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겨울밤의 우화(偶話) (10) - 인조숫돌과 싸리비-

윤근택 2022. 10. 25. 00:29

실로, 저는 대한민국 '아파트 경비원의 레전드'입니다.

며칠 후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으로 옮겨갈 겁니다.

10여 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내오면서, 

그 동안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왔기에요.

그리고 이 분야에 신규취업도 많이 도와주어,

나름대로 '선'을 쌓아왔어요.

박수 바랍니다.

"우리 옌볜(연변)에서는 경비원 제복을 20번 정도 갈아 입어야,

경비원 쪼끔(조금) 했구나 합니다."

이는 개그맨 강성범의 개그 멘트 패러디.

사실 저는 16회째 경비복 갈아입게 되어요.

다들 저를 축복해주세요.

그리고 이러한 '압축된' 글은 또 어떠세요?

아름다운 꿈들 꾸세요.

 

 

                                                                겨울밤의 우화(偶話) (10)

                                                                       - 인조숫돌과 싸리비-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농부네 농장에는 여러 종류의 ‘숫돌’과 여러 재질로 만든 빗자루가 모여 산다. 농부는 그 녀석들 가운데에서 매번 손에 익은,  취향에 맞는 숫돌과 싸리비만 부린다.

    오늘 낮 동안 그 인조숫돌과 그 싸리비가 입을 맞춘 듯 농부를 흘깃 쳐다보며, ‘비쭉비쭉’불평을 해댔다.

    “농부님은 그 많은 녀석들은 다 놀려두고, 하필이면 우리 둘만 고생시킨단 말이야. 이 꼴이 대체 뭐람? 온몸이 다 닳을 지경이지 않아? 애먼 놈 고생시켜도 유분수지... .”

   이에, 농부는 애써 못 들은 척한다.

    ‘숫돌’은 자기 조상들 내력부터 줄줄 싸리비한테 들려준다.

    “있지, 우리 조상은 선사시대부터 인간들한테 부림을 당해왔대. 화성암(火成巖)도 아닌, 변성암(變成巖)도 아닌 수성암(水成巖)이 본디 우리네 숫돌의 조상. 수성암이란, 장구(長久)한 세월 동안 흙알갱이들이 물에 침전되고 퇴적되어 만들어진 돌. 그 기구한 인고(忍苦)의 세월만 하여도 가상하거늘... .선사시대부터 저 농부네 조상인 인간들이 용케도, 여러 연장을 가는[練磨] 데에는 최고 가문의 돌임을 알고서, 우리네 조상들을 절편처럼 잘라다 써왔대. 사실 나는 내 조상들과 달리, 수성암 원석(原石)은 아니야. 나의 정체성은, 인간들이 그 원석을 돌알갱이가 되도록 바수어, 접착제로 재합성한 인조숫돌이며, ‘중숫돌’과 ‘마무리숫돌’이 이렇게 맞붙어 한 몸체가 되어 있지 않니? 20여 년 저 농부님이 나만 골라 부려 와서, 내 몸이 이처럼 다 닳아빠진 걸. 내 몰골이 대체 이게 뭐니?”

     고개를 끄덕대며 듣고 있던 싸리비 년. 그 년도 기다렸다는 듯 불평을 쏟아낸다.

     “내 꼴은 또 어떠하니? 저 농부님한테는 수수빗자루도 있고, 대나무빗자루도 있고, 비닐빗자루도 있건만, 늘 나만 골탕먹이고 있지 않겠니? 종을 부리듯 하고 있지 않겠니? 내 몸이 다 닳아감에도... . 내 양 발목을 꼬아, 족쇄인양 칡줄로 채우고, 허리께에도 숨통 막힐 지경으로 칡줄로 허리띠를 조여매고서... .”

     연놈들 불평을 더는 듣고 넘어갈 수 없다고 여긴 농부. 고함을 버럭 치게 된다.

     “이것들아, 느그만(너희만) 닳은 줄 아느냐? 느그들과 함께 한 그 시간들. 내 청춘도 다 닳았다는 거 몰라? 내 목숨의 길이도 그만치 닳았다는 거 몰라? 나는 느그들 그 마음 알기에, 낫이나 칼을 갈기에 앞서, 니 놈 ‘숫돌’인지 ‘암돌’인지 ‘숫색시’인지한테는 쉬이 닳지 말라고 물에다 담가주었다. 알기나 해? 연마숫돌인 니 놈한테는 정말로 그렇게 하여 왔다. 그 돌 알갱이 틈틈 물방울이 ‘뽀록뽀록’ 일도록 물이 쓰며들게 한 다음 니를 부려 써 왔다. 그리고 니 년 싸리비, 니 년도 쉬이 닳을세라, 물에 담그어 그 몸이 유들유들해진 다음 니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음을 정녕 모른단 말이냐? 그러면 니 숨결이 덜 거칠어질 것 같아서... . ”

     농부는 연놈한테 알 듯 말 듯 푸념을 한다.

     “나의 목숨도 니네들처럼 닳을 대로 닳았다.지문(指紋)도 닳아, 아파트 경비원 출퇴근 인식도 제대로 아니 되어, 엄지손가락에 침 묻혀 대곤 한단다. 닳는 게 우리네 삶이야. 닳는 게 우리네 목숨줄이야. 숙명이야. ”

 

 

  작가의 말)

 

   30년 넘게 글을 써오다보니, 이젠 주절주절 적는 것도 지쳤다. 독자님들께서는 어련히 채워서 읽으실 테니. 해서, 돌고돌아 끝내는 내가‘미니멀리즘 수필’에까지 닿았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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