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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틱 하프(Celtic Harp)’를 떠올림

윤근택 2021. 4. 21. 06:37

‘켈틱 하프(Celtic Harp)’를 떠올림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생활 가운데에서, 문득문득 연상되는 사물이 있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음악’의 애호가이기도 한 나. 나는 삼태기로 부숙퇴비(腐熟堆肥)를, 갓 지은 고추밭 이랑에 골고루 리드미컬하게 뿌리다가 문득 ‘켈틱 하프’를 떠올리게 되었다.

켈틱 하프, ‘켈트족의 하프’라는 뜻이다. ‘아이리시 하프(Irish Harp)’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Irish’란, ‘아일랜드의’를 뜻한다. 켈틱 하프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브르타뉴 등 켈트 문화권의 민속음악에 사용되었기에 그러한 이름을 갖게 된 듯.

내가 좋아하는 켈틱 하프 연주자 가운데에는 ‘로리나 맥케니트(Loreena McKennit,캐나다 출신,싱어 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겸 하피스트)’와 ‘리사 린(Lisa Lynne, 미국 태생, 작곡가 겸 하피스트)’가 있다. 이들 둘은 하프에 푹 빠져 지낸다. 특히 ‘리사 린’은 100만 이상의 하프연주 앨범을 팔아치운(?), 명상적 음악 하피스트다. 한편, 작곡가 가운데서 헨델은 아예 ‘하프협주곡 op.4.No.6.’을 작곡하였으며, 그 음악은 언제 들어도 경쾌하다.

이 글을 적기에 앞서, 사전지식(事前知識)을 챙기고자 살펴본즉, 하프는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에서 최초로 고안되었다고 한다. 수렵시대였던 그때, 사냥할 적에 쓰는 활의 시위를 튕긴 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며, 인류의 악기들 가운데에서 그 기원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이미 위에서 그 발생지가 이집트라고 하였으나, 사실은 그 발생지가 분명치 않으며, 이집트·수메르· 바빌로니아 등지의 부조(浮彫)나 장식에 많이 그려져 있어, 기원전의 모양을 알 수 있다고 전한다. 오늘날 유럽의 하프는 중세 초기에 시리아의 하프가 아일랜드로 건너가 민스트럴(귀족을 섬기는 음악인)에 의해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며, 1430년 무렵에 나타난 고딕하프형이 근대 하프의 기본형이 되었다 한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이쯤에서 궁금한 게 하나 있을 법.

‘농부 겸 수필작가인 윤근택이가 삼태기로 고추이랑에 밑거름을 뿌리다가 느닷없이 켈틱 하프를 떠올리다니?’

바로 그 점이 여타 수필작가들과 내가 다소 다른 점일 터. 나는 하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악기가 우리네가 일상으로 쓰는 도구와 기능면에서 구조면에서 유사성을 지녔음을 깨달았다는 거 아닌가. 하프가 사냥꾼의 활과 활시위를 본따(?) 만들었음을 뒤늦게 오늘에야 알게 되었지마는... 특히, 하프는 언뜻 보면, 내가 쓰는 삼태기와 여러모로 닮았다. 그 모양도 모양이지만, 그 연주기법도(?) 어찌나 닮았는지. 전통적인 삼태기는 그 활이 반 타원형. 본디 삼태기의 그 활꼴 테두리는 제법 활처럼 탄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해야만 양손으로 삼태기의 테를 잡고 오물이거니 벌리거니 리드미컬하게 작동하여 거름 따위를 골고루 온 밭에 흩일 수 있다. 이는 하피스트들이 그 많은 하프의 현(絃)을 양손으로 튕기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또, 하프의 파지법(把指法)과 삼태기의 파지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숫제 포옹(抱擁)이다. 온 몸으로 그것들을 안아야 제대로 연주가 된다. 혼연일체. 내가 종종 사용하게 되는 삼태기의 경우, 양팔과 배꼽부위의 배에다 힘을 주어 껴안아야 제대로 작업이 이뤄진다. 나는 종종 들녘에서 ‘얼치기농부’들을 보게 되는데, 그들은 삼태기를 쓰지 않고서 거름이나 비료를 포대째로 헐어 소복소복 작물의 발치에다 붓곤 한다. 그리하면 아닌 된다. 어디까지나 삼태기작업은 위에서 밝힌 켈틱 하피스트 주자들 둘 못지않게 리드미컬해야 된다는 것을.

모름지기, 농부는 삼태기를 연주하되(?), 저 위에서 소개한 두 세계적인 하피스트 ‘로리나 맥케니트’와 ‘리사 린’ 정도는 되어야 한다. 삼태기뿐만 아니라 ‘키(챙이,치, 칭이)’도 하피스트가 하프를 연주하듯 아름답고 리드미컬하게 연주해야(?) 한다. 그들 양인(兩人)은 이런저런 악기 다 돌다가(?) 끝내는 하프에 미쳐 지낸다지 않던가. 특히, ‘리사 린’은 무려 18년 동안이나 하프에만 매달렸다고 하니... .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온전한 농부가 되자면, ‘리사 린’처럼 18년 이상은 숙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끝으로, 내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께 덤으로 골고루 퍼 날라 드린다.

삼태기는 흙이나 거름 · 곡식 · 쓰레기 따위를 담아 나르는 그릇이다. 싸리 · 대오리 · 칡 줄기 · 짚 등으로 엮어서 만든다. 대개 앞쪽은 밋밋하게 벌어지고, 옆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우긋하게 높아져 담고 들기에 편하다.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재료에 따라 구분하지 않으나, 짚으로 만든 것을 ‘삼태기’, 싸리나 천 줄기로 만든 것을 ‘어렝이’라 구별해 부르는 지방도 있다.

 

작가의 말)

생각은 여러 날 오래도록, 쓰기는 잠시.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님들께서 채워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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