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택 2017. 6. 19. 20:16

 

 

                                  수필로 쓰는 수필론

                                       - 퉁가리론(-)-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수목은 그 뿌리 깊음 정도에 따라,‘천근성(淺根性) 수종심근성(深根性) 수종으로 대별된다. 버드나무류, 벚나무, 편백 등이 전자(前者)에 속한다. 소나무, 주목, 전나무 등은 후자에 속한다. 천근성 수목 가운데에서도 버드나무류는 홍수가 나면, 뿌리째 뽑혀 물 따라 흘러가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는 경향이 짙다. 그런가 하면, 물고기들도 종류에 따라 유영(遊泳)하며 주활동 영역으로 삼는 수심(水心)이 따로 있는데... .

 오늘은 민물고기들 가운데 퉁가리를 예로 들어, 이 글을 풀어가고자 한다. 소년시절까지 나와 바로 위의 형과 나의 동생, 셋은 협력하여 반두로 민물고기를 잘도 잡곤 했다. 내 고향 앞 용전천(龍纏川)’에는 고기가 많기도 하였고 그 종류도 다양했다. 납지리, 각시붕어, 갈겨니, 피라미, 돌고기, 꺽지, 미유기, 새코미꾸리, 수수미꾸리, 동사리, 쉬리, 퉁가리, 칠성장어, 갈겨니, 모래무지, 버들치... .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은 반두자루를 잡고, 한 사람은 고기 담을 종다래끼를 들고, 그리고 한 사람은 괭이로 조약돌을 긁어대고 하였다. 우리는 땅돌물바닥에 바짝 붙은 돌까지도 괭이로 알뜰히 긁어댔다. 그러면 미꾸라지와 퉁가리까지 반두 속으로 들어오곤 하였다. 이를테면, 저인망(底引網). 특히, 내가 오늘 다시 기억하는 물고기는 퉁가리다. 퉁가리는 땅돌 밑에 살곤 했다. 언뜻 생각하면, 몸을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을 듯한 그 땅돌. 심지어, 괭이로 뒤지면 흙탕물이 일기까지 하는 그 곳을 자기들 삶의 근거지로 삼고 있었다. 퉁가리는 비늘 없이 미끈거리는 살갗을 지녔고, 머리 앞에는 창()같이 아니, 굵은 바늘처럼 생겨먹은 두 개의 독침(毒針)을 지녔다. 자칫, 쏘이면 손이 그렇게 아릴 수가 없었다. 온 전신이 아리기도 하였다. 퉁가리는 이처럼 독을 품고 있다는 사실. 우리 형제들은 퉁가리 가운데에서도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이 독을 더 많이 지녔는지 육안으로, 경험으로 알고 지냈다. 최근에야 안 일인데, 퉁가리를 거의 일망타진하는 법이 따로 있다. 물바닥 돌에는 날도래또는 강도래라는 날벌레의 유충이 산다. 그 유충을 꼬네기라고 부른다. 그 유충은 특유의 냄새를 지녔는데, 그 유충을 미끼로 삼아 소위 사발놓기또는 사발묻이를 하면 된다는 거 아닌가. 그 유충들을 잡아 으깨서 큰 사발 또는 양푼이에 담고, 보자기를 씌운 후 퉁가리가 들어갈 수 있을 만치만 구멍을 뚫어, 야간에 물바닥에다 물바닥면과 같은 높이로 묻어두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독침이 있어, 배를 따는 등 뒷손질하기가 다소 어렵지만, 퉁가리는 썩 맛있는 민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내가, 명색이 수필작가인 내가 위와 같은 이야기로만 글을 맺을 성싶은가. 일반적으로, 독기를 품고, 저변(底邊)에 살며, 입이 큰 물고기가 맛있다고 한다. 쏘가리가 그러하고 메기가 그러하며 퉁가리가 그러하다. 이러한 물고기들은 비교적 생명력도 강하다. 반면, 물 상층부를 유영하는 피라미류는 낚이자마자 이내 숨을 거두고 만다. 왜 그러할까? 퉁가리를 비롯한 전자(前者)의 물고기들은 육식(肉食)이기에 입이 크다. 물바닥에 사는 꼬네기등 작은 생명체들을 포식하니, 자연히 단백질 등 영양분이 풍부할밖에.

  이제 문학 장르 가운데에서도 나의 장르인수필에만 국한해서 대입해보고자 한다. 요컨대, 나는 늘 퉁가리 속성을 지닌 수필작품을 늘 기대하나, 그러한 수필작품을 만나기가 어렵다. 연륜과 웅숭깊음이 묻어나는 수필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60,70,80대이면, 그 연세에 걸맞은 연륜과 웅숭깊음이 글에서 나타나야 하거늘... . , 나는 온 전신이 아릴 지경으로 톡 쏘는’, 퉁가리의 독샘 같은 수필작품을 읽어본 적도 드물다. 아름답기로 따지면야, 내가 해마다 여름이면 거의 환상적으로 파리낚시로 낚아대는 갈겨니가 최고다. 그 녀석들은 무지개빛 비늘을 지녔기에 하는 말이다. 하지만, 부유성(浮遊性)을 지닌 피라미류의 갈겨니는 이내 죽고 만다. 뿐더러 영양가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갈겨니들한테는 다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천박성(淺薄性)만을 지닌, 깊이라고는 눈 닦고 보아도 없는 수필작품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으로만 장식된 수필작품은 아름답지 못하며 오래 가지 못한다. 대체로, 여성 수필작가들 글에서 엿보게 되는 그외화내허(外華內虛)’를 꾸짖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한 글들은 위 첫 단락에서 소개한 천근성 수종인 버드나무류의 속성을 지닌 수필작품이라고 해도 되겠다.

 퉁가리처럼 심저(深底), 심저(心底)를 파고드는, 심저(尋底;바닥을 파고드는)의 수필작품 만나길 고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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