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첫사랑 만났던 그곳

윤근택 2015. 4. 22. 22:22

 

                                첫사랑 만났던 그곳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남매지(男妹池)’는 이곳 경산시에 소재하며, 커다랗고 유원지로 화려하게 변신한 저수지다. 이 남매지 바로 곁에 경산수녀원이 자리한다. 그곳 경산 수녀원에는 부설 대구어버이성경학교’ 4년 과정이 있다. 대구어버이성경학교에는 이곳 경산 여러 지역에 흩어진 천주교 본당 소속 교우(敎友)들뿐만 아니라, 인접한 대구직할시 여러 지역에 소재한 천주교 본당 교우들도 성경공부를 위해 매주 1회 모이곤 한다. 나도 그 과정 3학년이며 매주 목요일 낮에 한 차례씩 가곤 한다.

      담임선생님(?)황 마리스텔라수녀님. 명색이, 나는 대학물(?)까지도 먹어본 사람이지만, 그 수녀님처럼 권위 있고 화술 있으며 흥미로운 강의를 여태 들어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당신은 대단한 분이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당신은 카리스마가 있다. 수녀님의 강의는 귀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지만, 종종 가슴이 촉촉 젖어들게도 한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나는 종종 가슴에 와 닿았던 지난 시간 강의 내용 부분을 수녀님께 마치 프로 기사(棋士)처럼 복기(復棋)하는(?) 예도 있다. 그러면서 아부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수녀님, 도대체 박사 학위를 몇 개나 가지고 계셔요? 문학이며 철학이며 사회학이며... 게다가 세속적(世俗的) 사항까지 모르시는 게 전혀 없으시니... .”

     특히, 수녀님은 성경에 기록된 사항을, 묵상(黙想)에 묵상을 거듭하여 깨달은 거라며 들려주는 점이 늘 가슴에 와 닿곤 한다.

      지난번 강의 중에는 이러한 질문을 우리한테 던졌다.

      여러분, 예수님께서 무덤에서 사흘 만에 되살아나셨죠? 그런데 왜 당신이 묻혔던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래아 호숫가로 발길 향하셨을까요? 제자들을 에루살렘에서 만나고자 해도 될 것을.”

      그러자, 우리들 가운데 그 누구도 이내 그 이유를 알아맞혔다고 답하는 이가 없었다.

      수녀님은 대답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말씀을 이어갔다.

      여러분, 예수님한테 갈릴래아 호수는 도대체 어떤 곳이에요? 그곳이 곧 첫사랑을 만났던 곳 아닌가요? 여러분도 지난날 첫사랑을 만났던 곳에 한, 두 차례씩 찾아가게 되잖아요? 애인이 배신 때리고 떠났더라도 그곳에 말이에요.”

      수녀님은 세속적인 사항을, 마치 자신이 다 겼어본 듯 말씀하시는 것조차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어서, 성경 속에 그려진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엮고 계셨다.

       참말로 맞는 말씀. 고기 잡는 시몬(후일 베드로가 됨.) 형제로부터 시작된 예수님 당신의 제자들과 만남은, 예루살렘이 아닌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수녀님 말마따나 예수님 당신한테는 갈릴래아 호숫가가 온갖 추억이 서린 곳이었다. 예수님 당신은 그곳에서 제자들과 어울려 마시고, 대화 나누고, 울고 웃고 하셨다. 그러니, 수녀님 말마따나 다들 배신 때리고 뿔뿔이 달아났지만, 제자들을 하필이면그곳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듯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 .

       사실 무덤에서 사흘 만에 되살아났을 적에, 맨 처음 무덤 속이 비었음을 보게 된 이들은 제자들이 아닌 여인들이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그 여인네들한테, “내가 곧 그곳 갈릴래아 호숫가로 갈 터이니, 나의 제자들한테 일러 먼저 그곳에 가 있으라고 전하라.” 하셨다.

      우리네처럼 보통의 인간이라면, 야속하게 여길 터인데, 원망도 퍽이나 할 터인데, 웬수로(?) 여길 터인데... .

      마침 대구어버이성경학교는 갈릴래아 호수 같은 호수는 아니지만, 남매지를 면해 있는 곳. 나는 수녀님의 예수님께서 하필이면 갈릴래아호수로 향한 이유강의 대목에 이르러서는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느껴야만 했다. 아니, 눈물이 마구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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