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택 2017. 7. 19. 17:31

문장수련(132)

 

 

벤자민을 바라보며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전 ○○

 

 

 

용창아, 밥 먹었냐? 라면 끓여줄까?”

괜찮아요. 식사하고 왔어요.”

그러면 사과를 깎아줄까?”

올해 95세인 친구 어머니는 허리만 굽었을 뿐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고, 눈도 좋으며, 귀도 밝으시다. 나는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면 간간이 친구 어머니를 찾아 아파트로 간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에 사신다. 아들 셋에 딸 셋 다복한 6남매를 두셨지만 홀로 사신다. 처음부터 당신 아들 집에는 한 번도 계시지 않았다. 전에는 아버지도 계셔서 외롭지 않으셨겠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어느덧 7~8년은 되는 것 같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큰아들은 상처(喪妻) (이제 막삽입해보심이?)재혼했으니 갈 수가 없고,(선뜻 가기가 마뜩찮고,* 논리적임 문제!) (‘삽입하심이?)친구인 둘째아들은 대학 졸업 후 처음부터 서울에 산다. (‘해서,그곳으로 가시기도 마땅찮다고 하신다.’삽입하심이?) 대학교수인 셋째 역시 학교가 대전에 있으니 객지라고 안 가셨다. 큰딸은 서울에 살고 둘째딸은 이곳 전주에 살고 있으나 형편이 넉넉치(넉넉지) 못하고,(쉼표 삽입!) 막둥이 셋째딸은 행방불명된 지가 10년이 지났으니 애달프기가 짝이 없다.(* ‘애달프기가 짝이 없다.’가 셋째딸 사정에 한정적으로 꾸미는 말인지 여부도 아리송하다. 그러니 이 부분 다시 다듬었으면 한다.‘10년이 지났으니... . 하여간 어머니의 사정은 이래저래 애달프기만 하다.’로 고치면 위 모든 독거(獨居)의 사정을 포섭하게 된다.) 그래도 어머니는 내색을 하지 않고 세월호 침몰로 하늘나라에 간 꽃다운 학생들을 위하여 기도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는 25평정도 되는 것 같다. 방이 셋이나 되니 혼자 살기에는 넓은 편이나, 아들들이 손주와 나타나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겠기에 (삽입!) 친구가 마련해 드린 것이다. 응접실에는 나지막한 문갑이 있는데, 그 위에 성경책과 성모 마리아상이 정갈하게 놓여 있고, 안방에는 담요와 이불이 각이 지게 개어져 있다. 나는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휴거하실 준비가 다 되어 있구나!’ 라고 감탄했다. 나의 서재에는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어서 아내는 나에게 훗날 자식 고생시키지 말고 필요 없는 것 다 나눠주고 버리라고 한다. (이 부분이 본 단락 내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질적(異質的) 요소다. 단락 내 통일성’ ‘일관성의 문제! 하오니, 위 문장들과 결합력을 드높이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한데, ‘어머니의 깔끔하고 소박한 생활을 볼 적마다 내 아내의 볼멘소리를 떠올리곤 한다.’ 등의 문구를 삽입하면 된다.)

 

대학시절에 만난 그 어머니의 둘째아들이자 나의 친구인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고쳐본 부분임.)공부도 잘 했지만 노래도 곧잘 부르고 입담이 좋아서 이야기도 구수하게 잘했다. (‘그가 부르던삽입!) 김추자의 님아는 지금 들어도 생기가 넘친다. 마당이 넓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친구의 집은 동서학동에 있었다. 팔복동(팔복동에 자리했던) 우리 집과는 정반대에 있어서 거리가 멀었으나, 친구 집에 가면 우리 집같이 편안하여 자주 갔었다. 친구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했다. (나 있었다.) 그러기에 내가 (‘여태삽입!)안 먹어본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오래도록 놀다 가라고도 하셨기에 좋았다. 하지만 그보다 친구의 막내 여동생이 중학생이었는데 어찌나 나한테 잘해주었는지, 가는 날에는 친구도 질투할 정도로 왕자대접을 받았다. 그렇게 잘 지내다 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고, 친구는 졸업 후에 군에 갔다. 세월은 많이 지났고 여동생도 결혼을 하여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는데 친구의 여동생 목소리였다. 나는 너무도 반가웠고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다기에 퇴근 후에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곱디고운(그 곱디곱던) 여동생의 손은 까슬까슬했다.

오빠, 나 남편이랑 식당 해보려는데 돈이 좀 부족해서 그래. 오빠가 보증만 해주면 내가 돈 버는 대로 갚아나갈 게.”

얼마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3천만 원쯤. 우리 오빠한테는 절대로 이런 얘기를 해서는 안돼요.” (단락 바꾸기! 직접화법의 문장은 독립적인 한 단락으로 간주됨!)

그렇게나 큰돈을 빌리려고?”

나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렇다고 몰인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잘되겠지 생각하고 투자신탁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알아본 뒤에 보증을 해주었다. 사업도 잘되고 이자도 잘 입금하여 나에게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5년쯤 지나서 부도가 난 것이다. 부부간에 도피를 하는 바람에 내가 고스란히 피해를 당했다. 낙심하고 지내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전주에 내려와 있는데 만나자는 것이었다. 친구는 여동생이 내 이야기를 해서 이미 내가 채무보증을 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서 갚아준다고 했다. 친구는 그렇게 실천했다. 나는 그런 친구를 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나의 경솔한 행동이 친구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서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했다. 친구의 어머니는 훗날 나의 보증 소식을 듣고 형제간에도 못하는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하셨다고 들었다.

 

(그때라는 어휘를 앞세워 보심이?)여동생 옥희는 식당개업을 앞두고 큰 꽃나무를 싣고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그 나무는 엘리베이터 천장이 달 (천정이 닿을)정도로 키가 컸다. 응접실 앞 베란다로 옮겼다. 잎이 윤기가 났다. 사철 푸르다고 했다. 나는 꽃나무 이름을 물으니 벤쟈민’(벤자민’)이라고 했다. 벤쟈민!(벤자민!) 구약의 인물 중에 야곱의 12 아들 중 막내가 행운아(행운아’)라는 의미의 베냐민있는데, 이름이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꽃집 사장은 벤쟈민은(벤자민은) 공기정화식물로서 그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실내에 깨끗한 산소와 습기를 공급하고 유해물질은 흡수하니 가습기 한 대가 있는 셈이라는 것이었다. 벤쟈민이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조금 넘는 것 같다. 나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벤자민에게 다가가서는 물에 적신 화장지를 가지고 잎을 닦아준다. ‘오래오래 잘 살아라. 그리고 옥희도 어디에 있는지 엄마가 애타게 걱정하시니 한 번만이라도 왔다 가렴. 이제 10년이 지났으니 빚도 다 끝났을 텐데.’ 그동안의 나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일까? 작년 겨울에 그렇게 어머니가 그리워하던 막내딸 옥희가 손자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참으로 감사했다. 나는 오늘 오후에 밭에 가자는 친구의 부탁에도 피곤하여 집에서 쉬었다. 베란다를 바라보니 벤쟈민이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화장지를 들고나갔다. 잎을 한 장 한 장 닦아주며 말을 건넸다. ‘너를 우리 집에 데려다준 옥희를 잊지 말아라. 서울 근교에 산다니 부디 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문득,’삽입!) 옥희가 보고 싶다.

(2017. 6. 5.)

 

 

윤쌤의 아이디어)

 

대체로, 이러한 글감의 글은 추보식(趨步式) 구성보다는 여타 방식을 취하는 게 효율적이다. ‘시점(時點;視點)’벤자민 고무나무에다 고정시킨 연후에, 과거(회상), 현재, 미래 등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시라는 뜻이다.

구성방법:

<내 아파트 베란다에는 벤자민 고무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줄잡아 20년 수령(樹齡)의 벤자민은 커다란 화분에 심겨 자라고 있으며, 늘 넓고 푸른 잎이다. 사실 나는 그 벤자민 나무를 내다버릴까도 몇 번이고 벼른 적 있다. 그 나무에는 이러한 사연이 있다. 내 절친했던 친구의 여동생이 나한테 특별히 선물해준 화분이다. 시간을 20여년 거슬러 올라가면,

동서학동팔복동이 보이고, 동서학동엔 아리따운 여중학생이 보인다. 그 여학생은 ~~ 했다.

내 친구 어머니는 ~~하였다.내 친구 어머니는 요즘 ~~하다. 아내는 내 속내를 빤히 알 수 없으나 나는 오늘도 벤자민 고무나무의 잎사귀를 행주로 반짝반짝 닦고 있다. 사실 잘 되었으며 색시로 삼을 수도 있었던 옥희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에 관한 사항 그녀의 분신과도 같은 벤자민 그 꽃말이 ~~하고, 공기정화에 탁월하다고 하였으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가 아름다운 노후를 누리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