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울보
내 사랑 울보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그는 울보다. 걸핏하면 울어댄다. 어쩌다 내가 문안전화를 하면, 그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아예 ‘엉엉’ 소리를 내면서 울어댄다.
“이 바보 아저씨, 제발 울지마세요. 제가 어찌 할 바를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요?”
그러면 그는 아주 어린아이처럼 보챈다.
“안아주세요. 등 뒤에서 꼭 쓸어안아주세요.”
여태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나이나 적은가. 70을 바라보는 남자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애정결핍? 모성애 그리움?
한 번은 그가 전화상으로 알 듯 말 듯한, 아래와 같은 요지로 알쏭달쏭 말해온 적 있다.
아가가 보채면, 그 엄마는 앞가슴을 헤치고 젖꼭지를 아가한테 물린다. 그러면 아가는, 엄마 냄새에 익숙한 아가는 젖꼭지를 물고 이내 스르르 잠든다. 대부분 남정네들은 그의 자녀들과 남매지간이다. 이번엔 자기 엄마의 젖꼭지가 아닌, 후일 아내가 될 애인의 젖꼭지를 빨아 자기 자녀들을 낳게 되고, 그 아이들은 엄마의 젖꼭지를 빨아 무럭무럭 자라난다.
그는 나폴레옹이 씻지 않은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이상 성적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고도 알려주었다.
한번은 나폴레옹이 달콤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단다. 부하들이 그를 깨우고자 ‘썩은 치즈’를 그의 코에다 갖다 대었다는 거 아닌가. 본디 나폴레옹은 축농증에 걸려 있었다고는 하나, 그것이 애인 ‘조세핀’의 그 냄새인 줄 알았던 그.
“조세핀, 오늘은 곤란해. 내가 너무 피곤하여서 못하겠어.”
사실 조세핀은 부인병인 냉을 앓고 있었다는데... .
나폴레옹이 미친 듯 연애하던 시절. 조세핀한테 보낸 편지 가운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 곧 도착할 테니 씻지 말고 기다리시오.’
울보 아저씨가 나한테 전화상으로 알려준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서양인들은 가스관이나 수도관의 수나사 이음매를 두고, ‘니플(nipple)’이라고 부른다. 니플은 젖꼭지를 이르는 말. 그들은 아마도 젖꼭지처럼 생겨먹은 그 부품을 망실(忘失))하지 않으려 그렇게 불러오는 모양.
내 사랑 울보. 그는 한 번도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나한테서 모성애를 느끼고 있는 걸까? ‘설마 그가 내 남편과 내 아들딸과 남매지간이 되고자 하는 건 아닐 테지?’
시도 때도 없이 온갖 채소류 따위를 택배로 선물해 오는 그. 나는 여태 답례품을 그에게 부친 바 없다. 고작 택배 선물을 받은 이후 고맙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해 왔을 뿐.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