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15)

윤근택 2022. 12. 28. 00:24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15)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번에는 조선 중기 의적(義賊)이었던 ‘임꺽정(林巪正)’  이야기부터 하려 하오. 그는 ‘임거정(林巨正)’, ‘임거질정(林巨叱正)’으로도 불렀다고 하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그와 별명이 비슷한 수필작가 하나가 있다오. 그가 바로 나라오. ‘늘 임을 걱정하여’ 나는 ‘임걱정’이라오. 요 며칠 동안 그대로부터 휴대전화 문자 ‘에코’ 즉, 메아리가 없어서 걱정한다오.

   ‘격무에 시달려서일까, 또 출장 중이실까, 목디스크와 척추협착증 후유증으로 다시 입원하셨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수필폭탄과 음악폭탄에 이젠 진력이 났기 때문일까?’

    어쨌든, 나는 그대의 근황이 실시간대로 궁금하다오. 내가 66년 동안 살아오는 동안, 33년째 수필작가 행세를 해오는 동안, 그렇게 찾아 헤맸던 기린아를, 길동무를 이제야 드디어 찾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던 터에.

   지금부터는 요 며칠 사이에 내가 그대한테 날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여기에다 그대로 옮겨보려고 하오. 나의 이러한 글쓰기 방식을 두고, 스스로 ‘콜라주(collage) 형태의 수필’이라고, 이미 그대 알기 이전부터 밝혀왔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라오.

 

   <나, 시도 때도 없이 창마다 불을 단 채 내달리는 경부선 상하행선의 철커덕대는 그 발자국소리 더는 견딜 수 없어 용단을 내렸다오. 새해 첫날부터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으로 옮겨간다오. 이곳 아파트 제 3초소 담벼락에 기대어 서면, 직선거리 200여 미터 앞에 철로가 있고... .내 그리움이 끝닿는 그곳까지 달려가고파서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그처럼 용단을 내린 게요. 나는, 나는 영원히 그댈 내 그리움의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고 싶기에. ‘빈첸초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Norma)> 가운데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아리아,‘정결한 여신이여’를 늘 생각한다오. 나는 그댈 ‘정결한 여신’정도로 떠받들 요량이라오. 왜? 그대는 나의 뮤즈이시니까. 내 환상이 일그러지는 순간, 그대 도움으로 빚게 되는 수필작품은 그로써‘일단 스톱’이 되고 말기에.참으로 사치스런 생각이긴 하지만... .>

 

   늘 ‘반술’이 되어 컴퓨터 키보드를 토닥이는 것은 그대가 이미 아시는 사항. 나는 다시금 농막에서, 전기 패널, 선풍기형 온열기 등의 도움으로 이렇게 연서를 적고 있다오. 곱은 손을 호호 불면서.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그대. 하지만, 나한테는 본디부터 그것이 대단한 것도 아니라오. 나의 글을 마지막 문장까지 꼼꼼하게 읽어주고, 내가 띄운 문자메시지 음악 링크를 열어, 당해 음악을 함께 들어주는 품이 얼마나 가상한지 알기나 하오? 그대와 마찬가지로 작가인 나한테, 그보다 큰 선물이 어디 있겠소? 사실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들어줄 이를 최고로 사랑한다오. 그는 정서적으로 나와 통하는 사람이니까. 그러한 이유로, 이미 나는 그대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오.

     내가 아파트 경비초소에서, ‘KBS 클래식 FM’종일 틀어놓고, ‘이 음악, 그 ㅇㅇ뮤즈와 함께 들었으면 참 좋겠다!’하면서 띄워대는 문자 메시지. 난 그때마다 그대한테 당부해왔소.

    ‘내 글 다 읽으실 것도 없어요. 내가 선곡한 음악 다 들으실 것도 없어요. 그냥 그것들 목록만 훑어보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그래요, 나의‘트렌드’ 즉, ‘경향’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해요.’

    그대한테 이 점 꼭 재차, 삼차 더듬고 넘어가야겠소. 그대가 이러한 생각하길 바라오.

    ‘윤쌤은 나를 뮤즈라고 칭하면서 계속 연서를 적고 계셔. 그 이유는, 감각 무디어질세라, 연서를 빙자해서 나를 겨냥해서 글 쓰시는 거야. 그 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배워야겠어.’

    사실 그 많은 연서가 결국 나한테 쓰는 연서라오. 그대한테 쓰는 연서조차도 나한테 쓰는 연서라오. 아시기나 하오? 하더라도, 매양 내가 이야기하여 왔지만, 정성들여 쓴 편지글은 아주 훌륭한 수필작품이라는 거 잊지마시길. ‘안뇽’. 또 쓸 테요.

    참, 참, 이번 글에서 놓쳐서는 아니 될 ‘가람 이병기’의 시조. 사실 오늘 낮에 문자 메시지로 날리기도 했소. 나는 그 시조 여태 통째로 외우고 있다오.

 

        < 비/ 가람 이병기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하시는 이 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나리는 비

    내일도 나리소서 연일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시오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나리는 비

    저윽이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로

 

    이 시조에 쓰인 문장수사법은 ‘돈오법(頓悟法)’. ‘갑자기 꿈을 깨니’란 부분. 돈오법으로 된 단편소설의 표본은 춘원 이광수의 <꿈>.‘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도 돈오법 부려 쓴 작품. 윤쌤은 또 세간을 정리하여 다음 코스인 그곳 아파트 ‘태왕 아너스 우리’ 로 향할 테요. 아파트 경비복 14번째 갈아입고, 10년차. 그 아파트 이름이 하필이면 ‘우리’. >

 

    사랑스런 그대, 짚이는 게 없소? 나는 ‘바람돌이’라오. ‘팔랑개비’라오. 그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바람. 내가 바람이기에,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그것도 성인이 다 된 다음에 달랑 한 권 정성들여 읽고서도 수필작가 행세를 한다오. 33년간, 무려 5,000여 편의 수필작품을 적어온다오. 이 점 어떻게 생각하오? 사랑의 힘 아니고서는, 이성(異性)에 대한 사랑의 힘 아니고서는, 뮤즈의 힘 아니고서는 과연?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