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대구의 돈벼락 사건

윤근택 2015. 1. 30. 22:57

 

대구의 돈벼락 사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중소기업관리공단 대구·경북 연수원의 경비실에 근무하는 나. 나의 임무 가운데는 새벽마다 배달되는 총 11부 경향(京鄕)의 일간지를 분류하여, 연수원장을 비롯한 구독자들의 사무실 책상 위에다, 그들이 출근하기 전에 가지런히 갖다 놓는 것도 포함된다. 사실 이미 내 신실한 독자들께서는 대부분 아시지만, 나는 종이신문은 물론이거니와 텔레비전 뉴스도 거의 아니 보는 편이다. 한마디로, 그러한 메이저 매체들을 한낱 찌라시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내가 거의 한 해 동안 머물렀던 기숙사 사감(舍監) 자리에서 이곳 경비실로 자리를 옮긴 지난 정월 초하루부터는 격일 간격으로 새벽마다 그 많은 부수의 신문을 좋든 싫든 챙겨야 한다. 그리고 각 신문의 헤드라인들이 워낙 큰 활자체로 되어 있어, 애써 외면하지 않는 한 눈에 들어오곤 한다.

      바로 엊그제였다. ‘대구매일신문헤드라인은 대구 돈벼락 사건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그 이전 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했으나, 그 기사에 육필(肉筆)로 적은 메모지가 소개되었다.

      돌아오지 못한 돈도 사정이 있겠지요. 그 돈으로 생각하시고 사용해 주세요.’

      어느 50대 후반의 남성이 지난 127일 아침나절에 대구의 유력지인 대구매일신문사에 찾아와 오만 원짜리 지폐로 돈 500만원과 함께 그 메모를 슬그머니 남기고 사라졌다는데... .

      오늘에야 인터넷 매체를 통해, 대구직할시의 위성도시다시피한 이 경산시와 인접한 대구에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지 낱낱이 알게 되었다. 해서, ‘대구의 돈벼락 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구랍(舊臘) 29, 대구직할시 달서구 송현동 서부정류소앞 왕복 8차선 도로에서 28세의 안 아무개 씨가 오만원권 지폐 160(800만원)을 뿌렸다. 그야말로 돈벼락이었다. 지나던 모든 차량이 멈추어 섰고, 행인들은 돈 줍기에 정신이 없었다. 일대는 온통 교통마비가 되었다. 달려온 경찰들도 어찌할 바가 없었다. 그렇게 돈을 뿌린 남정네를 경찰 당국이 조사해 본 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젊은이로 밝혀졌으며, 그 돈은 그의 조부(祖父)가 파지(破紙)와 고철을 주워 팔아 모아 건네준 돈으로 밝혀졌다. 돈을 그렇게 뿌렸던 젊은이의 진술이 가관이었다.

      제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누군가가 저를 해칠 것 같아서.”

       이에, 안타까운 사정을 안 대구지방경찰청은, 공식 페이스북 등을 통해 주운 돈을 본인한테 돌려줄 것을 호소하게 이르렀다. 물론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그렇게 뿌려진 돈이 금세 모두 회수되지는 않았다. 적게는 15만원으로부터 크게는 85만원에 이르기까지 경찰 당국에 신고하고 본인에게 돌려주라고 맡긴 돈이 300여 만 원에 달했지만, 총액 800만원에는 못 미쳤다. 그러자 위 대구매일신문 탑 기사로 소개된 대로 어느 50대 남성이 그러한 메모와 함께 자신의 돈 오백 만원을 쾌척하게 이른 것이다.

      그 일은 크게 반향(反響)을 일으켰고, 그게 기폭제가 되어 시민들이 함께 움직여 내가 이 글을 쓰는 2015130일 밤 현재, 그렇게 뿌려졌던 800만원에 아귀를 맞추어 그 젊은이한테 되돌아갔다는데... . 물론, 그 돈을 주워갔던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각종 메모도 함께 경찰 당국에 돈을 도로 갖다 주었다는 미담(美談)이 함께 인터넷에 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참말로 아름답게 매듭지어진 이야기다.

      대구의 돈벼락 사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가 이 수필작가를 거듭거듭 울리고 있는데... . ‘아무리 이 사회가 살벌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구나!’ 하는 생각. 나아가서, ‘남의 고통을 곧바로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이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모르긴 하여도, 자신의 신분마저 감춘 채 그렇게 500만원을 기탁한 50대 후반의 남정네도 가족 가운데 그 20대 후반의 남자 같은 이가 있을 것만 같다. 왜 그런 말 있지 아니 하던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사실 가진 자가 불쌍하고 가난한 이를 돕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하였다. 오히려 딱한 사정에 있는 이가 남을 돕는 예가 많다고들 하지 않던가. 오죽했으면, 일찍이 예수님께서도 다음과 같이 이르셨을까?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도 어렵다.”

       아무튼, 50대 후반의 남성은 천사였다. 그밖에도 자신이 주운 돈을 되돌려준 이들도 천사들이였다. 이웃의 아픔을 곧바로 자기의 아픔으로 받아들였던 이들.

      사실 내 지근저리(至近距離)에도 조울증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들이 본심(本心)을 지닌 이들이며 정상인들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칠푼이니, 팔푼이니 하며 그들을 자주 조롱하곤 하지만, 실은 바보취급을 받는 그들의 밝게 웃는 표정이 인간 원형(元型)일 거라고. 사실 대구 돈벼락 사건의 주인공 그 젊은이만 하여도 그렇지 아니한가. 그의 진술을 다시 한 번 색달리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제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누군가가 저를 해칠 것 같아서요.”

       조부가 애면글면 모은 800만원이, 안 아무개 젊은이 자신의 기준으로는 너무도 많은, 재벌이세 수준의 돈이었음을 실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거부(巨富)들이 호신요원 내지 경호원을 곁에 늘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내가 지나치게 그의 행동을 미화(美化)하는 것 같지만, 왜곡하는 것 같지만,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볼 만한 말이기도 하다. 그의 회성수설에 가까운 그 진실, 그 진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끝으로, 우리 사회의 상위 1%라고 자처하는 분들부터 지금부터라도 대구의 돈벼락 사건에서라도 힌트를 얻어, “짊어지고 갈 것도 아닌데... .”를 제발 실천해주길 바라며 이 글 접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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