는 오늘도 이어진다.
“으뜸아, 이 할애비가 식물의 물관[水管]과 체관[篩管]의 기능에 관해 이미 여러 차례 들려주었다? ‘물의 이동’에 관해서도 몇 차례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물이 지닌 또 다른 성질을 알려주련?”
배움의 자세가 제대로 되어있는 나무난로 맞은편 접의자에 앉은 녀석은 박수를 ‘짝짝’ 친다.
“으뜸아, 술꾼인 이 할애비가 낮 동안 농주(農酒)를 마시고 새벽이면 찬물을 한 두 대접 습관적으로 마시지 않던? 왜 찬물이 그렇게 당기는 걸까? 그렇게 마신 농주는 알콜 농도가 6도인데, 이는 맹물보다 진하지 않니? 그리하여 찬물 즉, 맹물을 마심으로써 그 알콜 농도를 묽게 하고자 하는 생리작용 때문인 걸!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는 그것까지도 사전에 설계해 두셨다?”
여기까지 듣고 있던 녀석이 무척 놀라워한다.
이에, 이 할애비는 곧바로 물이 지닌 ‘삼투현상(滲透現像)’으로 이야기의 고삐를 바투 잡는다.
“으뜸아, 물이 지닌 특성 가운데에는 ‘滲透(삼투)’라는 게 더 있어. 여기서 말하는 ‘滲(삼)-’은 ‘스밈’·‘적심’·‘흐름’·‘배어듦’등을 일컫는다. 특히, 너는‘배어듦’이란 말을 앞으로 잊어서는 아니 돼. ”
그러자 외손주녀석, 으뜸이는 혼잣말을 한다.
‘배어듦이라... 배어듦이라... .’
이 할애비는 녀석한테 다음과 같이 학술적인 풀이를 하여 준다.
<삼투현상이란,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선택적 투과성 막(반투막)을 통한 물의 이동 현상이다. 그 농도가 낮음은 상대적으로 물의 농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므로 물의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을 통해 확산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물이 이동하는 힘을 삼투압이라 하며, 용액의 농도에 따라 비례한다. 즉 물에서 투과성을 가지는 막의 양쪽에 존재하는 용질의 농도차에 의해서 결정된다. 삼투현상의 예는, 식물 뿌리세포와 토양 사이에서 토양 속의 물 농도가 낮으면 물은 뿌리에서 토양으로 이동하게 되어 식물이 시들게 된다.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면 물 농도가 높은 배추에서 소금물 쪽으로 물이 빠져 나오게 되어 배추가 절게 된다.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이 더 심해지는데, 이는 우리 몸 세포 속의 물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세포에서 물이 빠져 나오는 것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물은 쉽게 세포의 원형질막을 통과할 수 있고 이런 물의 확산은 생명체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위 사항이 다소 이해하기 힘들 줄 알았는데, 녀석이 의외의 반응이다.
“한아버지, 방금 ‘반투막’을 이야기해 주었다? 반투막은 ‘다이오드(diode)’같은 거네? 다이오드는, 한 방향으로만 전류를 흐르게 하는 부품이잖아.”
분명코, 이 할애비의 외손주녀석, 으뜸이는 천재다.
“으뜸아, 네 말이 맞아. 사실 ‘반도체’도 생명체의 세포 원형질막 즉 반투막과 통하는 점이 있다? 그건 그렇고... 농사에 삼투압이 실제로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너한테 이참에 일러주어야겠구나. 가끔 네가 바지 지퍼를 내려 그 작고 이쁜 고추를 내어 이 만돌이 농원 둔덕에서 ‘쉬’를 할 적마다 할애비가 말리지 않던? 그러면 네 오줌 즉, 질소비료 내지 요소비료를 직격탄으로 맞은 꽃나무가 말라죽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 이치를 방금 전에 익힌 삼투압현상으로 네가 설명해보련?”
천재인 외손주녀석이 이내 답한다.
“한아버지, 그거야 뻔하지! 꽃나무의 실뿌리에 닿은 으뜸이의 오줌이 질소비료 내지 요소비료인데 그 농도가 진하니까, 농도 묽은 꽃나무 실뿌리 속 물기가 오줌의 농도를 묽게 하려고 일시에 빠져나오기에 꽃나무가 말라죽게 되는 거잖아!”
시쳇말로, 녀석은 도(道)를 터득했으니 이젠 하산하여도 되겠다.
녀석과 함께 물이 지닌 또 다른 성질인 ‘삼투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다시 산골 외딴 농막에는 어둠이 내리고 나무난롯불은 사위어간다.
130.
작물의 발치에 비료를 주는 방법과 엽면시비(葉面施肥)의 필요성과 그 적정한 농도에 관한 노변담화는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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