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에서(17)
고추밭에서(17)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홍고추따기는 계절적으로 한여름과 겹쳐, 더위에 곤혹스럽기도 하고, 허리를 굽혀서 작업을 해야 하는 등 힘들다. 게다가, 나한테는 말벗 되어줄 이도 곁에 없으니. 그래서 나는 이런저런 고전적인(?) 음담패설 등을 떠올리며 지루함을 달래는 편이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하마하마나 조마조마해 하리라.
‘윤 수필작가가 이번에는 또 어떤 아슬아슬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곧바로 이야기 들어간다. 성인유머다.
‘여자와 무의 공통점은?’
첫째, 여자와 무는 고추(고춧가루)와 섞어 버무려야 맛있다. 둘째, 바람 들면 못 쓴다. 다들 그 뜻을 음미하시길.
또 다른 성인유머.
어느 관광버스기사와 어느 개인택시기사는 아주 친한 사이. 개인택시기사가 운행 중에 관광버스기사한테 휴대전화를 건다.
“어이, 김 기사, 자네는 지금?”
그러자 관광버스기사가 답한다.
“나는 지금 고추 포대와 무와 배추를 잔뜩 싣고 해운대로 가고 있다네.”
그는 중년남녀들이 섞인 이른바 ‘묻지마 관광’ 운행 중임을 그렇게 말한 것이다.
관광버스기사도 이에 질세라, 개인택시기사한테 어디 가느냐고 묻게 된다.
“나는 지금 19공탄 연탄 한 장 싣고 구미공단으로 가고 있어.”
개인택시기사가 구미공단 입구에 차를 세웠을 때 아주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손가락을 펴서 흑인 승객한테 장거리운행 요금이 50,000원임을 보이자, 그 승객이 달랑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주며 361원을 거슬러달라고 하였다.
“당신, 아까 누구랑 통화하면서 19공탄 한 장을 싣고 간다고 하지 않았어? 2022년 12월 현재 19공탄 공장도 가격이 장당 639원이거든.”
대신, 그날 해운대에 도착한 관광버스기사는 개인택시기사와 달리, 봉변을 당하지는 않았을 듯. 왜? 이미 관광차 안에서 남녀 손님들은 들떠서 시시덕대느라 운전기사의 통화 목소리를 못 들었을 것이고, 이미 선불로 전세금도 받아 챙겼을 터이니.
시치미 뚝 떼고... . 나는 ‘고추따기’에나 열중할 일이다. 때를 놓치면, 홍고추는 짓물러 터져서 못 쓰니까. 짓물러 터지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은 희나리(히아리) 즉, ‘해골초(骸骨椒)’가 되어버리니까. 사실 세상의 농부아내들은 이 이치를 너무도 잘 안다.
작가의 말)
나는 위 마지막 단락 문두(文頭),‘시치미 뚝 떼고... .’에 뭔가를 숨겨두었다.
투병 중인 나의 뮤즈가 이 글을 읽으면서라도 잠시 웃음을 띠기를.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