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2) - 여행을 엄청 싫어했던 음악인-
부디, 아름다운 나날!
제 음악 공부는 죽는 그날까지 주욱!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12)
- 여행을 엄청 싫어했던 음악인-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여태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제주도 여행도 해본 적 없다. 살아생전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 그러한데 이 음악 연재물을 적어오다니, 그 많은 음악인들이 어느 곳, 어느 사람을 만나서 그때그때 영감을 얻어, 빼어난 작품을 빚은 예가 많다. 한 녘으로는 부럽고, 또 한 녘으로는 부끄러운 일.
여행을 꺼려하는(?) 게 나만은 아니다. 사실 나야 속된 말로, 돈에 벌벌 떨며 ‘쫀쫀해서’ 이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무슨 이유였는지는 모르나, 여행을 무척 싫어했다. 그는 비행기나 배를 타는 걸 늘 싫어했다. 그런데 그는 미국의 ‘우드로 윌슨(1856~1924, 1913~1921 재임, 미국 제 28대 대통령)’초빙으로, 내키지 않는 여객선 여행을 하게 된다. 그가 적은 오페라 작품인 <Goyescas; 화가인 ‘고야 풍으로’란 뜻임.>을 연주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는 그 오페라 연주를 위해, 성공을 위해 ‘탄식, 마하와 나이팅게일’이란 아리아도 삽입했다. 때는 1916년. 그가 49세 나이일 때. 그의 미국 공연 <고예스카스(Goyescas)> 오페라는 대성공이었다.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적은 그 오페라. 특히, 그 가운데에 삽입된 아리아인, ‘탄식, 마하와 나이팅게일’로 하여 그처럼 대성공. 평소 여행을 그토록 싫어했던 그가 그때만은 귀신에 씌었을까? 자기 고국인 스페인으로 귀환하다가, 영국 해협에서, 제 1차 대전 중인 때에, 그가 탄 여객선은 독일의 어뢰에 맞아 반 토막 되고, 그는 아내와 함께 익사하고 만다. 49세 그 젊은 나이에. 여행을 그토록 기피했던 그가... .
대체, 그가 누구냐고? 그는 스페인이 자랑하는 ‘엔리케 그라나도스(1867~ 1916)’. 그는 그 짧은 생애에, <스페인 무곡>을 12곡이나 작곡했다. 그 가운데에서 제 5번 ‘안달루시아’는 요즘도 애연된다. ‘안달루시아’는 플라멩코의 본거지, 집시 음악의 본거지. ‘사라사테’도,‘파야’도 <스페인 무곡>을 적게 한 그 동네.
더 놀라운 것은, ‘그라다도스’가 자기 조국에서 먼저 살다 간 화가인 ‘고야’의 작품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어, <고예스카스(Goyescas)>란 명작 음악을 빚어내었다는 사실.
요컨대, 예술가한테 영감은 아주 대단한 거. 저기 러시아의 ‘무조르그스키’는 절친했던 화가 겸 건축자였던 ‘빅토르 알렉산드로비치 하르트만’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의 유작 전시회를 둘러보며, <전람회의 그림> 연작 10편을 적었다. ‘모리스 라벨’은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가, 불행했던 황녀 그림을 보고서,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를 적었다. 슈베르트도 마찬가지. 어느 시인의 시를 읽고서, 현악 4중주곡 <죽음과 소녀>를 적었다.
‘그라나도스’에 관해 더 이상 내가 적을 제 뭣 있으리. 그는 자기보다 먼저 살다간 자기 조국 화가인‘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에 흠뻑 취해서, 누드에다 음부에 체모까지 그려진 그 그림에 흠뻑 빠져서,<고예스카스(Goyescas)>란 명작 음악을 빚어내었다. 영감, 영감, 영감.
작가의 말)
‘그라나도스’에 관한 자료는 몇몇 날 꽤나 챙겼으나,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지칠세라, 과감히 생략. 나의 ‘뮤즈’한테도 이 소식 전한다.
‘영감, 영감, 영감.’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