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38)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38)
- 일본의 ‘뉴 에이지’ 뮤지션 수인(數人)-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이번에는 여태껏 본 연재물 구성방식과 달리, 아주 간략하게 몇 명의 뉴 에이지 뮤지션을 한꺼번에 소개코자 한다. 사실 나는 지금부터 소개할 뮤지션들의 음악도 평소 무척 좋아해 왔다. 편의상 생년월일을 기분으로, 손윗사람부터 차례차례 적고자 한다.
1. 유키 구라모토(倉本裕基, 1951~)
그는 여느 뮤지션들이 그랬듯,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치기 등 음악연주를 좋아했다. 그랬던 그가 토쿄공업대학 응용물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진로 문제를 고민하던 그는 결국 피아노를 택한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와 ‘그리그’에 심취해 있었다고 전한다.
1986년, 그가 36세가 되던 해에 제 1집 앨범, <<Lake Misty Blue>>를 내게 되는데, 그 앨범 수록곡 가운데 ‘루이스 호수’가 크게 히트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그의 음악을 두고, 음악 전문가들은 입 모아, ‘어쿠스틱(acoustic)한 멜로디’가 특징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어쿠스틱(acoustic)’이란, 음향 · 음향학이라는 뜻보다는 악기 본래의 울림을 살린 소리를 말하며, 전자 악기와 대조하여 쓰인 말이다. 곧 소개하겠지만, ‘키타로(Kitaro, 高橋正則, 1953~ )’란 뮤지션은 이 ‘어쿠스틱’의 반대개념인 ‘신시사이저(synthesizer,전자음향)’를 자기 음악에 적극 적용했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는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로망스(Romance)’가 있다. 이 ‘로망스’는 잔잔한 슬픔이 배어나오는 피아노 연주곡이며,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 OST로도 쓰인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가운데는 ‘명상(Meditation)’도 있다. 제목 그대로 그 곡들 들으면, 명상에 잠기는 듯한 분위기다.
1998년에 이르러서야 한국에 그의 정식 음반이 수입되었으며, 그의 인기는 그의 고국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높다고 한다. 그의 앨범은 15년여 기간 동안 무려 100만장이 팔렸다고 한다.
2012년 여수 엑스포 일본관 ‘파빌리언(pavillion, 임시건축물)’에 내내 흐르던 음악은 전량 그가 작곡하고, 그가 연주했다니!
2. 키타로(Kitaro, 高橋正則, 1953~ )
그는 정상적인 음악 공부를 아니 하였던 이로도 알려져 있다. 또, 내가 한 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잉카음악의 ‘쿠스코(CUSCO) 악단’으로부터 신시사이저를 배웠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그는 위에서 언뜻 소개하였던 것처럼 ‘신시사이저(synthesizer,전자음향)’에 각별한 관심을 두었던 이다. 키보드 연주자였다고 한다.
그랬던 그는 음악적 구도자(求道者)의 자세를 취하며, 인도의 철학자 ‘라즈니쉬’ 밑에서 고행(苦行)의 길을 떠나게 된다.
1978년, 그가 25세 되던 해에 제 1집 앨범 <<天界>>를 내었다.
그랬던 그가 음악적으로 대전환점을 맞게 된다. 1983년 NHK가 5년간의 제작기간을 통해 만든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에서 음악을 담당하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제작진들과 함께 실크로드를 동행하였으며, 가는 곳곳마다에서 얻은 영감으로 음악을 만들게 되는데, 그 음악들이 <<실크로드>>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NHK의 <<실크로드>> 다큐가 한국의 KBS를 비롯한 전세계 텔레비전에서 잇달아 방영되었고, 그 배경음악 또한 세계에 흘렀으니... . 당시 대학 복학생이었던 나. 레코드 가게 여 점원이, “아저씨, 이번엔 ‘실크로드’ 음반이 어떻겠어요? 인기 대단한 걸요.” 해서 야외전축으로 즐겨듣곤 했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나는 그 <<실크로드>> 주제곡 가운데서도 ‘대상의 행렬(Caravansary)’에 매료되곤 하였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라고 꼽고 싶다. 그밖에도 ‘돈황’, ‘천산(天山)’, ‘바람의 신(神)’ 등이 있다.
그의 음악은, 위에서도 이미 두 차례씩이나 소개했지만, 전자음향 곧 신시사이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음악을 특히 ‘명상음악’이라고들 말한다.
1993년 그는 미국 골든 글로브 작곡상을 받게 되는데, 월남전 시리즈 영화 <<Heaven & Earth(하늘과 땅)>> OST 덕분이다.
2 001년 그는 제4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뉴 에이지 앨범상도 받게 된다.
턱수염을 기른 외모가 마치 이외수 소설가 같던 뮤지션. 그 이후의 그의 소식은 뜸한 듯한데, 아무튼 나는 그의 연주곡 ‘대상의 행렬’을 꿈결에서라도 잊지 못할 듯하다.
3. 노무라 소지로(Nomura Sojiro, 卽村宗次郞, 1954~)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년이 지난 1975년, 도치기현(-縣) 어느 작은 골짜기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토기(土器)를 굽는 ‘카야마 히사시’라는 분을 만나게 되고, 그의 제자가 되어 흙으로 ‘오카리나(Ocarina)를 직접 굽고, 직접 불게 된다.
여기서 잠시! ‘오카리나’에 관해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도 아니 소개할 수가 없다. 나의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2)’의 한 단락을 아래와 같이 자기표절(?)하는 것으로 때우기로 하자.
‘오카리나. 이는 이탈리아어로서, ‘작은 거위’란 뜻이다. 그 생김새가 마치 물 위에 뜬 거위 같아서 생긴 말인 듯하 다. 그러나 우리네 정서상 그것은 마치 ‘똥장군’ 처럼 여겨지는 악기였다. 흙으로 구운 것으로, 구멍이 13개 뚫린 오지그릇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악기를 ‘sweet potato’ 즉,’고구마’라고도 부른다. 내가 생각하기로도 그것은 고구마 같았다. 사실 내가 잠시 공부하겠다며 샀던 오카리나도 마치 고구마 같았다. 이 오카리나의 원형(元型)은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있었다고 한다. 조금씩 그 모양만 달랐을 뿐. 현재까지 발굴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잉카문명 지역에서 출토된 거북 모양의 오카리나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식 오카리나로 발전한 곳은 이탈리아로 알려져 있다. 1853년 부드리오(Budrio) 지방의 ‘도나티(Giuseppe Donati)’라는 이가 흙을 구워 만듦으로써 현대식 오카리나의 틀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나티로부터 3대째인 장인(匠人), ‘귀도 치사(Guido Chiesa)’는 더욱 오카리나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오카리나의 아버지’로 부른다. 현재까지는 13개 구멍짜리 오카리나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좁은 음역의 약점을 보완코자 ‘더블 헤드 오카리나(double head ocarina)나 14구멍짜리 오카리나로 지속적인 발전과 연구가 행해진다고도 한다.(이상 본 시리즈물 그 (2)에서 따옴.)
어쨌든, 그는 자신만이 새롭게 새롭게 구워낸 토기 오카리나로 연주를 하게 되었고, 1985년 그가 31세가 되던 해에 첫 앨범 <<Glory>>을 내게 된다.
이듬해인 1986년 그도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된다. 마침 NHK 특집프로그램 <<The great yellow river, 대황하>>에서 음악분야를 맡게 됨으로써 그렇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은 오롯이 그의 오카리나 연주곡으로만 장식되어 있다. 한마디로, 대히트였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황하’는 두고두고 나를 매료시켜 왔으며, 그의 <<대황하Ⅱ>>에 수록된 ‘춤추는 용(Dancing Dragon)’도 너무너무 내 감흥을 돋우곤 하였다.
자 ,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위 뮤지션들에 관한 웬만한 정보 등은 따로이 챙겨보시도록 애독자들 몫으로 남겨두련다. 대신, 이번 글을 적으면서도 수필작가인 나는 안타까움을 내내 느꼈다. 나 자신은 대한민국 현존하는 그 많은 수필작가들 가운데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만치 다작(多作)의 작가라고 믿고 있는데, 과연 내 손으로 “이 작품이야말로 나의 대표작입니다. ”라고 내세울 게 있을까 하고서... . 즉, ‘윤근택은 곧 OOO요, OOO은 곧 윤근택이다.’ 라고 내세울 작품이 과연 있을까 싶다는 말이다. 사실 내가 여태껏 적은 글의 제목만 모아도 수필집 한 권 분량은 될 터인데... . 그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에서 소개한 뮤지션들은 아주 대단한 이들이다. 유키 구라모토의 경우, 100만장도 넘게 팔렸다지 않은가. 아무튼, 분발할밖에.
프리미엄)
당해 블로거들께 양해 구하면서, 애독자들께 관련 뮤지션의 연주곡 하이퍼링크해 드림.
...소지로 (Nomura Sojiro) - 다큐멘터리 " 대황하 (The grea...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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