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음악 이야기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37)'

윤근택 2015. 2. 16. 07:00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37)            

                       - 희망전도사 뉴 에이지피아니스트-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그를 두고 많은 이들이 입 모아 말한다, ‘희망 전도사라고.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36)’의 주인공이었던 팝페라(popera)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이탈리아 피사, 1958~)’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피아노 연주곡을 들은 이들 가운데는 심적(心的육적(肉的) 치유(治癒)를 받은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의 음악은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치료제인 셈이다. 대중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열광하는 이유는, 그의 음악에는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은 어릴 때 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었지만, 그것을 장애로 생각하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했던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가 누구인지 밝히기보다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연주곡 ‘Return to Love’을 이야기하면 나의 애독자들께서는 금세 연상이(?) 될 것이다. 우리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작중(作中) ‘은서준서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괴로워하며 마음을 달래며 나무가 되자고 약속하던 장면에서 잔잔히 흐르던 OST. 바로 그 음악이 그의 작품이다. , 그의 연주곡 정원(Le Jardin)’은 국내 어느 커피 브랜드 광고에 쓰이니... .

       너무 내가 뜸 들여도 애독자들께서는 짜증날 테니, 화끈하게 그를 소개하자. 그가 바로 케빈 컨(Kevin Kern, 미국 디트로이트, 1958~)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지니고 태어났다. 그러한 그가 생후 18개월만에 손도 제대로 닿지 않는 피아노 건반에 손을 내밀어 거룩한 밤(Silent Night)’을 연주하였으며, 불과 두 살에 지나지 않은 나이에 20여 캐럴송을 연주하게 된다. 그는 양친의 적극적인 보살핌에 힘입어, 4세 때부터 가정교사 아래서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사실 그의 양친의 교육열도 내가 지나칠 수 없다. 그 누구보다도 교육열이 강했던 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니까. 그의 양친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이가 희망을 갖고 평생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의 양친은 전설적인 재즈연주가 조지 셰어링에게 음악을 사사 받게 했고, 최고의 연주가들과 교감을 유지하게 했다. 그 결과, 케빈 컨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각광 받게 된다.

        그는 양친에 관해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부모님의 애정, 열정이 대단했죠. 그 덕분에 형제들이 박사도 하고, 사업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저에게 이런 말을 하셨어요. ‘네가 그래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그러나 그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했죠. 만약 지금의 제 모습을 봤더라면, 너무 좋아했을 텐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

         그는 시력 장애가 있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천재적인 음악성으로 모든 걸 극복해 냈다. 앞은 못 보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이해하려 한 그의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다. 2009년 현재 그는 8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냈다.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사랑, 클래식 음악에 강력한 기반, 앞서간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에 깊은 감사 등 이 3가지를 원천 삼아 이 음반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이중주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위로 날아다니는 곤충들의 조용한 축제와도 같다. ‘Joy Of The Journey’, ‘Endless Blue Sky’, ‘Light Spirit’ 등은 케빈 컨의 순수한 리리즘을 최대한 잘 표현하고 있다. 국내에는 <<In My Life>>, <<Summer Daydreams>>, <<Embracing The Wind>> 등 음반이 라이선스로 발매됐다.

      음악평론가들은 입 모아 그의 음악세계를 평한다.

     시각장애를 겪은 뒤 낮은 시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의 선율 속에는 고통의 흔적보다는 장애를 음악으로 승화하려는 예술가의 혼이 담겨 있다.”

         그는 내한 공연 때 어느 국내 음악기자의 질문을 받고 아래와 같이 답한 바 있다.

      건반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건반을 보고 치는 것이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는 음악기자의 잇따른 질문에 진솔하게 대답한다.

      시력이요? 아예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에요. 커다란 간판의 윤곽은 보여요. 제 앞에 있는 사람의 머리가 긴지, 짧은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죠. 희미하고 흐릿해요. 그래도 볼 것 다 보고, 할 것 다 하죠. 이나마도 볼 수 있는 게 어디에요? 최근 경복궁을 다녀왔는데, 고즈넉한 정취가 너무 좋더라고요. 도심가에 이렇게 조용하고 오래된 고궁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나는 위의 말 가운데서도 이나마도 볼 수 있는 게 어디에요?’ 부분에 새삼 크나큰 감동을 받는다. 그 말에 긍정적 에너지가 다 들어 있다는 사실.

       나아가서, 그의 포부와 예술에 대한 진지한 자세 놀랍기만 하여, 수필작가인 나의 본보기가 된다.

       음악은 내 삶의 일부에요. 기억에 남는 음악 만들 겁니다.”

       사실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수필작가 윤근택은, 케빈 컨의 말보다도 강하지만... . 어떻게?

      수필은 내 삶인 걸요. 내 삶은 곧 수필인 걸요.” 하고서.

      아무튼, 또 새로운 뮤지션을 알게 되어 행복한 새벽이다. 마침 창밖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도 곱게 내리고 있고.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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