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택 2017. 6. 11. 11:29

문장수련(96)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이번 호에는 전주에 사시는 김학(金鶴)’ 수필가께서 e메일로 보내주신 어느 분의 글을 텍스트로 삼는다.

 

원문 읽기)

 

트렁크

 

 

꽃밭정이수필문학회 ㅇㅇㅇ

 

 

 

 

 

스트레스를 심리학이나 생물학에서는 유기체의 기능을 교란시키거나 긴장이나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한다. 만일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강하여 방어능력이 상실된다면 심신장애나 정신적장애로 이어질 수가 있고 혈압이 오르고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문명이 발달되어 초고속 시대로 접어들수록 더욱 심화된다고 하니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건강유지에 중요한 필수요건이다. 원인으로는 참을성이 없다든가, 시간적으로 쫓기는 느낌에 휩싸인다든가, 지나친 경쟁을 한다든가, 일과 관련하여 마감시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등의 생활 속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가벼운 스트레스는 운동이나 명상, 독서를 통하여 치료할 수 있지만 심한 스트레스는 원인을 밝혀내고 심리적 치료를 필요로 한다. 때로는 환경이나 생활조건의 변화가 치료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음식으로는 고구마가 있는데 식이섬유가 많아서 오랫동안 포만감이 유지되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베타카로틴 성분이 있어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되는 과산화 물질을 제거하는 효소가 있다고 한다. 오렌지는 스트레스로 혈압상승과 함께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비타민C가 이를 정상적으로 돌려준다고 한다. 블루베리도 항산화재와 비타민C가 풍부하다고 한다. 당근은 충혈된 눈에 좋고, 시금치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조절하는 마그네슘이 풍부하다고 한다.

 

 

한 번은 직장에서 상사와 의견충돌이 생겼는데 서로 주장을 포기하지 않아 며칠 동안 이어졌다. 내가 근무하는 J대학교 캠퍼스는 넓은데 유일하게 보배처럼 요강도라는 동산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상사는 그 동산을 까뭉개 그 자리를 장차 건물 신축부지로 활용하고, 절토된 흙은 대학병원 신축부지 저지대에 매립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병원은 20km의 거리에서 흙을 가져오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나는 삭막한 캠퍼스에 동산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까뭉개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흙을 쌓아서 동산을 만들려면 까뭉개는 공사비의 수백 배가 들어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상사와 다투는 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서 하는 수 없어 기관장실에 올라가서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기관장은 상사를 불러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기관장은 상사의 설명을 듣고 나에게 양보하라고 했다. 나는 내 개인일이 아니고 학교 발전을 위하는 일이니 결코 양보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상사는 직원 편을 들어주면 나는 여기서 근무 못하고 중앙부처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 당시 상사의 H대학 친구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BH의 경호실장 J였는데 그는 학교안에 슬며시 소문을 퍼트려 자신을 과신하고 있었다. 기관장은 그의 육박에 그만 굴복하고 말았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었다. 내가 존경하는 기관장이라서 참으려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말단 직원인 나도 항변하는데 기관장이 굴복하다니. 그리고는 내려와서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농생대 뒤 축사가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갔다. 내가 힘들 때 간간이 찾아가는 곳이기도 했다. 계사에 가니 닭들이 꼬꼬댁 거리며 반겼다. 닭 모이를 주었다. 우사에 가니 송아지와 어미 소가 음~메 하며 가까이 다가와서는 혀를 빼물었다. 건초를 주었다. 소들은 우리에 갇혀 있는데도 불평하지 않고 평화롭게 보였다. 나보다 몇백 배 더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어떻게 참아낼까? 축사 난간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문득 트렁크가 생각났다. 트렁크를 열어보니 아직도 반쯤 남은 포도주가 있었다. 나는 포도주를 꿀꺽꿀꺽 마셨다. 흥분하여 마시니 적은 양인데도 취기로 얼굴이 화끈했다. 얼굴이 빨개져서 사무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어느새 다투었던 일을 잊고 마음이 편안했다. 울타리 너머로 산자락이 보였다. 저곳에 제2캠퍼스를 만들면 되는 것을. 질 것을 알면서도 왜 덤벼들었을까? 그때는 트렁크 속에 포도주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포도주가 없어도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 나이가 된 모양이다.

 

집에서도 나 하나 져주면 온 가족이 평화를 얻으니 조용히 산다. 하나님은 그런 나를 잘했다 칭찬하시겠지. 내가 그렇게 보존하려던 요강도 동산은 지금은 정보전산원 건물이 차지했다. 동산으로 남았으면 꽃동산을 만들고 둘레길에 시비도 세우고 게시판에 나의 수필도 붙여 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난날, 비록 내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고통을 감내하며 용감했던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그때의 트렁크 속의 포도주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명약이었다.

 

 

윤근택 문장치료사의 문장치료)

 

1. 충고

) 한 편의 수필작품이 문학성을 띠자면,

- 남다른 체험이 녹아있거나,

- 아주 사세(些細)한 사물도 놓치지 않고 파고듦으로써 거기서 삶의 새로운 지혜 또는 철학을 건져 올렸거나,

- 독자들로 하여금 지식의 보고(寶庫)’ 같음을 느끼게 하든가 ...

등등 해야 할 것이다.

- 요컨대, 밋밋해서는 곤란하고 반짝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 그런데 위 글에서는 위 )’에서 말한 바를 전혀 느낄 수 없다.

2. 위와 같은 글감을 제대로 요리하는(?) 방법

 

) 제재(제목)를 기왕지사 트렁크로 삼았으면, ‘트렁크에 얽힌 이야기로 시종일관 꾸려감이 좋다.

가령, 이렇게 전개해 나가면 된다.

 

< 나는 최근 승용차를 바꾸었다. 승차감이니 안전성이니 하는 것보다는 트렁크 즉 짐실이넓은 데다 초점을 맞추었다. 평소 트렁크에다 ~~한 것들을 비교적 정돈을 잘 하여 싣고 다니는 편이다. 해서, 내가 새로 산 승용차는 캠핑카 수준이다. 어디에다 차를 세워두고서, 보름가량은 먹고 마시고 잘 수 있는 상태이니! 이 모두 트렁크 넓음덕분이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나도 트렁크를 평소에는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가도 시골 고향댁에 가면, 내 양친이 바리바리 트렁크에다 곡식이며 과일이며 채소며 온갖 걸 실어 주곤 했기에 아주 유용하다.

나의 승용차의 트렁크는 간이 곳간인 셈인데, 막상 열고서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에 비어있으면, 왠지 마음이 허전해지는 이유를 잘 몰라 했다. .... 하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너무 상투적으로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비어있음은 곧 채워짐으로 닿게 되며, ‘채워짐은 이내비어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의 삶도 정말 그러할지니!

실제로 나한테 ~~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지난날 어느 대학교에서 ~~ 직책을 맡고 있었다. 상사와 ~~한 일로 의견충돌이 있었다. 해서, 마음 다스릴 길 없어 ~~한 마음도 잠시잠깐 먹어 보았다. 그러다가 홧김에 애먼 승용차의 운전석 문을 꽈당닫았다. 그것도 그 상사가 곁에서 보는 상태에서. 그래도 분을 삭이지 못해 이번엔 승용차의 트렁크를 열어젖혔다. 그랬더니 그 트렁크 안에 한 병의 포도주가 눈에 띄지 않겠나. 나는 잔()도 없이, 시쳇말로 나발을 불어댔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일순간에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포도주는 스트레스에 크나큰 도움이 되었던 게다. 아니, 내가 평정심(平靜心)을 되찾게 된 것은 트렁크 덕분이다.

기왕지사 이야기를 꺼냈으니, 잠시 스트레스에 관해 더듬고 넘어가자. (* 단락의 네 가지 원리 가운데 일관성통일성을 유도하는 문장임. , 단락 간 문장 간 결합력을 높여 긴장감을 줌.)다들 너무도 잘 아시겠지만,[ * 독자들로부터 무언(無言)의 양해를 구하는 상관어구임.]스트레스는 ~~ 하다.

이제금 다시 말하노니, 나는 승용차를 새 승용차로 바꾸었다. 새로 산 승용차는 트렁크가 유난히 넓은 게 특장점이다. 나는 그 트렁크 안에다 ~~한 것들을 가지런히 넣어두었다. 물론 그 가운데는 추억의 그 포도주 한 병이 없을 리 없다. 그 포도주병을 비우고 나면, 또 새로운 포도주병을 실을 것이다. ‘비움-채움-비움-채움...’으로 이어지는 우리네 삶. 마찬가지로, 내 승용차의 연료통도 비움-채움-비움-채움...’으로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그러니 내 여생을 살아가는 동안, 더 이상 화낼 일도, 안달할 일도 없으리니. >

 

) 제목을 포도주로 정해도 좋다.

) , ‘스트레스로 제재를 삼는 것은 삼가는 게 좋다.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가 될 듯해서.

 

3. 결론

 

어떠한 글감이든, ‘성실하게자기다운 글을 정성되이적는 게 중요하다.

, ‘성실성윌리엄 와트가 주장한 좋은 글 12개 척도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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