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콩 타작을 하며(2)

윤근택 2022. 11. 16. 17:56

 

 

 

아름다운 저녁!

하여간, 윤근택 수필작가는  잘도 꿰다 맞추는 것 같지 않습니까?

잠시잠깐 적었습니다.

오늘 새로이 새기는 격언.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콩 타작을 하며(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 글은 ‘콩 타작을 하며(1)’에 이어지는 글이다. 전편(前篇)의 아랫부분은 ‘콩과식물의 이점’을 1,2까지 적고 있다.

    콩과식물의 이점

     3. 두유(豆乳)를 생산한다

    콩 타작을 하다가 허기를 가시려고 농주(農酒)인 막걸리를 두어 사발 따라 마셨지만, 그래도 양이 차지 않아 농막에 다녀왔다. 아내가 신신당부하며 사다놓은 두유(豆乳)가 생각났기에.

    “여보, 본디 두유는 영양가가 높다고 하지 않던가요? 고단백질! 그 색깔도 당신이 늘 즐겨 마시는 막걸리의 색깔과 비슷하니... .”

    들고 온 두유의 팩에다 빨대를 꽂고, ‘후르륵’소리를 내며 빨아 마신다. 참말로, 우유다. 밭에서 나는 우유다. 작업복 상의에 몇 방울 떨어진 두유를 내려다보는 순간, 우리네 인간들 못지않게 두유를 즐기는 녀석들을 떠올릴 줄이야! 바로 ‘노린재’라는 해충. 녀석들은 우리네 인간들 이상으로 두유를 좋아한다. 가운뎃다리와 뒷다리 사이에서 노린내를 풍겨내기에 ‘노린재’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벌처럼 생겨먹었다. 녀석들은 콩이 꼬투리를 맺고 막 콩알을 키울 무렵 그 즙액을 빨아먹고, 끝내는 쭉정이 콩꼬투리를 만들고 만다. 사실 내 어릴 적에는 노린재의 피해가 크지 않았다. 아니, 노린재라는 해충의 이름도 몰랐다. 해서, 내 양친은 콩밭에만은 농약을 아니 쳤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노린재들은 첫 모유를, 첫 두유를 빼앗아가는 악독한 녀석들이다. 때맞추어 농약을 아니 치면, 그해 콩 농사는 망치기 십상이다. 콩 농사는 노린재와 전쟁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4. 콩과식물은 그 꼬투리 안에 여러 형제가 산다

    내가 지금 타작하는 콩의 꼬투리 안에는 적게는 둘, 많게는 넷. 형제가 가지런히 들어차 있다. 거의 외동이 없는 게 콩과식물 열매의 특징이다. 이 콩 타작에 이어 타작할 팥의 꼬투리 안에는 열 형제 정도가 들어차 있다. 콩과식물의 그 다산성(多産性)을 생각하자니, 내 양친 슬하의 열 남매 가운데에서 아홉 번째로 태어난 나보다는 다소 부족하지만... .

문득, 콩 꼬투리 안에 나란히 들어선 콩알 삼형제를 보다가 그들 삼형제가 오버랩될 줄이야! 곧바로, 편의상 내가 2017.10.27.에 나의 블로그에 올려둔 ‘칠보시(七步詩)’란 수필작품 일부를 베껴다 붙이려 한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내 안일함에(?) 관해 양해를 구하면서.

 

    <(상략)인터넷에서‘콩가루 집안’을 검색하다가, 이번에는 아주 귀중한 자료를 가외(加外)로 얻게 되었는데... . 바로 중국의 조조(曹操) 집안의 이야기. 조조와 그의 아들들도 빼어난 시인(詩人)이었단다. 조조(曹操)가 죽자, 아들 조비(曹丕)가 왕위를 물려받았다. 이에 두 동생 조창(曹彰)과 조식(曺植, 192~232)이 불만을 품고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치 않았다. 후환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한 조비. 그는 사마의(중달)와 상의하여, 군사를 거느리고 있는 조창은 중달이 나서서 말로 굴복시키고, 조식은 궁으로 잡아들이라고 명한다. 군사들이 들이닥치자, 마침 문우(文友)들과 어울려 놀던 조식은, 가면 죽는다며 말리는 문우들을 향해 말한다.

   “인생은 하루 더 살아도 아쉽고, 하루 덜 살아도 충분하다.”

    그는 순순히 군사들을 따라 나선다.

    조비는 조식을 불러다 놓고 윽박지른다.

    “ 네가 요즘 3푼어치 알량한 재주로 시인 흉내를 내면서 똑똑한 척 세상을 어지럽힌다 하니, 세상민심이 흉흉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늘 내가 시제(詩題)를 내어 네 재주를 시험하여 마땅히 그 죄를 묻되, 내가 일곱 발자국을 걷는 동안 시를 다 지으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민심을 어지럽힌 죄로 크게 다스리리라.”

시제는 ‘형제’로 하되, 그 시에 ‘형제’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인다.

    조식이 그리하겠노라 하자, 옆에 있던 한 신하가 “일보, 이보, 삼보 ... ” 세기 시작했다. 여섯 보를 세고 나자 조식이 입을 열었다. 모두 긴장했다. 그 때 읊은 시가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다.

 

 

   煮豆燃豆箕(자두연두기) / 콩을 삶는데 콩대를 때니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 솥 안에 있는 콩이 눈물을 흘리네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 어찌 이리도 급히 삶아대는가?

 

   낭송이 끝나자, 만조백관이 울음을 터뜨렸고, 황제 조비도 큰 깨달음을 얻고, 차마 동생을 죽일 수가 없어서 먼 남만(현재 베트남지역)으로 귀양을 보내게 되었단다.

   사실 조식은 조숙했고, 문재(文才)가 있었다. 어린 나이로 조조의 사랑을 받아 황태자로 올리려 했지만, 성격대로 행동하여 총애를 잃고 말았다. 그는 시문에 능하여 아버지 조조, 형 조비와 함께 ‘삼조(三曹)’로 불리며, 삼부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두보(杜甫) 이전의 시성(詩聖)으로 불리기도 한다는 거 아닌가. 셈을 해본즉, 그는 나이 마흔에 요절한 시인이다.(하략)>

 

    내가 지금 타작하는 콩들도 그 꼬투리마다 대체로 삼형제가 나란히 들어있는데, 솔직히 나는 그 서열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동시에 맺혀진 콩알 같기만 한데, 적장자(嫡長子) 여부를 따진다는 것도 웃기는 논리. 사실 지금에 이르러 이 이야기는 다소 조심스럽지만, 살아생전 내 양친은 지금은 고인(古人)이 된 나의 백씨(伯氏)한테 유산(遺産) 등 편애를 하였던 점 적지 않다. 내가 지금은 도리깨질을 잠시 쉬며 농주를 마시고는 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도리깨질을 할 때에‘가빠’에서 가급적 멀리 달아나려고 ‘콩!콩!’ 튀던 콩알들도 조조(曹操)의 둘째아들 조창(曹彰)과 셋째아들 조식(曺植)의 심정은 아니었을까 하고서. 그 콩알 녀석들은 화(禍)를 면해, 새로운 곳에 터전을 잡고 분파(分派)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서. 어쨌든, 콩 꼬투리 안에는 여러 형제가 한 이불을 덮고 자랐다. 내 중씨(仲氏)의 평소 말대로, (엄마의) 같은 젖꼭지 빨고 자랐다.

 

  (다음 호 계속)

 

 

 

작가의 말)

이 글도 여느 나의 작품들처럼 수편의 연작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글의 길이에 너무 지친다는 나의 뮤즈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그리고 내가 새롭게 얻은 뮤즈께서는, 절제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이 글 맘에 아니 들면, 개작(改作)하여 본인의 작품으로 발표하여도 좋겠습니다. 이젠 내 곳간의 쇳대(열쇠)마저도 그대께 맡기고픈 걸요. 그대가 이 대한민국 최고의 수필작가가 되길 바라면서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