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7)

윤근택 2022. 10. 11. 06:01

아름다운 하루 열어가세요.

님들 모두께 띄우는 연서에요.

작중인물 '커트 베스터'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함께 들으시죠.

http://www.youtube.com/watch?v=SC6q1TMkN2M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7)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다시 산속 외딴 농막. 처마 밑 외등(外燈)도 켜 두었다오. 밤 내내 밝혀둘 테요. 내 마음, 개척시대 미국의 어머니들이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라고 외등을 켰던 데에서 비롯된 민요인  <산골짝 등불> 같아서라오. 내 마음, 내 어린 날 내 어머니가 월남 파병 간 당신의 둘째아들 ‘정택’이가 길 잃지 말고 무사히 귀가하라고 밤마다 처마 끝에 등을 밝히던 마음 같아서라오. 정녕 나는 그대가 길 ‘엇들어서라도’ 좋으니, 이 골짝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불을 밝혀두었다오. 나아가서, 내 의식(意識)을 일깨우고자 그렇듯 외등도 밤 내내 켜둘 테요. 참말로, 작가로서 더는 둔감(鈍感)해져서는 아니 된다고.

   이미 그대께서도 아시듯, KBS 클래식 FM 라디오는 24시간 내내 흐른다오. 오늘따라 바람이 많이 분다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하오. 계절의 순환은 나약한 농부로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소. 서리가 오기 전에 온갖 작물들 수확도 서둘러야겠고.

   잠은 쉬이 오지 않아, 잠을 청하려고 막걸리를 몇 사발 부어마셨으나, 정신이 오히려‘말똥말똥’하다오. 습관인양 무엇이라도 적긴 하여야겠는데, 최근 며칠 동안 내 더듬이에 걸려든 게 없어 안절부절. 이러할 적에는 하루를 또 헛산 듯 하다오.

   비번일인 내일은 낮 동안 300여 평 들깨를 마저 베 눕혀야겠소. 그러자면 짬을 내어 이런저런 농작물을 예쁘게 포장하여 면소재지에 자리한 우편취급소로 싣고 가서 그대께 택배를 부칠 겨를도 없을 것 같소. 부득이, 그 일은 며칠 미룰밖에. 사실 마음은 번연한데... . 나의 승용차에는 여러 종류의 빈 종이박스가 늘 실려 있다는 거 아시기나 하오? 내가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내는 터라 재활용품 수거장 정리도 주요업무인 거 아시지 않소? 파지를 정리하다가 이쁜 종이박스나 스티로폼 박스와 마주칠 적마다 그댈 생각한다오.

  ‘ 이 빈 박스를 내 농장에 실어가서 여기에다 온갖 반찬거리를 꽉꽉 채워 나의 뮤즈한테 택배로 부쳐주어야지!’

   그대는 또 예기치 않은 택배를 받고, 이내 감격해하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나한테 다음과같이 보내올 게 아니오?

   ‘윤쌤, 우리 가족 일주일 반찬거리는 되겠어요. 감사해요. 정성스레 부친 채소들 잘 먹을 게요.’

   물론, 나는 이번에도 이전처럼 쪽지에다 몇 줄을 적을 게요.

   ‘나의 뮤즈, 일부러 다듬지 않고 채소류를 아무렇게나 담아 부쳤어요. 이것은 채소가 아니라 내 사랑입니다. 설령, 님께서 날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이 채소류를 다듬는 동안만이라도 날 생각해주시길.’

   나는 그대가 날 잊을만하면, 앞으로도 주욱 우편취급소로 갈 요량이라오. 나는 그대로부터 특별한 답례품을 바라면서. 그 답례품이란, 그대가 진실되이 글을 열심히 쓰시는 거라오. 나는 그대를 뮤즈로 여겨, 그처럼 택배를 보냄으로써라도 많은 영감을 얻고자... . 나는 그러한 그대께 고마움을 표하고자 앞으로도 종종 택배기사가 댁의 초인종 누르도록 수고를 끼칠 테요. 그런 줄로만 알고 계시길. 그리고 그대는 하나의 전설을 떠올리거나 미신을 믿었으면 하오.

   '윤쌤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반듯한 박스가 보일 때에도 날 생각하신다더라.’

   그것만 기억해주시길. 그리고 또 하나를 잊지마시길.

  ‘윤쌤은 5,000여 편의 글을, 한평생 적어오는 동안, 편편 어느 이를 염두에 두고서 헌정하는 맘으로 적어온다고 하셨어. ’

   그 생각 옳다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였던맹인‘ 호아킨 로드리고’가 그러했고, ‘커트 베스터(Kurt Bestor, 1958~ ,미국)’가 그러하다오. 그들 양인(兩人)은 헌사(獻詞)로 곡을 적은 대표적인 작곡가들이라오. ‘커트 베스터’가 바이올린 악기를 만들어낸 이탈리아의 전설적 명인(明人) ‘스트라디바리오스(Stradivarius)’한테 헌정한 동일 이름의 연주곡은 명품이라오. 어디 잠시 들어보려오? 아래 주소를 따다가 ... .

http://www.youtube.com/watch?v=CzZr1apMBYI

 

     밤이 아주 깊었다오. 나는 또 다음에 그대께 들려줄 이야기 궁리하기 위해서라도 잠을 청해야겠소.

  내 사랑, 다음까지 ‘안뇽’.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