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만다라화(曼陀羅花)

윤근택 2014. 9. 28. 10:25

만다라화(曼陀羅花)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 보이는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보고자 하는 걸 보게 된다.는 말도 있다. 둘 다,지적(知的) 호기심 이야말로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교양을 얻는 원동력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실 글쟁이인 나한테는 마주치는 사물이 늘 흥미롭고 신비스럽다. 나는 글감을 챙기기 위해 늘 더듬이를 곤두세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선후배 작가들한테도 좋은 본보기가 되리라 믿는다.

산골 나의 농막에서 승용차를 몰아 마을 초입 모롱이인 밀양아지매(그대 택호임.)네 집을 돌 적에도 그 꽃과 마주치곤 한다. 커다란 화분에 심어 해마다 여름철이면 꽃을 피워 화단에 내어 놓는 꽃. 내 마을 송백리를 지나 다음 동네인 금곡2를 지날 적에도 그 꽃과 마주치게 된다. 도로변에 집이 위치한 석씨네도 화분에 심은 그 꽃을 행인들 눈 즐거워하라고 그렇듯 해마다 여름철에 내어 놓는다. 한편, 나의 농막 싱크대까지 파이프로 끌어다 쓰는 식수(食水)의 수원지(水源池)를 손보고자 향하다가 보면, 건너편 언덕에서 자생(自生)하는 그 꽃을 보게 된다.  바로 만다라화이다. 위 두 댁에서 공들여 기르는 꽃을 두고, 엔젤 트럼펫 또는 천사의 나팔이라고 부른다. 내 농장 건너편 언덕에 자생하는 그 꽃을 두고, 흰독말풀(흰毒말풀)이라고 한다. 사실 엔젤 트럼펫, 아메리카가 본향이며 약재(藥材) 등으로 들여옴으로써 귀화(歸化)독말풀의 개량종일 따름이다.

만다라화, 엔젤 트럼펫의 원종(原種)인 독말풀 가운데서도 특히 흰 독말풀을 만다라화라고 부르는 데는 무슨 곡절이 있지 않겠나. 부처님이 설법할 때 또는 온갖 부처가 나타날 적에 법열(法悅)의 표시로서 하늘에 서 쏟아져 내리는 하얀 꽃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모세가 이집트 종살이에서 풀려난 종족을 이끌고 광야를 지날 적에, 주린 배를 채우라고 하느님께서 그들 머리 위에다 마구 쏟아 부어주셨다는 만나. 어쩌면 그렇게 그 두 어휘, 만다라화만나조차도 그 발음상 유사성을 지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만다라화는 그러한 뜻을 지녔다. , 독말풀(毒말풀)이란 이름이 보여주는 바, 독성이 강한 식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독말풀이 지녔다는 그 독성은 우리네 인류한테 아주 귀중한 존재였다는 사실. 중국의 명의(名醫) 화타(華陀)는 기원 전 200년에, 그 독말풀 씨앗[曼陀羅子]에서 추출한 스코폴라민(scopolamine)이란 성분으로 이른바 마비산(麻沸散)을 개발해서 환자 수술에 썼다는 게 아닌가. 바로 그것이 인류 역사상 마취제의 효시라고 한다. 그가 쓴 독말풀은 특히 양금화라고 일컬어진다. 그는 침마취(鍼痲醉)에도 독말풀 추출 성분을 썼다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독말풀 씨앗 속 그 성분은 멀미약의 주원료로 쓰인단다.

이제 나의 신실한 독자님들께서는 나와 마찬가지로 여러 사항을 충분히 유추해 내실 것이다. 여러 종류의 질환에 두루 쓰인다니, 이름도 다양하리라는 거. 실제로, 한방에서 흰 독말풀 꽃은 만다라화, 잎과 씨를 말린 것은 만다라자라 부른다. 그리고 취심화, 대마자, 취선도,양종마 등의 별칭까지 지녔다. 마취, 복통, 류머티즘 관절염, 미친 개에 물린 상처, 정신분열증 등에 두루 쓰인다고 한다. 반대로,그 독성 과다 사용은 정신착란, 환각, 의식불명, 실명(失明)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신실한 독자님들께서는 독말풀의 개량종이며 관상용인 엔젤 트럼펫에 관해서도 나름대로 그 종류의 다양함 등을 유추해내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 품종이 다양하다. 다이아나 핑크, 문 라이트, 바리에가트, 백화팔중, 산기니아, 온렌지 스타, 카멜레온, 크림 손, 핑크 펄, 화이트 엔젤 등. 본디 독말풀은 일년생 식물인데, 개량종인 엔젤 트럼펫은 여러해살이 식물로 개량하였다. 내가 몇 차례 시도해서 성공한 적도 있는데, 엔젤 트럼펫은 꺾꽂이로도 잘 번식된다. 위에서도 소개한 바 있지만, 본디 콜롬비아,에콰도르, 페루,칠레 등 열대아메리카 식물이었던 관계로,겨우내 잎 지고 관목(灌木)상태로 지내는 엔젤 트럼펫을 관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제 개량종 독말풀인 엔젤 트럼펫에 관한 이야기로 조심스레 옮아 간다. 하필이면 그 꽃을 천사의 나팔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그 독성 등을 생각하여 악마의 나팔이라고도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나팔꽃과 마찬가지로 통꽃이되, 그 크기가 실제로 브라스 밴드에 쓰이는 나팔만치 크다. 여름날 천사들이 나뭇가지(木質化한 가지)에 걸터앉아 나팔을 불어대는 것만 같다. 밀양아지매네 화단에서도, 석씨네 울타리에서도 그렇듯 여름 내내 천사들의 브라스 밴드 연주회가 열리는 듯싶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트럼펫을 든 천사들의 브라스밴드다. 육종학자들은 개량과정에서 그 독성을 다소 완화시키기는 했겠지만, 엔젤 트럼펫에도 독성이 다소 남아 있을 법. 그러니 관상하되, 만지거나 너무 가까이 두거나 하는 것은 피해야 할 줄로 안다. 또 내가 유추해 낼 수 있는 한가지 사실. 독말풀에서 개량된 엔젤 트럼펫도 엄연히 독말풀이며, 독말풀은 가지과(가지科) 식물이라는 점에 유의한다. 가지과에 속한 식물 대개는 이른바 토양기피성(土壤忌避性)을 지녔다는 사실. , 같은 자리에 거듭거듭 후대(後代)를 기르면 소망하는 대로 제대로 수확을 못 본다. 나의 독자님들께서는 관상용으로 엔젤 트럼펫을 기를 요량이면, 농부이기도 한 내가 매년 가지과 식물인 고추농사를 하면서 그것들을 돌려짓기[輪作]한다는 점을 참고함이 유익할 것으로 안다. 엔젤 트럼펫의 꽃말은 속임수 내지 거짓, 애교 등이다. 속임수 내지 거짓은 그 독성분으로 남을 마취시키거나 환각상태로 만듦에서 비롯된 꽃말은 아닐까. ,엔젤 트럼펫은 datura라는 학명을 지녔다. 마치 남들과 어떠한 쟁점을 두고 다투라라고 꼬드기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제 내 이야기 마무리해야겠다. 약재 등으로 들여온 독말풀은 마취제 또는 멀미약의 좋은 재료가 되었으며, 그것들은 관상가치가 높은 엔젤 트럼펫으로 거듭 태어났다. 그 어느 식물이든, 그 어떤 화훼든 인간에게 유익하지 않은 존재가 있으랴만, 독말풀도 대단히 유익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치명적인 독성을 지녔기에 외려 더욱 값진 식물임을 새삼 알겠다. 특히, 명의 화타에 의해 인류 최초의 마취제로 쓰였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대수술 등에 뒤따르는 고통을 완화시키거나 잠시 잊게 하는 마취제. 그 마취제의 효시가 바로 독말풀이었다니, 그 꽃을 최초로 천사의 나팔로 부른 이의 탁견(卓見)이야말로 그저 놀랍기 하다. 그러한 명명은 그 어느 훌륭한 작가 수준도 훨씬 능가한 것이기에. 그 독말풀 추출물로 만든 마취제를 투여하면, 이내 천사의 나팔소리를 듣는 듯 몽롱해져 스르르 눈이 감긴다는 뜻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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