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퐁당퐁당’

윤근택 2023. 5. 23. 18:21

    ‘퐁당퐁당’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칼럼니스트)

 

    윤석중(1911~2003, 아동문학가) 선생의 동시에, 홍난파(1897~1941, 작곡가)가 곡을 붙인 동요,‘퐁당퐁당’은 언제 들어도 아름답기만 하고, 이내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1절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널리 널리 퍼져라/건너편에 앉아서/나물을 씻는/우리 누나 손등을/간질여 주어라//

 

   2절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냇물아 퍼져라/퍼질 대로 퍼져라/고운 노래 한 마디/들려 달라고/우리 누나 손등을/간질여 주어라//

 

    ‘퐁당퐁당’은 작고 단단한 물건이 물에 잇따라 떨어지거나 빠질 때 가볍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그러한데 나도 10여 년 ‘퐁당퐁당’에 익숙해 있다. ‘퐁당퐁당식(-式) 근무’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격일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음을, 우리들 사이에는 ‘퐁당퐁당’이라고 말한다. 자연, 내 몸은 이른바 ‘하루주기 리듬[하루 週期 리듬]에 익숙해 있어, 지난 밤 아무리 술을 마셨더라도, 새벽 4시 무렵이면 여축 없이 깨어난다. 여태 지각한 적이 없다.‘하루주기리듬’을 의학적으로는‘circadian rhythm’이라 하며, ‘24시간 주기로 거의 같은 시각에 규칙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는 현상. 잠, 식욕, 체온, 호르몬 분비와 같은 생리학적 변화 따위가 포함된다.’고 말한다. 10여 년 동안 몸에 배였으니, 리듬 있고 규칙적인 생활인 듯싶다. 물론, 격일제로 마셔대는 농주(農酒)에도 불구하고, 건강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듯하고. 해서, 지난 4 반세기 반듯한 직장에 다닐 적보다 실속이 외려 나은 듯. 이젠 누가 곱절의 급여를 준다하더라도 주 5일제 근무는 아니 할 것이다.

   지인(知人)들은, 이따금 문안전화 드리면, 이런 답례를 해 온다.

   “자네, 오늘은 초소근무인가, 농장근무인가?”

   그러면 나는 곧잘 이렇게 대꾸하곤 한다.

   “오늘은 경비초소에서 놀고 있고요, 내일은 농장에서 놀 겁니다.”

   내가 생각해보아도 이는 참말로 건강한 노후생활이다. 일을 기준한다면 퐁당퐁당, ‘쉼[休止]’을 기준하여도 퐁당퐁당.

월급생활자들은 ‘퐁당퐁당’대신, ‘징검다리 휴일’이란 말을 즐겨 쓰는 편이다. 맞다. 그랬다. 징검다리였다. 어린 날, 겨울이 오기 전에 마을 어른들은 냇가로 나갔다. 내 고향마을 ‘초막골’과 인접한 ‘굿바들’ 사이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고, 읍내 장날 등 볼일이 있으면, 우회도로인 비포장 신작로가 아닌, 징검다리를 통해 지름길이 된다는 걸 알아, 협력하여 해마다 징검다리를 놓았다. 바짓가랑이를 걷지 않고도‘굿바들’로 건너갈 수 있었던 그 징검다리. 그 징검다리는 생광(生光)스럽기도 하였고, 하나하나 딛고 걷는 재미도 어지간하였다. 월급쟁이였던 나도 하루 건너 뛰어, 하루 쉬는 재미도 그러하였다.

   ‘퐁당퐁당’, ‘징검다리 휴일’에 이어, 내 연상은 어느새‘물수제비’에까지 닿는다. 우리는 냇가에서 ‘물수제비 뜨기’ 내기를 하곤 하였다. 물수제비란, 둥글고 얄팍한 돌을 물위로 스치듯이 튀기어 가게 던졌을 때, 그 튀기는 자리마다 생기는 물결 모양을 일컫는다. 우리는 그 물수제비 개수로 내기를 하지 않았던가. 사실 그 놀이가 우리 고유의 것도 아님을, 이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자료를 챙기다가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위키백과’는 나라마다 ‘물수제비’의 다른 말이 있음을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는 ‘stone skipping’, ‘skipping rocks’... 러시아에서는 ‘팬케이크 굽기’, 우크라이나에서는 ‘개구리를 나오게 하기’, 폴란드에서는 ‘오리를 나오게 하기’, 헝가리에서는 ‘뒤뚱뒤뚱 걷게 하기’ 등등.

    퐁당퐁당, 징검다리, 물수제비의 공통점. ‘단속(斷續)의 묘미’가 있다는 거. 쉼 없이 이어지거나 ‘쉼’이 한없이 이어지거나 하면, 우리는 지치기 십상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들 셋은 우리네 삶에 활력을 더해준다. 늘 다음 순간과 다음날이 기다려지는 ... .

   비약이다. 요즘 우리네는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고들 말하곤 한다. 대체, 디지털(digital)이 뭔가. ‘디지트(digit)’,곧 손가락에서 온 말이 아닌가. 셈을 손꼽아 정확히 할 수 있는 데에서 비롯된 말. 디지트는‘0’과 ‘1’,즉 ‘신호의 단속’을 기초로 한 통신기술. 그러니 이 또한 퐁당퐁당, 징검다리, 물수제비와 통하는 점 있다고 생각할밖에.

하여간, 나는 노후에 ,‘퐁당퐁당 생활’에 익숙해 있고, 이러한 생활을 무척 사랑하고 있다. 나야말로 축복받은 남정네다.

 

   작가의 말)

   때로는 군소리가 글일 수도 있겠지요. 제 삶의 한 부분인 걸요. 진실이고 진심인 걸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