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공진에 관해

윤근택 2015. 9. 5. 22:56

 

 

                          

                             공진(共振)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일전 빨랫줄을 갈고라는 수필작품을 쓴 적 있다. 그때 나는 그 글을 적기 위해 현수교(懸垂橋)’에 관한 자료도 제법 챙기고 있었는데, 낯선 어휘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공진(共振, resonance)’이 그것이다. 다소 뉘앙스의 차이는 있으나, 지난 날 물리 과목 시간에 배운 공명(共鳴)’과 같은 말임을 알게 되었다. 다소 이야기 전개 순서는 뒤바뀌더라도 공진으로 인한 사고 사례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애독자들께서는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에서 그 일부를 아래와 같이 그대로 베껴다 붙임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공진 사고 중에 가장 큰 사건은 1850년에 발생한 프랑스 앙제다리 붕괴 사고다. 길이 102m, 7.2m 현수교를 지나가던 병사들이 발을 맞춰 행진하면서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고 이로 인해 병사 483명 중 226명이 사망했다. 1940년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공진현상으로 인해 당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었던 현수교(853m)인 타코마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바람이 다리와 부딪히며 진동을 일으켰고, 이 진동이 점차 커지면서 공진현상으로 확산된 것이다.’

      공진의 개념은 이렇다. 우리네 몸을 포함한 모든 물체는 고유진동수를 갖고 있으며, 이 고유진동수와 똑 같은 전파나 파동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녔단다. 이처럼 특정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같은 진동수의 힘이 외부에서 가해질 때 진폭이 커지면서 진동의 속도와 압력 등 에너지가 극댓값이 되는 현상을 공진현상이라고 한다.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물체의 고유진동수 = 가해지는 힘의 진동수가 된다. 이 공진현상은 IT·환경공학·공조냉동건축·비파괴 검사·기계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각각 조금씩 달리 정의를 하지만, 그 근본은 같다.

        대표적 공진현상은 그네타기라고 한다. 그네에 오른 이가 그네의 흔들림 곧 고유진동에 맞춰 발을 폈다 구부렸다 하면 진폭 즉 오름이 최대한 커진다는 것이다. 이 공진현상을 실생활에 유용하게 응용한 사례도 많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자기공명영상(磁氣共鳴映像;MRI)촬영 장치. MRI는 물을 구성하는 수소 원자핵의 고유진동수와 똑같은 주파수의 진동을 일으켜 인체 내부를 촬영하는 장치다. 아울러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거나 TV 채널을 바꾸는 것은 공진현상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 공명현상을 이용해 각 방송국의 고유주파수와 일치하는 주파수를 선택해 방송을 수신하는 것이다.

      공진현상의 부정적 사례가 위 두 번째 단락의 내용이다. 공진은 물체의 진동수가 외부의 진동수와 일치할 때 각종 붕괴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됨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위와 같은 사고를 경험한 후 과학자들은 건물 등의 고유진동수가 일상의 진동수와 일치하지 않도록 설계를 한다고 한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한 걸음 성큼 더 앞으로 나아간다. 흔히들 쓰는 말이 있다. “그는 나와 같은 과()인 것 같아!”라는 말. 이는 상호간에 공진 내지 공명이 잘 이루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말인 셈이다. 주파수를 맞추면, 이내 그의 방송을(?) 들을 수 있거나 하는 상태를 두고 말한다고 해도 될 성싶다. 실제로 그러한 때에 쓰는 말은 따로 있다. ‘그와 소통이 잘 된다’, ‘그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자연과 교감(交感)을 나눈다. 본디 우리는 어느 누구와 뜻이 잘 맞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이는 금세 친해진다. 위에서 밝힌 공진의 개념 즉 특정 진동수를 가진 물체가 같은 진동수의 힘이 외부에서 가해질 때 진폭이 커지면서 진동의 속도와 압력 등 에너지가 극댓값이 되는 현상에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 그런데 새롭게 음미하는 공진의 개념으로 하여 내가 크게 반성해야 할 점 영 없지가 않음을 깨닫는다. 특정 주파수를 가진 내가, 남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진동수가 나의 그것과 같아지기만을 바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하고서... . 분명 물리학에도 동조회로(同調回路), 공진회로(共振回路), 복조회로(複調回路)니 하며 결코 자기 기준이 아닌 진원지(振源地)의 진동수에 맞추려는 장치가 있으니 말이다. 참말로,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채널만 잘 돌릴 줄 알았지, 여태껏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데 소홀했던 걸 크게 반성한다. 공진 내지 공명은 위에서 소개했듯 부정적 에너지도 지녔기도 하지만, 긍정적 에너지도 크게 가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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