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훈민정음 기본자음에 관해

윤근택 2014. 12. 29. 23:07

 

                     

                                  훈민정음 기본자음 오음(五音)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식에, 그것도 살아있는 지식에 목말라하는 나. 아마도 철이 이제야 드나 보다. 인터넷 검색창에다 내가 평소 궁금해 했던 사항을 ‘검색어’로 입력해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면 웬만한 사항은 친절하게, 속속들이 알려주곤 한다. 그렇게 한 꼬투리 내지 한 꼭지를 잡고 나면, 그 검색어와 연관된 여러 정보를 덤으로 얻는 즐거움까지 자주자주 맛보게 된다. 한마디로, 그것은 희열이다. 전율이다. 해서, 나는 현존(現存)하는 그 숱한 수필작가들 가운데서도 단연 최다작(最多作)의 수필작가의 자리를 차지하는 편이다.

이번엔 또 어떤 신기한 자료를 챙겼냐고? 바로 훈민정음 자음 가운데 기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오음(五音)에 관한 사항이었다. 모르긴 하여도, 그 글을 적은 분은 학자이거나 그 분야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깊이 파고든 분인 것 같다. 미리 밝혀두건대, 원문출처는 ‘DAUM’ 블로그 ‘오두의 한글나라’이다. 편의상, 아래는 내가 그 글을 토대로 재편집하였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보아야겠다. 기본모음 ( . , ㅡ, ㅣ) 셋은 하늘[별, 해],‘땅[들판]’, ‘사람[척추]’을 나타내어 이른바, ‘천지인(天地人) 철학’을 나타낸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즉, 기본모음엔 우주관이 녹아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태 알고 지냈던 바, 기본자음 ‘ㄱㄴㅁㅅㅇ’은 그 소리들을 각각 발음할 적에 입 모양을 본딴 것인데... . ‘오두’라는 분은 그것이 과학적이며 기능적인 점은 인정하지만, 뭔지 아쉽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분은 어미글자[모음]에 그러한 철학적 의미를 담았다면, 그 아들글자[자음]에도 마찬가지로 철학적 의미를 분명 담았을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이 풀어낸 오음의 비밀(?)은 과연 놀라웠다. 그분은 ‘오행(五行)’ 사상으로, ‘궁상각치우(宮商角緻羽)’ 오음계로, ‘도개걸윷모’ 다섯 동물 울음소리로, 위 다섯 개 자음을 조합한 인간모습으로 두루 풀이하였다.

 

   1. 오행사상으로 풀이

   공간적으로는 동서남북상하인 오방사상(五方思想)이 그 기본자음에 깃들여져 있다고 하였다.

   

 ㄱㅁㄴ

   

   위와 같이 배치해 놓고 보니, 흡사 사람의 모습 같지 않은가. ‘ㅇ’은 머리요,‘ㄱ’은 땅을 향한 손이요, ‘ㄴ’은 하늘을 향한 손이요, ‘ㅁ’은 몸통이요, ‘ㅅ’은 벌린 두 발. 동시에, ‘ㅇ’,‘ㄱ’,‘ㄴ’,‘ㅅ’은 동서남북을, ‘ㅁ’은 ‘중앙’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본사상과 오행사상이 위 오음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한다.

 

    2. ‘궁상각치우’로 풀이

 

    소리로서 오행사상은 바로 우리나라 전통의 ‘중임무환태(仲林無漢汰)’에 해당하는 중국 전통의 ‘궁상각치우’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분은기본자음 오음이 궁상각치우에 딱 맞아떨어진다며, 그 근거자료로 <<樂學軌範>>에 적힌 내용을 제시한다. 사실 훈민정음은 1446년(세종28년)에 반포되었으며, <<악학궤범>>은 1493년(성종 24년)에 만들어졌지만, 우연의 일치였든 아니면 그것이 추인(追認)이었든지 재음미였든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닐 듯싶다. 그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논쟁에 불과한 것이니까. 하여간, <<악학궤범>>에 적힌 내용은 그분의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아래 짧은 단락들은 <<악학궤범>>에 적힌 내용(‘ ’ 속)과 이 글 원전 저자의 주장이 교대로 적힌다.

‘궁(宮)은 둥근 소리이며 동굴 속의 소 울음소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동굴 속은 바로 목구멍을 나타내는 말이니 ‘ㅇ’을 일컫는다.

 

    ‘상(商)은 왼쪽을 맡은 소리이며 네모진 소리다.’ 네모진 소리는 곧 ‘ㅁ’을 일컫는다. 특히 그 소리는 ‘양(염소) 울음소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메에에’하고 우는 염소 울음소리의 시작인 ‘ㅁ’에 해당한다.

‘각(角)은 꿩소리의 ’ㄱ‘ 소리와 같은 ’꿩 울음 소리와 같고 오른쪽을 맡은 소리‘다. 꿩 대신에 닭이라고 표현하더라도 닭 울음소리는 ’꼬끼오‘라는 ’ㄱ‘ 발음이라 각(角) 소리는 ’ㄱ'‘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각(角)은 싹이 땅에서 나올 때의 형상으로 ’까끄라기(열매껍질)를 머리에 이고 나오는 형상‘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ㄱ‘은 만물이 그 씨앗의 껍질(까끄라기)를 쓰고 나오는 싹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角)은 입성(入聲)으로서 오른쪽을 맡은 소리이다. 촉(觸)으로서 (物)이 땅에서 나올 때 까끄라기를 머리에 이고 있는 형상이다. 그 성질은 꼿꼿하여 다스리기 힘들다. 그 소리는 꿩이 나무에서 우는 소리와 같다. 角은 잘 부딪치어 부리기 어려우니 백성의 모양이다.’

    ‘치(緻)는 위를 맡은 소리이며 돼지 울음 소리다.’ 위를 맡았다는 것은 혀끝이 입천장에 닿는 의미를 지니는 ‘ㄴ’이라고 할 수 있다.

    ‘우(羽)는 '아래를 맡은 말 울음 소리다.’ 이는 ‘ㅅ’에 해당할 수 있다.

요컨대,<<악학궤범>>의 ‘궁상각치우’에 대한 오음 해석을 볼 때 宮(中, 중앙, 둥근 모양), 商(左, 서쪽, 네모진 모양), 角(右, 동쪽, 까끄라기 쓰고 나오는 싹 모양), 緻(上, 북쪽), 羽(下, 남쪽)로서 오음은 그대로 오행사상의 오방향을 의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도개걸윷모’로 풀이

 

   자음 오음은 윷놀이에 나오는 다섯 동물의 소리로도 나타낼 수 있는 글자들이었다. 사실은 윷에서 일컫는 짐승은 이렇다. ‘도’가 ‘돼지’를, ‘개’가 ‘개’를, ‘걸’이 ‘양’을, ‘윷’이 ‘소’를, 그리고 ‘모’가 ‘말’을 나타낸다. 그 걸음걸이와 관련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의 원전을 적은 분은 다소 변형하여 풀이하였다. ‘소(ㅇ), 양(ㅁ), 닭(ㄱ), 돼지(ㄴ), 말(ㅅ)’로서.

    소가 ‘음무!’ 우는 이응(ㅇ) 소리의 이미지, 양은 ‘'메헤헤!’ 우는 ‘ㅁ’ 이미지. 꿩도 그 우는 소리가 ‘ㄱ’ 발음인 ‘꿩!’이지만, 꿩 대신에 닭으로 보아도 그 울음은 ‘꼬끼오!’ 하고 ‘ㄱ’으로 시작된다. 돼지는 땅을 파는 ‘ㄴ’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말은 달리는 발의 모습으로 ‘ㅅ’이 될 수 있다.

나의 이 글 원작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그 글을 맺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훈민정음에서 우주성을 가진 철학적 의미를 지니는 기본모음 천지인(ㆍㅡㅣ)을 말하면서, 그 자음을 말할 때 그냥 ’구강구조 모양‘이라고만 말하는 것에서 좀 더 철학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한글 자모의 기본자음 다섯 글자는 무엇을 본땄느냐고 할 때 천지인 기본모음의 아들소리로서 ‘사람 형상과 윷놀이의 다섯 가축의 소리를 본땄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지금부터는 수필작가 윤아무개 글로 채운다. 명색이 수필작가인 나는 수필의 길을 30여 년 걸어오면서도 제대로 된 상식도 변변히 갖추지 못했음을 몹시 부끄럽게 여긴다. 기왕지사 모국어를 부려 써서 그 숱한 원고지를 채울 요량이었으면, 진작에 그 누구보다도 모국어에 관해 깊이 파고들고 애정도 더 가졌어야 했음에도 막상 그러지 않았던 점도 한없이 부끄럽게 여긴다. 기어이 우리말을 만들어 내어야겠다고 한데 모여 불철주야 머리를 짜냈을 집현전 학자들.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였으며, 진정한 학자들이었음을... . 굳이,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그 학자들의 연구 이전에 이미 박연(朴堧, 1373~1458)이 아악(雅樂)을 집대성함으로써 ‘궁상각치우’ 5음계를 정립했다고 한다. 그 오음계야말로 위에서 일관되게 적은 기본자음 ‘오음’의 탄생과 맥을 같이 한다. 해서, 박연의 그 노력이 한글 창제에 토대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혹간 있다는 사실. 그러나 박연 선생은 그밖에도 업적이 워낙 빼어났던 관계로, 역사학자들은 한글창제 공로자 명단에서만은 살짝 빠뜨렸던가 보다. 하여간, 앞으로는 힘닿는 데까지 모국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글 줄인다.

참참, 위와 같은 귀중한 자료를 인터넷 매체에 실어준 분께 감사드리며 글 접는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