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눈썹'에 관해

윤근택 2016. 3. 18. 00:34

                                     

                                          눈썹에 관해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봄이 되자, 밭이웃성호형님 내외가 낮 동안 복숭아전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 골짝 외딴 농막에서 겨우내 쓸쓸하게 지냈던 터라, 반갑기 그지없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막걸리와 부추김치를 꺼내 들고 그 복숭아밭으로 갔다.

형님, 새참술 마시고 합시더.”

해서, 봄볕 아래 나와 그들 내외는 둘러앉아 새참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바라본 성호형님의 얼굴모습이 전혀 딴판이었다. 그는 마치 숯검댕이를 바른 듯 눈썹 문신을 짙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 육십인 나보다 다섯 살 위인 그는 눈썹이 죄다 빠져 달아나, 남들로부터 문둥이처럼 보일세라, 그렇듯 부득이 눈썹문신을 하였다는 것이다.

나의 눈썹을 살펴보던 그들 내외는, 제법 새까맣고 숱이 많은 내 눈썹을 치켜세웠다. 사실 나는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할 적이면 눈썹도 정리해달라고 하곤 한다. 아직 온전하게 숱이 무성한 내 눈썹. 고마울 따름이다. 이 점 내 양친께 특히, 내 선친(先親)께 감사드려야 할 일이다. 열 두 남매 가운데 막내였던 당신은 말년까지 눈썹은 숱이 많았다. 열 남매 가운데 아홉 번째인 나도 예외는 아니다. 살아생전 당신의 눈썹이 그러했듯, 눈썹초리에 몇 가닥씩 호랑이턱수염 같이 길게 자란 눈썹오라기가 있다. 이러한 유전형질이 내 딸아이들 둘한테도 그대로 대물림되어, 녀석들 눈썹은 일품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녀석들은 눈썹화장만은 한평생 아니 하여도 될 듯한데... . 일찍이 어른들은 우리한테 어떤 이가 동기(同氣)가 많은지 적은지 여부를 눈썹숱으로 알 수 있다고 일러준 바 있다. 통설(通說)에 의하면, 눈썹숱이 짙으면 동기가 많고, 그 반대면 그 반대라고 한다.

눈썹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자니, 아련한 옛 추억 한 자락 다시 아니 떠올릴 수가 없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나의 첫수필집인 <<독도로 가는 길>>에도 소개한 바 있다. 나는 대학 일학년짜리였던 이십대 초반에 두 살 더 많은 숙녀와 첫사랑에 빠진 적 있다. 나와 그녀의 편지왕래와 만남은 군대생활 3년여까지 이어졌다. ‘하해탈같던 그 얼굴과, 그야말로 초승달 같던 그 눈썹으로 하여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둘은 서로 갈망했으되, ‘한 지붕 아래 살 수는 없게되었다. 지금은 그녀도 그 어느 곳에서 나처럼 늙어갈 테지. 세월에 내 모든 기억 희미해져갈지라도 그 눈썹만은 쉬이 잊지 못할 듯하다.

다음은, 눈썹의 기능을 함께 살펴보자. 애독자 여러분께서는 내가네이버 지식백과에서 그대로 베껴다 붙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눈썹의 주요 기능은 눈을 보호하는 것이며 이외에도 여러 가지 표정을 짓는데 눈썹이 사용됨으로써 의사소통과정에서 보조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눈썹의 주요 기능은 땀이나 비 등이 눈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눈썹의 활 모양과 눈썹 털이 난 방향 때문에 이마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눈으로 직접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돌아 흐른다. 눈 위의 뼈가 융기한 부분도 그 굴곡으로 위의 과정에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뼈가 융기한 부분과 더불어 눈썹은 태양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눈썹은 먼지나 작은 물질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세심한 감각을 제공해 눈 주위에 작은 벌레 등의 물질을 더욱 빠르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눈썹은 표정을 지음으로써 놀람이나 화남 등의 감정 표현을 더 강화시켜주는 기능이 있어 의사소통과정에서 보조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이목구비와 더불어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래서 눈썹을 정리하고 화장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이상 [네이버 지식백과] 눈썹 [eyebrow] (서울대학교병원 신체기관정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베껴옴.

 

이제 나의 이야기는 위의 마지막 단락에 적힌 사항 즉, ‘또한 이목구비와 더불어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래서 눈썹을 정리하고 화장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에 집중된다.

단언컨대, 현대 여성들 대개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란 게 평준화 내지 표준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무슨 억지논리냐고? 현대여성들 대다수가 아름다운 것은, 거의 화장발 덕분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헤어스타일이 좌지우지한다는 게 통설인데, 눈썹화장도 머리치장 못지않게 외모에 끼치는 영향 대단히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주치는 여성들 대개가 눈썹화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천연미인 내지 자연미인은 거의 없고 인조미인이 판치는(?) 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연예인이라고 하는 이들조차 찬찬히 살펴보면, 적게든 크게든 눈썹화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자연미인은 특히, 자연눈썹미인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은 셈이다. 대신, 서구여성들의 눈썹들은 시원시원한 예가 많음을.

이번엔 아름다운 눈썹 등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미(蛾眉)란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누에나방을 뜻한다. 누에나방은 가늘고 길게 굽어진 아름다운 눈썹을 지녔는데, 그러한 눈썹을 일컬어 아미라고 한다. ‘아미는 서양인들이 눈썹을 일컫는 말 ‘eye - brow’혹은 ‘brow’와 상통한다. 말 그대로 무지개(brow)처럼 생겨먹은 눈썹이 아름다운 눈썹이라는 뜻. 아미는 우리가 너무도 자주 쓰는 말초승달눈썹과도 통한다. ‘수양버들눈썹혹은 버들눈썹이란 말도 있다. 가늘고 긴 눈썹 또는, 그런 눈썹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이 말. 그러한 눈썹을 지닌 여성은 대개가 음탕하다는 속설(俗說)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안개눈썹이란 말도 있다. 숱이 적고 빛깔이 옅은 눈썹을 이른다. ‘눈썹씨름이란 말은, 잠을 자려고 눈을 붙이는 일을 비유하는 말. 살펴보면, 이밖에도 눈썹에 관한 이야깃거리는 많을 테지만, 이 즈음에서 생략키로 한다.

나는 위 첫 단락에서 소개했던 밭이웃 성호형님과 달리, 살아생전 눈썹문신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그러한 점 조상들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두 딸아이한테 숱이 많고 예쁜 눈썹을 물려주었기에 흐뭇하다. 녀석들은 거기에서 더 모양을 낼 생각이면, 거울 앞에서 족집게로 눈썹을 정리하면 될 터이니!

끝으로, 눈썹과 관련된 명언(名言) 하나를 독자 여러분께 들려드리며 두서없는 이 글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이 명언은 내 하나뿐인 동생이자 우리 열 남매 가운데 막내인 이가 즐겨 쓰는 말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눈이 높아도 눈썹 아래 달렸다.’

이를 패러디까지 하고서 글 맺음이 옳겠다.

그 어떤 여성이 제 아무리 예쁘다고 나부대도 눈썹화장을 아니 했을 턱이 없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