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련(93)
문장수련(93)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이번 호에는 전주에 사시는 ‘김학(金鶴)’ 수필가께서 e메일로 보내주신 어느 분의 글을 텍스트로 삼는다.
원문 읽기)
벤자민을 바라보며
꽃밭정이수필문학회 ㅇㅇㅇ
“용창아, 밥 먹었냐? 라면 끓여줄까?”
“괜찮아요. 식사하고 왔어요.”
“그러면 사과를 깎아줄까?”
올해 95세인 친구 어머니는 허리만 굽었을 뿐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고, 눈도 좋으며, 귀도 밝으시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면 간간이 친구 어머니를 찾아 아파트로 간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에 사신다. 아들 셋에 딸 셋 다복한 6남매를 두셨지만 홀로 사신다. 처음부터 아들 집에는 한 번도 계시지 않았다. 전에는 아버지도 계셔서 외롭지 않으셨겠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7~8년은 되는 것 같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큰아들은 상처로 재혼했으니 갈 수가 없고, 친구인 둘째아들은 대학 졸업 후 처음부터 서울에 산다. 대학교수인 셋째 역시 학교가 대전에 있으니 객지라고 안 가셨다. 큰딸은 서울에 살고 둘째딸은 이곳 전주에 살고 있으나 형편이 넉넉치 못하고 막둥이 셋째딸은 행방불명된 지가 10년이 지났으니 애달프기가 짝이 없다. 그래도 어머니는 내색을 하지 않고 세월호 침몰로 하늘나라에 간 꽃다운 학생들을 위하여 기도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는 25평정도 되는 것 같다. 방이 셋이나 되니 혼자 살기에는 넓은 편이나 아들들이 손주와 나타나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겠기에 친구가 마련해 드린 것이다. 응접실에는 나지막한 문갑이 있는데 그 위에 성경책과 성모 마리아상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안방에는 담요와 이불이 각이 지게 개어져 있다. 나는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휴거하실 준비가 다 되어 있구나!’ 라고 감탄했다. 나의 서재에는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어서 아내는 나에게 훗날 자식 고생시키지 말고 필요 없는 것 다 나눠주고 버리라고 한다.
대학시절에 만난 그 친구는 공부도 잘했하지만 노래도 곧 잘 부르고 입담이 좋아서 이야기도 구수하게 잘했다. 김추자의 ‘님아’는 지금 들어도 생기가 넘친다. 마당이 넓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친구의 집은 동서학동에 있었다. 팔복동인 우리 집과는 정반대에 있어서 거리가 멀었으나, 친구 집에 가면 우리 집같이 편안하여 자주 갔었다. 친구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했다. 그러기에 내가 안 먹어본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오래 토록 놀다 가라고도 하셨기에 좋았다. 하지만 그보다 친구의 막내 여동생이 중학생이었는데 어찌나 나한테 잘해주었는지 가는 날에는 친구도 질투할 정도로 왕자대접을 받았다. 그렇게 잘 지내다 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고 친구는 졸업 후에 군에 갔다. 세월은 많이 지났고 여동생도 결혼을 하여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는데 친구의 여동생 목소리였다. 나는 너무도 반가웠고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다기에 퇴근 후에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곱디고운 여동생의 손은 까슬까슬했다.
“오빠, 나 남편이랑 식당 해보려는데 돈이 좀 부족해서 그래. 오빠가 보증만 해주면 내가 돈 버는 대로 갚아나갈게.”
“얼마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3천만 원쯤. 우리 오빠한테는 절대로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돼요.” “그렇게나 큰돈을 빌리려고?”
나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렇다고 몰인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잘되겠지 생각하고 투자신탁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알아본 뒤에 보증을 해주었다. 사업도 잘되고 이자도 잘 입금하여 나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5년쯤 지나서 부도가 난 것이다. 부부간에 도피를 하는 바람에 내가 고스란히 피해를 당했다. 낙심하고 지내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전주에 내려와 있는데 만나자는 것이었다. 친구는 여동생이 내 이야기를 해서 이미 내가 채무보증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서 갚아준다고 했다. 친구는 그렇게 실천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나의 경솔한 행동이 친구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서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훗날 나의 보증 소식을 듣고 형제간에도 못하는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하셨다고 들었다.
여동생 옥희는 식당개업을 앞두고 큰 꽃나무를 싣고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그 나무는 엘리베이터 천장이 달 정도로 키가 컸다. 응접실 앞 베란다로 옮겼다. 잎이 윤기가 났다. 사철 푸르다고 했다. 나는 꽃나무 이름을 물으니 ‘벤쟈민’이라고 했다. 벤쟈민! 구약의 인물 중에 야곱의 12 아들 중 막내가 행운아라는 의미의 ‘베냐민’이 있는데 이름이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꽃집 사장은 벤쟈민은 공기정화식물로서 그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실내에 깨끗한 산소와 습기를 공급하고 유해물질은 흡수하니 가습기 한 대가 있는 셈이라는 것이었다. 벤쟈민이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조금 넘는 것 같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벤자민에게 다가가서는 물에 적신 화장지를 가지고 잎을 닦아준다. ‘오래오래 잘 살아라. 그리고 옥희도 어디에 있는지 엄마가 애타게 걱정하시니 한 번만이라도 왔다 가렴.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빚도 다 끝났을 텐데….’ 그동안의 나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 작년 겨울에 그렇게 어머니가 그리워하던 막내딸 옥희가 손자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참으로 감사했다. 나는 오늘 오후에 밭에 가자는 친구의 부탁에도 피곤하여 집에서 쉬었다. 베란다를 바라보니 벤쟈민이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화장지를 들고나갔다. 잎을 한 장 한 장 닦아주며 말을 건넸다. ‘너를 우리 집에 데려다준 옥희를 잊지 말아라. 서울 근교에 산다니 부디 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옥희가 보고 싶다.
(2017. 6. 5.)
윤근택 문장치료사의 문장치료)
벤자민을 바라보며
꽃밭정이수필문학회 ㅇㅇㅇ
“용창아, 밥 먹었냐? 라면 끓여줄까?”
“괜찮아요. 식사하고 왔어요.”
“그러면 사과를 깎아줄까?”
올해 95세인 친구 어머니는 허리만 굽었을 뿐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고, 눈도 좋으며, 귀도 밝으시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면,(☞쉼표 삽입! 절(節)과 절 사이에는 쉼표! )간간이 친구 어머니를 찾아 아파트로 간다. (☞‘아니, 더 솔직해지자면, 그분이 절친했던 내 대학 동기생의 어머니이신 관계로 자주 찾아가게 된다. 아니아니, 그분은 내가 색시로 삼고 싶었던 당시 어느 여중생의 어머니이신 관계로 자주 찾아뵙는다. 이를테면,장모님이 되실 뻔도 했다.’삽입! *글쓴이의 숨겨진 마음 솔직하게 표현. ‘아니’, ‘아니아니’ 점층적으로 표현! )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에 사신다. 아들 셋에 딸 셋 다복한 6남매를 두셨지만 홀로 사신다. 처음부터(☞ ‘당신’ 삽입! 여기서 말하는 ‘당신’은 삼인칭 극존칭임.) 아들 집에는 한 번도 계시지 않았다. 전에는 아버지도 계셔서 외롭지 않으셨겠지만, (☞쉼표 삽입! *쉬어야 할 자리에서는 마땅히 쉬어야 한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7~8년은 되는 것 같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큰아들은 상처(喪妻)로 (☞‘이제 막’ 삽입해보심이?)재혼했으니 갈 수가 없고,(☞선뜻 가기가 마뜩찮고,* 논리적임 문제! 아들이 재혼했다고 못 갈 이유는 없으니까! ‘이제 막’을 보탬이?‘단,‘이제 막’을 보태면,서로 익숙지 않음을 나타냄.) 제 막내’ 삽입하심이?)친구인 둘째아들은 대학 졸업 후 처음부터 서울에 산다. (‘해서, 그곳으로 가시기도 마땅찮다고 하신다.’삽입하심이?) 대학교수인 셋째 역시 학교가 대전에 있으니 객지라고 안 가셨다. 큰딸은 서울에 살고 둘째딸은 이곳 전주에 살고 있으나 형편이 넉넉치(☞넉넉지) 못하고,(쉼표 삽입!) 막둥이 셋째딸은 행방불명된 지가 10년이 지났으니 애달프기가 짝이 없다.(* ‘애달프기가 짝이 없다.’가 셋째딸 사정을 한정적으로 꾸미는 말인지 여부도 아리송하다. 그러니 이 부분 다시 다듬었으면 한다.☞‘10년이 지났으니... . 하여간 어머니의 사정은 이래저래 애달프기만 하다.’로 고치면 위 모든 독거(獨居)의 사정을 포섭하게 된다.) 그래도 어머니는 내색을 하지 않고 세월호 침몰로 하늘나라에 간 꽃다운 학생들을 위하여 기도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는 25평정도 되는 것 같다. 방이 셋이나 되니 혼자 살기에는 넓은 편이나, 아들들이 손주와 나타나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겠기에 내(삽입! * 구체화!) 친구가 마련해 드린 것이다. 응접실에는 나지막한 문갑이 있는데, 그 위에 성경책과 성모 마리아상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안방에는 담요와 이불이 각이 지게 개어져 있다. 나는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휴거하실 준비가 다 되어 있구나!’ 라고 감탄했다. 나의 서재에는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어서 아내는 나에게 훗날 자식 고생시키지 말고 필요 없는 것 다 나눠주고 버리라고 한다. (※ 이 부분이 본 단락 내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질적(異質的) 요소다. 단락 내 ‘통일성’ ‘일관성’의 문제! 하오니, 위 문장들과 결합력을 드높이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데, ‘어머니의 깔끔하고 소박한 생활을 볼 적마다 내 아내의 볼멘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등의 문구를 삽입하면 된다.)
쉬어가기)
단락의 네가지 원리
1) 통일성 : 한 단락 안에서 다루어지는 화제(topic)은 하나(oneness)여야 한다.
‘리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단락은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통일성은 단락 내에서 단 하나의 화제만 논함으로써 달성된다.”
2) 일관성 : 일관성(coherence)은 단락을 이루sms 여러 문장들이 긴밀한 결합력을 보이는 기본 성질을 뜻한다.
‘맥크리먼’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일관성이란, 충실한 결합을 말한다. 단락은 문장끼리 빈틈없이 짜이거나 서로간 자연스러이 결합되어 있을 때 일관성이 있다. 독자는 문장을 쉬이 차례로 읽어 나갈 수 있고, 단락을 독립된 문장의 혼집(混集)이아닌 하나의 통일괸 덩어리로서 파악한다.”
3)완결성 : 단락은 주제 또는 중심사상을 담은 부분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내용을 담은 부분으로써 완결된다. 주제문과 뒷받침문장으로 되어 있음을 말한다. 주제문은 대개 추상적 문장, 뒷받침문장은 대체로 구체적 문장으로 이뤄진다. 뒷받침문장은 이유제시·예증·인용·경험소개·상세화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4) 강조성 : 글에서 두드러지게 내용을 중시하여 진술하는 것을 강조성(emphasis)이라 한다. ‘와트’와 ‘브룩스’는 여러 방식의 강조성을 주장한다.
솔직한 강조·분립·반복·분량비·문체 등.
대학시절에 만난 그 어머니의 둘째아들이자 나의 친구인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 차례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고쳐본 부분임.)공부도 잘 했지만 노래도 곧잘 부르고 입담이 좋아서 이야기도 구수하게 잘했다. (‘그가 부르던’ 삽입!) 김추자의 ‘님아’는 지금 들어도 생기가 넘친다. 마당이 넓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친구의 집은 ‘동서학동’에 있었다. ‘팔복동’인(☞‘팔복동’에 자리했던) 우리 집과는 정반대에 있어서 거리가 멀었으나, 친구 집에 가면 우리 집같이 편안하여 자주 갔었다. 친구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했다. (☞나 있었다.) 그러기에 내가 (‘여태‘ 삽입!)안 먹어본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오래도록 놀다 가라고도 하셨기에 좋았다. (이하 새로운 이야기 전개되니 단락 바꾸고! * 위 ’쉬어가기‘에 적은 ’통일성‘ 재복습 바람.)
(‘사실 내가 그 댁을 뻔질나게 드나든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그 댁에는 친구의 막내 여동생이 살았다. 양갈래머리 여중생이었던 그녀.’ 삽입!)하지만 그보다 친구의 막내 여동생이 중학생이었는데 어찌나 나한테 잘해주었는지, (☞나를 잘 따랐는지‘)가는 날에는 친구도 질투할 정도로 왕자대접을 받았다. 그렇게 잘 지내다 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고, 친구는 졸업 후에 군에 갔다.(‘자연 우리는 왕래가 드물어지게 되었다. 그러고도’삽입!) 세월은 많이 지났고 여동생도 결혼을 하여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단락 바꾸고!)
그런데 어느 날 직장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는데 친구의 여동생 목소리였다. 나는 너무도 반가웠고( ☞반가웠다. 그녀는 느닷없이 한번 만나자고 했다. 내 젊음이, 내 못다 이룬 사랑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던가.퇴근하자마자 나는 그녀를 어느 음악이 흐르는 다방에서 만나게 되었다.)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다기에 퇴근 후에 만났다. (☜ 이 부분 빼심이?)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곱디고운(☞그 곱디곱던) 여동생의 손은 까슬까슬했다.
“오빠, 나 남편이랑 식당 해보려는데 돈이 좀 부족해서 그래. 오빠가 보증만 해주면 내가 돈 버는 대로 갚아나갈 게.”
“얼마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3천만 원쯤. 우리 오빠한테는 절대로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돼요.” (☞단락 바꾸기! 직접화법의 문장은 독립적인 한 단락으로 간주됨!)
“그렇게나 큰돈을 빌리려고?”
나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렇다고 몰인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잘되겠지 생각하고 투자신탁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알아본 뒤에 보증을 해주었다. 사업도 잘되고 이자도 잘 입금하여 나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5년쯤 지나서 부도가 난 것이다. 부부간에 도피를 하는 바람에 내가 고스란히 피해를 당했다. 낙심하고 지내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전주에 내려와 있는데 만나자는 것이었다. 친구는 여동생이 내 이야기를 해서 이미 내가 채무보증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서 갚아준다고 했다. 친구는 그렇게 실천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나의 경솔한 행동이 친구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서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훗날 나의 보증 소식을 듣고 형제간에도 못하는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하셨다고 들었다.
(☞ ‘그때’라는 어휘를 앞세워 보심이?)여동생 옥희는 식당개업을 앞두고 큰 꽃나무를 싣고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그 나무는 엘리베이터 천장이 달 (☞천정이 닿을)정도로 키가 컸다. 응접실 앞 베란다로 옮겼다. 잎이 윤기가 났다. 사철 푸르다고 했다. 나는 꽃나무 이름을 물으니 ‘벤쟈민’(☞‘벤자민’)이라고 했다. 벤쟈민!(☞벤자민!) 구약의 인물 중에 야곱의 12 아들 중 막내가 행운아(☞‘행운아’)라는 의미의 ‘베냐민’이 있는데, 이름이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꽃집 사장은 벤쟈민은(☞벤자민은) 공기정화식물로서 그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실내에 깨끗한 산소와 습기를 공급하고 유해물질은 흡수하니 가습기 한 대가 있는 셈이라는 것이었다. 벤쟈민이(☞벤자민이)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조금 넘는 것 같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벤자민에게 다가가서는 물에 적신 화장지를 가지고 잎을 닦아준다. ‘오래오래 잘 살아라. 그리고 옥희도 어디에 있는지 엄마가 애타게 걱정하시니 한 번만이라도 왔다 가렴.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빚도 다 끝났을 텐데….’ 그동안의 나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 작년 겨울에 그렇게 어머니가 그리워하던 막내딸 옥희가 손자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참으로 감사했다. 나는 오늘 오후에 밭에 가자는 친구의 부탁에도 피곤하여 집에서 쉬었다. 베란다를 바라보니 벤자민이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화장지를 들고나갔다. 잎을 한 장 한 장 닦아주며 말을 건넸다. ‘너를 우리 집에 데려다준 옥희를 잊지 말아라. 서울 근교에 산다니 부디 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문득,’삽입! ※비약적 문장으로 만듬.) 옥희가 보고 싶다.
(2017. 6. 5.)
윤쌤의 아이디어)
대체로, 이러한 글감의 글은 ‘추보식(趨步式) 구성’보다는 여타 방식을 취하는 게 효율적이다. ‘시점(時點;視點)’을 ‘벤자민 고무나무’에다 고정시킨 연후에, 과거(회상), 현재, 미래 등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시라는 뜻이다.
구성방법:
<내 아파트 베란다에는 ‘벤자민 고무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줄잡아 20년 수령(樹齡)의 벤자민은 커다란 화분에 심겨 자라고 있으며, 늘 넓고 푸른 잎이다. 사실 나는 그 벤자민 나무를 ‘훽’ 내다버릴까도 몇 번이고 벼른 적 있다. 그 나무에는 이러한 사연이 있다. → 내 절친했던 친구의 여동생이 나한테 특별히 선물해준 화분이다. →시간을 20여년 거슬러 올라가면,
‘동서학동’과 ‘팔복동’이 보이고, 그 ‘동서학동’엔 아리따운 여중학생이 보인다. 그 여학생은 ~~ 했다.
→ 내 친구 어머니는 ~~하였다.→ 내 친구 어머니는 요즘 ~~하다. → 아내는 내 속내를 빤히 알 수 없으나 나는 오늘도 벤자민 고무나무의 잎사귀를 행주로 반짝반짝 닦고 있다. → 사실 잘 되었으며 색시로 삼을 수도 있었던 옥희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에 관한 사항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벤자민 → 그 꽃말이 ‘변덕스런 사랑’이라고는 하나, 공기정화에 탁월하다고 하였으니, 그녀가 이 풍진(風塵) 세상일지라도 산소같이 살기를.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아름다운 노후를 누리기를... .>
(다음 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