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마녀사냥
현대판 마녀사냥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이 광명천지에,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에서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있다니, 말이 되냐고? 지금이 중세 암흑기도 아닌데 말이다. 마침 오늘이 세월호 침몰 100일째 되는 날이다.나도 희생자들의 고귀한 생명을 생각하며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오랜 동안 누적시켜 온 모든 관행들과, 비리들과, 졸속 등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 사건이다. 악담 같지만, 앞으로도 크고 작은 참사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데 특정인 한 명을 마치 마녀사냥 하듯, 여론재판 하듯, 희생양으로 삼아, 죽일 놈 살릴 놈 하고 있으니, 가관이다.
며칠 전부터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유병언 씨’에 관한 기사로 경향(京鄕)의 모든 신문들이,모든 텔레비전들이 도배를 하고 있다. 청년시절, 언론사 지망생이었던 나. 하는 꼴들을 보니, 그러한 곳에다 발을 아예 들여놓지 않은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도대체, 내가 무얼 말하려냐고? 한마디로, 언론인들도 다들 정신이 나갔으며, 시청자들이나 구독자들도 정신이 온전치 않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한 나라의 수장(首長)이자 최고책임자라고 하는 대통령이란 분의 사고(思考)와 말이 어처구니 없다는 점이다. 그는 관계장관들을 모아 놓고 크게 꾸지람 했다는 거 아닌가. “유병언이를 속히 잡으시오.”라고. 그러기 전에 그는 이미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을 “살인자!” 운위(云謂)도 서슴지 않았다. 정말 다들 정신 나갔다. 심지어, 여러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유병언을 쫓다’ 식의 자막도 내보내고 있었다. 과연 그들이 언론인 자격들이나 있는 것인지?
자, 간단히 말하기로 하자. 우리나라에도 ‘무죄추정주의(無罪推定主義)’가 엄연히 존재한다.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죄인으로 취급한다는 원칙이다. 그러한 법 정신에 입각하면, 대통령일지라도 특정인을 죄인 취급해서 함부로 말해서는 아니 된다. 그렇게 말하면, 정작 본인이 법을 어기는 셈이다. 또, 어떤 채널에서는 ‘유병언을 쫓다’ 따위로 자막을 내보내고 있던데, 내가 알기에 그분은 70 노인인데, 이웃집 강아지 부르듯,’유병언’이라고 함부로 지껄어도 되냐고? 또,’추적하다’에 해당하는 말은 ‘쫓다’가 아니고 ‘좇다’가 옳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들 한다. 그 언론사 자막 식의 표현 때문에 두 차례씩이나 구속영장을 발부 받고 그 많은 인원을 투입했음에도 추적(좇지) 못하고, 도망가게(쫓게) 방치하고 말았던 것은 아닌지?
다시 말하거니와, 법정에서 판사의 유죄 확정 판결이 있기 전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특정인을 죄인 취급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더욱이, 사건의 원인규명과 책임소재 확인 절차와 사후책 마련 등이 핵심이건만, 본말(本末)이 전도된 채로 특정인 주검에 관해서만 분탕질을 해대는 게 과연 옳은 처사냐고 되묻고 싶다. 자칫, 그러한 기사(記事) 등으로 국민의 시선을 엉뚱한 데로 돌리겠다는 특정세력의 의도에 말려들 수도 있겠고.
나의 신실한 독자님들만이라도 사물을 정확히 꿰뚫어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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