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훌륭한, 말 조련사들 이야기

윤근택 2015. 4. 9. 00:14

                

                                                  

                                                                  훌륭한, 말 조련사들 이야기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낮에는 이 직장의 동료이자 서양화를 그리는 이인 김 화백(畵伯)’한 테 잠시 푸념 아닌 푸념을 늘여놓게 되었다.

       김 화백, 오늘은 여태 글감을 챙기지 못했는데, 긴긴 밤 어떻게 경비실에 앉아 지내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무슨 묘안 없을까요?”

       그랬더니, 평소 교양과 지식이 풍부한 그가, 꽤나 훌륭한 글감을 하 나 건네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챙겨보라면서도, 그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요약본(?)으로 들려주었다. 나는 곧 아래 제 3()에 가서 그 이야기를 적으려 한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궁금 증을 더해 드리기 위해서라도 그리 하려 한다.

 

        1. []에 관한 일반적 사항

 

       말의 임신기간은 330~345(11개월)이며, 1회에 1마리만 낳는다. 경주마에는 앵글로노르만, 해크니, 아메리카 트로터 등이 있다. 승마에는 영국 원산 서러브레드’, 프랑스산 앵글로 아랍’, ‘아랍등이 있다. 말의 습성은 행동 모방성(다른 말이 달리면 자기도 달리는 등.), 집단성, 귀소본능, 공포성(겁 많음;초식동물인 관계로.), 정조성(貞操性; 특히 암컷은 함부로 이 놈 저 놈한테 몸을 허락지 않는단다. 속설에 의하면, 말은 6촌까지는 혼인하지 않는다고 한다.) 등이 있다. 인간이 길들이기에 용이한 동물이다. 해서, ‘순치(馴致; ‘말 길들이기에서 온 말임.)‘라는 말이 나왔다. 말은 기쁠 때, 화날 때, 고통스러울 때 등에 다양하게 감정표현을 한다. 초식동물인데다가 겁이 많은 동물이라 귀가 잘 발달되어 있고, 감정에 따라 귀를 세우거나 눕히거나 하는 정도가 달라진다. 가령, 화날 때에는 귀를 뒤로 약간 젖히고, 심한 자극을 받았을 적에는 귀를 머리 뒤로 아예 감춰버린다. 말은 움직이지 않고 서서 자기도 하고 누워서 자기도 한다. 현대마(現代馬)의 직계 조상은 에쿠우스(Equus)‘. 우리네 남자들 사이에 무척 큰 사물을 두고 하는 속된 말[], “영천(永川) 대말[大馬]!”이 있다. 예전 경북 영천에 가면, 사과 궤짝을 실은 달구지를 끌고 다니던 말이 많았고, 그 녀석들의 거시기가 대단히 큰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고장 사람들은 달리 풀이하곤 하였다. 영천에는 오일장(五日場)이 크게 서곤 했고, 그 장에 가면 인심들이 넉넉해서 []와 말[]이 좋다.‘에서 온 말이라고. 지면(紙面) 관계상 이 정도로 요약한다.

 

           2. 평강공주의 퇴역 군마(軍馬)

 

        평강공주가 부왕(父王)과 갈등을 일으키고서 반봇짐을 싸서 왕궁을 빠져나와 바보 온달이를 기어이 찾아간다. 그 다음   부터 이야기는 나의 기발표작 바보(2)’의 일부를 다음과 같이 자기표절하는 것으로 때우겠다.

<<고구려 평원왕(정식호칭은 평강상호왕이다.?~ 590)은 자식이 여럿 있었다. 그 가운데 평강공주는 어릴 적에 그렇게 잘 울 수가 없었다. 평원왕은 딸을 곧잘 놀려댔다.

네가 항상 울어서 내 귀를 시끄럽게 하니 커서는 좋은 데 시집 보낼 수 없겠구나. 자꾸 우니 바보 온달에게나 시집보내야겠다.

        바보 온달. 그는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성 근처에 살았다. 그의 얼굴은 비루먹은 당나귀처럼 파리하여 우습게 생겼다. 그는 집이 몹시 가난하여 밥을 빌어다가 앞 못 보는 모친을 봉양하였다. 온달은 항상 떨어진 옷과 해진 짚신을 신고 평양 시내를 돌아다녔고,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늘 명랑하게 웃으면서 받아 넘겼기에 사람들은 그를 바보 온달이라고 불러댔다. 그는 본디부터 바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세상을 달관했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싶다. 궁궐 밖 이야기가 임금의 귀에 들어갈 정도였으면, 그의 행동거지와 말투 등이 특이하기는 했을 터. 평원왕은 공주가 16세가 되자, 당시 권력을 가진 고씨 집안 아들과 혼인을 시키려고 하였다. 이에, 공주는 고씨 집안으로 시집갈 생각을 전혀 않았다. 평강공주는 실로 비범한 인물이었다.

       대왕께서는 항상 저를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시고서 이제 와서 어찌 다른 이에게 시집보낸다고 하십니까? 보통 사람도 거짓말을 하지 낳으려 하는데, 대왕께서 거짓말을 하신다면 누가 왕명을 따르오리까? 지금 대왕의 명령은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온달에게 시집을 가겠습니다.

        평원왕은 크게 역정을 내었다. 지난 날 농담을 했을 뿐이라고 하며,달래려 하였으나, 평강공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녀간 다툼 끝에 평강공주는 보따리를 싸서 금팔찌 등 패물을 들고 궁궐을 나서게 된다. 그리고는 수소문 끝에 온달의 집에 이른다.

        온달은 산에 느릅나무껍질을 벗기러 가고 없고, 앞 못 보는 그의 모친은 화장품 내음으로, 보드라운 손으로 이 귀한 처자(處子)의 신분을 눈치채고 한사코 배필이 될 수 없노라고 달래게 되는데 . 한편, 온달로부터도 내침을 당한 공주는 사립문 앞에서 몇 날을 버티게 되고, 끝내는 그의 아내 아니, 동거자가 된다. 평강공주는 자기가 들고 나온 패물 등을 팔아 농토, 노비, 우마, 세간 등을 사서 온달네를 금세 부자로 만들 수 있었다.

        평강공주는 온달한테 장에 나가서 말 한 필을 사오라고 하였다. 그녀는 말[]을 보는 눈이 뛰어났기에 신신당부를 하였다. 시장에서 파는 말을 사지 말고, 꼭 나라에서 파는 말을 사되, 병들어 백성에게 불하하는 군마(軍馬)를 사오라고 한 것이다. 착하디착한 온달은 색시의 말을 잘도 들었고, 열심히 말을 돌보아 서서히 군마 본디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평강공주는 동거남인 온달이 훌륭한 장수가 될 거라고 타인암시를 해주었다. 온달은 평강공주의 기대에 부응코자 글공부를 익히고, 말 타기와 활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33일 삼짇날에 낙랑 언덕에서 사람들이 모여 사냥을 하는 축제가 열렸다. 평강공주는 본디 사냥을 좋아하던 부친 평원왕한테 자기 남자인 온달의 무예를 한번 보여주어야겠다고 계획했을 법하다. 온달은 그 축제에서 가장 많은 짐승과 가장 큰 짐승을 잡아 왕한테 바쳤다. 왕이 그를 불러, 그대 이름이 무엇인고?하였다. 이에, 온달은 온달이라고 합니다.라고 고하게 된다. 평원왕은 크게 기뻐하며, 신료들에게 자기의 사윗감이라고 추켜올린다. 그 사냥대회는 장수를 등용하기 위한 장이기도 하였다. 온달은 장수로 뽑혔고, 평원왕은 그 뒷면에 영민한 자기 딸 평강공주의 지원이 있었음을 알아, 둘을 정식부부로 맺어준다.

        (중략)

    장군, 살고 죽는 것이 이미 결정되었는데, 이제는 돌아갑시다.”

 

그러자 관이 움직였다. 온달의 시신은 평양으로 옮겨졌고, 성대한 장례가 치러졌다. 영양왕도 이를 듣고 크게 슬퍼하였  다. 백성들도 고구려 영웅의 죽음 앞에 크게 슬퍼했다. 온달은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고구려의 위대한 장군으로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평강공주는 자신의 뚜렷한 의지를 갖고 삶을 스스로 개척하여, 바보라 놀림 받던 온달을 고구려의 영웅으로 변모시킨 현명한 아내이자 위대한 여성이었다. >>

 

3. 대학 일학년 때 교양영어책에 소개되었던 말

 

그 이야기기가 실화(實話)인지 작가에 의한 창작물인지는 알 길 없다. 그리고 그게 당시 ‘77학번(1977)’이었던 내가 읽은 거라, 그 글 제목은 떠오르지 않는다. 모르긴 하여도 ‘Fellow’ , ‘동료내지 동반자였을 것이다. 그 내용인즉, 이러했다.

우유배달부 노인이 살았다. 그 노인은 이른 새벽이면 애마(愛馬)와 함께 온 동네를 돌아다니게 된다. 달구지를 끄는 애마는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말은 노인이 우유배달을 하는 집 앞에 정확히 멈추어 서서 노인이 우유통을 배달하도록 돕는다. 언덕바지든 내리막이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벌써 수십 년째 노인과 노인의 애마는 함께 일을 해오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동고동락하던 사이.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뜻하지 않은 차량에 받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노인은 길가에 쓰러지고, 말은 울고, 수레는 찌  그러지고,우유통은 길바닥에 쏟아지고... . 행인들은 우르르 몰려들었다. 다들 웅성댔다. 그러는 사이에 경찰관들이 순찰차 경적을 울리며 달려왔다. 경찰관 가운데 한 경찰관이 노인을 검시(檢屍)하면서 군중들한테 던지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주민 여러분들, 여태 모르셨어요? 이 분 앞 못 보는 장님이네요. 이처럼 앞 못 보는 분이 어떻게 우유배달을 그 오랜 동안 탈 없이 해 오실 수 있었을까?”

 

       4. 1930년대 대공황으로 실의(失意)에 빠졌던 미국인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씨 비스킷(Sea biscuit)’

 

      사실 낮에 내가 직장동료인 김 화백한테서 들었던 이야기는 바로 씨 비스킷이다. ‘씨 비스킷이란, ‘선박에서 선원들이 즐겨먹는 비스킷을 일컫기도 하지만, 어느 특별한 경주마 이름이기도 하다.

 

     우선, ‘다음(daum)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소개된 걸 그대로 옮겨와 보자.

 

     <<1933년산 미국산 서러브레드종 미국 경주마. 6(1935~40) 동안 89차례의 경마에 출전해 33번 우승했고, 437,730달러의 상금을 받아 그때까지의 미국산 서러브레드종 말로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1942년 깨짐). 유명한 종마인 맨 오워의 새끼인 수말 하드 택과 암말인 스킹 온 사이에서 태어난 옅은 밤색의 수망아지인 시비스킷은 2, 3세 때에는 성장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1937년이 되자 1.814880에 뛰는 기록을 세웠고(이 기록도 결국 깨짐), 1938년에는 한 유명한 경마에서 전년도 서러브레드종 3세 마 종목의 트리플크라운을 받은(3관왕) 워 애드미럴을 물리쳤다. 시비스킷은 1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캘리포니아의 샌타아니타 핸디캡 경마에 마지막으로 출전해 우승한 뒤 은퇴해 종마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연합뉴스>> 김병규 가자란 분이 2003.11.3.자 적은 기사는 아래와 같다. 그분께 이처럼 전재(轉載)함에 관해 양해를 구한다. 사실 씨비스킷에 관한 많은 분들의 글을 두루 읽어보았으나, 그 가운데 김병규 기자의 아래 글이 종결어를 명사(名詞)로 처리하고, 수사법상 현재법내지 활유법을 쓰는 등 비교적 깔끔했기에, 한 때 기자 지망생이었던 이 수필작가의 맘에 쏙 들어,택했음을 덧붙인다.

      <<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미국인들에게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낸 경험은 21세기의 네 번째 해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까지도 더할 나위없이 자랑스러운 추억인 것 같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씨비스킷은 대공황기 미국인들의 역경 극복을 상징하는 경주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볼품없고 초라한 말 씨비스킷의 역경 극복기를 그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작은 기관차인 자동차가 차차 말을 대신하던 20세기 초반.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찰스(제프 브리지스)는 자동차 장사로 큰돈을 벌지만 바로 이어진 대공황으로 회사는 경영난에 처하고 설상가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어린 아들은 교통사고로 숨진다.

      때는 1932. 실업률은 50%에 육박하고 집과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길거리로 나앉았으며 사람들은 구호 식량을 받으러 길거리에 길게 늘어섰다. 아내마저 떠나 혼자 남겨진 하워드. 몇 년 뒤 그는 젊은 여자 마르셀라(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만나 재혼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경주마 씨비스킷을 구입한다.

     씨비스킷은 볼품없고 성질만 고약한 백전 백패의 경주마. 굽은 다리에 작은체구, 윤기 없는 갈색 피부를 가졌지만 찰스와 그가 고용한 베테랑 조련사 톰(크리스 쿠퍼)은 이 말에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랑으로 보살핀다.

   이들이 씨비스킷의 기수로 이들이 찾아낸 사람은 레드(토비 맥과이어)’라는 별명을 가진 빨강 머리의 청년. 싸구려 경마장을 전전하며 3류 기수로 밥벌이를 하는 레드도 불황기의 희생자. 평화롭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던 그는 사춘기의 나이에 집을 떠나 권투선수로 생활하다 한쪽 눈까지 실명당하며 잡초처럼 자랐다.

     세 사람의 도움으로 씨비스킷은 최고 승률의 명마로 이름을 날리며 전 미국인의 환호를 받게 된다. 하지만 당시 최고로 인정받던 경주마 제독(War admiral)’11 경주를 얼마 안 남기고 레드는 더 이상 말을 탈 수 없게 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게다가, ‘제독을 물리친 씨비스킷도 얼마 후 치명적인 인대 파열로 더 이상 경주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경주마의 성공 스토리 이외에도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다.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것은 이들의 이야기가 토비 맥과이어, 제프 브리지스, 크리스 쿠퍼 등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의 이름값 하는 열연을 통해 보이기 때문. 여기에 파고로 익숙한 라디오 진행자 윌리엄 H 메이시의 맛깔스런 중계가 양념으로 등장한다.

     말 사이에 위치한 카메라로 박진감을 높였으며 3500여 명을 동원해 사실감을 높인 경마장 시퀀스도 인상적인 레이싱 장면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하는 편. 다만 영화 속 인물들의 역경과 극복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 전반에 이들의 개척정신이 절대적인 선으로 깔려 있기 때문인 듯하다.

 

     정치코미디 데이브와 톰 행크스 주연의 등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플레젠트 빌로 데뷔했던 게리 로스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상영시간 139. 12세 관람가. (이상 김병규 기자의 기사임.)>>

      명색이 수필작가인 나. 하지만, ‘씨비스킷에 관해서만은 내가 더 보탤 이야기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수필작품을, 최근에 내가 주창(主唱)한 바 있는 꼴라주(collage) 형태의 수필로 만드는 것으로 만족해 한다. 대신, 이 글을 통하여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전해 드릴 메시지는 바로 이 것이다.

     말은 고대로부터 인간과 가장 친숙하게 지내왔던 동물이다.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순치(馴致)의 정도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 순치란, 교감(交感)을 갖게 되는 일. 그렇게 잘 길들여진 말은 전장에서, 논밭에서, 길가에서, 경마장에서 우리네 인간한테 이롭게 한다. 그러한데 그러한데... 대한민국 수필계에서 제 잘 났다고 망아지 같이 날뛰는 이 수필작가는 언제 길들여지려나 모르겠다.’

 

     작가의 말)

      나는 이 글을 통해서도 최근에 내가 주창(主唱)한 바 있는 꼴라주(collage) 형태의 수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사실 지식도 평준화 되어버렸다. “‘당신이 아는 거 나도 이미 다 알고 있어.“. 그러한 관계로, 작가는 재편집내지 재구성을 잘 하는 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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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