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음악 이야기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26) -책상 맡에 앉아 전 세계로 음악여행을 한 이-

윤근택 2023. 1. 19. 19:35

하여간, 끊임없는 공부만이 제 몫이에요.

반술이 되어서라도( 낮술 막걸리 세 병),

저는 글을 쓸밖에요.

제 사랑하는 님들한테 건강 걱정 끼쳐 죄송해요.

하지만, 저 아직 팔팔해요.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26)

                                       - 책상 맡에 앉아 전 세계로 음악여행을 한 이-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그를 두고, 위 부제로 삼은 대로 ‘책상 맡에 앉아 전 세계로 음악여행을 한 이(Musical armchair traveller)’로 부르기도 한다.

    내 애독자들께서야 애가 타든 말든 잠시 뜸들이기. 대신, 엉뚱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스와니강(Swanee River)>은 미국의 작곡가 ‘스티븐 포스터(Stephen C.Foster,1826~1864)’가 25세에 작사, 작곡한 미국의 대표적인 민요다. 고향을 떠나 고생하던 한 흑인이 스와니강과 고향을 한탄하며 그리워하는 내용의 노래. 원제목은 ‘Old Folks at Home(고향 사람들)’이다. 스와니강(Swanee River)은 플로리다를 상징하는 긴 강의 이름이자, 플로리다 주(州)를 대표하는 주가(州歌) 이기도 하다. 그는 작사, 작곡을 순식간에 끝낸 다음, 노랫말에 적당한 지역 이름을 붙이지 못하자, 자기 형과 함께 지도책을 펼쳐, 그야말로 ‘찍어붙인’ 이름이 스와니강.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1564~1616)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작품이다. 17세의 ‘펠릭 멘델스존(1809~1847)’은, 자기보다 4살 더 많은 누이, ‘파니 멘델스존’과 함께 여름날 밤 그 작품을 읽다가 영감을 얻어, 그 작품이 보여주는 환상에 사로잡혀 피아노곡 ‘서곡’을 만들었다. 결혼행진곡에 종종 쓰이는, 그 ‘딴따다단... .’.

   ‘<울릉도>’라는 명시(名詩)는 유치환(柳致環, 1908~1967(향년 59세)이 지었다. 그러나 그는 울릉도에 가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그 시를 지었다.

   <잉카의 석공>을 비롯한 많은 ‘외국 기행수필’ 적은 수필작가 윤근택은 해외여행이라고는 해본 적 없다.

    이제 내 이야기는 ‘스코틀랜드’로 더욱 좁혀간다.

    스물 안팎이었던 ‘펠릭 멘델스존’, 그는 스코틀랜드로 음악여행을 떠나서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비극이 머문 ‘홀리우드성((城)’을 관람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교향곡 제 3번 <스코틀랜드>을 적었다.

    ‘본 윌리엄스(1872~1958, 영국)’은 그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민요로 구전되어 오던, 어느 여자광인(女子狂人) 내지 여자바람둥이에 기초한 < 푸른 옷소매>를, <관현악을 위한 푸른 옷소매 환상곡(Green sleeves)>으로 편곡하였다.

    그래도 위 펠릭 멘델스존과 본 윌리엄스는 공히 스코틀랜드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알고 당해 곡을 적거나 편곡했던 셈. 그러한데 이 글의 주인공은 스코틀랜드에 가본 적도 없었음에도 ‘생짜’ 그 유명한 <스코틀랜드 환상곡(Scottish Fantasy)>을 지었으니... . 그가 대체 누구? 바로 이 연재물 제 124화에 다뤘던 ‘막스 브루흐(188~1920)’다.

    지금부터 가속페달을 밟아(?) 좔좔. 그는 교양 있고 인텔리인 양친 슬하에서 자라났다. 그는문학에 관심도 많았다. 그는 음악인으로 성장해나가면서도 문학에 관한 관심의 고삐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여러 나라의 민속 음악에 깊은 애정을 갖고, 민속적 소재를 도입한 서사적 표현을 즐겨 썼다. 그 결과물 가운데에서 하나는 이미 이 연재물 제 124화에도 다뤘던,‘< 콜 니드라이(Kol Nidrei; 신의 날>’. 그는 청년시절 스코틀랜드 민속음악 600곡을 채록한다. 정말로, 그는 자료를 엄청 챙겨나간다. ‘제임스 존슨’이 편집한 민요집인 <스코틀랜드 음악 박물관>을 탐독한다. 한편, 특히 그를 매료시켰던 작품은 스코틀랜드 시인 겸 인류 최초의 역사소설가인 ‘월터 스콧(Walter Scott, 1771~1832)’의 시 <호숫가의 여인>이란 시. 그는 흠뻑 빠져든다. 사실 그 연재시의 제 다섯 번째(?) 시인 ‘엘렌의 노래’는 후일 슈베르트한테까지 영향을 끼쳐 ‘아베 마리아(세레나데)’를 짓게 하였고, 또 어느 작곡가한테는 오페라를 쓰게까지 하였다.

    그는, ‘스코틀랜드에 관한 그리움이 임계점’에 이른 그는, 41세가 되던 1879년에 드디어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880년에 완성하게 된 작품이 바로 <스코틀랜드 환상곡(Scottish Fantasy)>이다.

   음악 평론가들은 말한다.

   ‘ 이 곡에서는 스코틀랜드 민속음악이 다소 거칠면서도 소박한 터치로 그려져 있다. 서주와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악장마다 스코틀랜드 민요가 주제선율로 나온다. 제 1악장은 <늙은 롭 모리스>, 제 2악장은 <먼지투성이 방앗간 주인(수레국화꽃)>, 제 3악장은 <조니가 없어서 적적해>, 그리고 제 4악장은 스코틀랜드 전쟁 노래인 <우리 스콧 사람은 웰레스에 피를 뿌렸네>가 각각 주제로 사용되었다.’

    내가 새삼 주목하는 점이 이런 것들이다. 그는 그 작품이 초연되기 전까지는 스코틀랜드에 한 번도 간 적 없다. 그러함에도 풍부한 상상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다들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음악 외적인 장르인 문학을 민속음악과 효과적으로 버무려, 그의 몇 아니 되는 대표작 반열에까지 그 곡이 오르도록 하였다.

    위 밑줄 친 부분이 수필작가인 나한테 깨우쳐주는 점 매우 크다. 사실 내가 매양 선후배 수필작가들한테 노래하다시피 권고하는 점과 통한다.

    “문학작가인 당신께서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거기 안주하지 말고, 오히려 여타 예술장르에 더 관심을 가지시기를.”하면서.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이 글의 주인공처럼 ‘책상 맡에서도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영감, 영감, 영감만이... .

    굳이, 내가 사족(蛇足)을 붙이자면, 내가 음악 공부를 죽는 그날까지 하겠다는 선언도(?) ‘막스 브루흐’의 선례와 통한다는 것을.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

   모자라는 부분은 채워서 읽어주세요. <스코트랜드 환상곡> 전곡(全曲)을 들어주시면 더욱 고맙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