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40'에 관해
‘WD-40'에 관해
윤근택(수필가)
어제 저녁 무렵, 또 그 별나빠진(?) 입주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나타났다. 그는 숫제 동네 구장이며, ‘삼동(三冬)의 염소’마냥 입 아니 되는 데가 없는 사람이다. 아울러, 그는 관리사무소를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하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그는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심어둔 아바타 내지 세작(細作)이다. 하더라도, ‘을(乙)’에 지나지 않은 우리는 늘 그의 말을 끝까지 묵묵히 들어주어야 한다. 이번엔, 자기 집 창문에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난다고 했다. 손수 창문의 도르래를 고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영선(營繕)과 전기를 맡은 나. 순간, 감(感)이 딱 잡혔다. 그 신통방통한 스프레이 형태의 약 한 통을 들고 따라 나섰으니... 그게 바로 ‘WD-40'이었다. 물론, 문제를 감쪽같이 해결하고 의기양양 돌아왔다.
‘WD-40', 그 숨겨진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헤쳐야겠다. 여기서 말하는 'WD'는 ’water displace'의 약자다. 즉, ‘물기 제거’를 위해 최초로 개발되었음을 뜻한다. 또, ‘40’은 1,2,3... 39 다음의 숫자를 의미한다. 즉, 시리물로 개발되었으나, 지난 시리물까지는 모두 실패작이었음을 뜻한다. 더 발전된 약제가 나오게 되면, ‘WD-41'라 이름을 붙이겠지만... . 육군 방공포병 출신이었던 내가 독자님들한테 덤으로 알려 드릴 게 있다.적군의 전투기는 구 소련의 개발자 ’미코얀‘과 ’구레비치‘의 이름 첫 자를 따서 ’MIG'라 부른다. 미그 15, 미그 17, 미그 19... 미그 35... 등으로 홀수로 나아가는 데 비해, 아군(我軍) 전투기는 F-4A,, F-4B, F-4C, F-4D 등으로 발전된 동일기종 형태를 알파벳으로 명명한다는 사실.
게을러터진 이 작가는,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이 글도 ‘꼴라주(collage)’ 형태를 취하고자 한다. <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베껴다 붙인 것이다.
<‘라슨’이 상상 이상의 다용도 제품을 발명하다.
1953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실험실에서 ‘로켓 케미컬사(社)’ 직원 세 명은 우주 산업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들은 39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해당 제품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항공 우주 계약사인 ‘콘베어사(社’)는 아틀라스 미사일의 부식 억제제로 사용하기 위해 WD-40을 구매하였으며 이윽고 다른 도매 주문들도 뒤를 이었다.
로켓 케미컬사(社) 직원들은 소량의 석유화학 기반 제품(WD-40)을 개인 용도로 집에 가져가곤 했다. 이를 알게 된 회사 창립자이자 화학자인 노엄 라슨(1923~1970)은 일반 대중에게도 WD-40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WD-40을 에어로졸 내에 주입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스프레이형 WD-40은 1958년 샌디에이고의 상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WD-40을 전혀 새로운, 상상할 수 없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1969년에 이르러서야 로켓 케미컬사(社)는 이 유명한 제품에 WD-40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WD-40은 본래 개발 의도와는 다르게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초기에 물기 방수제로 고안되었던 WD-40은 새로운 용도를 찾아낸 사람들에게 유용한 제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WD-40은 카펫에 붙은 껌 제거, 옷 사이에 껴버린 지퍼의 분리, 혹은 관절염을 위한 치료제(제조사들은 이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음) 등 다양한 용도로 우리 곁에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WD-40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2010. 1. 20., 마로니에북스)>
사실 별 기술도 없는 내가 때늦게나마 ‘아파트 전기 및 영선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공구와 약제 덕분이기도 하다. 흔히,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연장이 일을 한다.’는 말을 쓰는데, 옳은 말이다. 그 약제 가운데에서도 WD-40은 거의 만능이다. 가령, 유리전등갓이 아니 열려도 WD-40로 스프레이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다시 수필작가로 온전히 돌아와 앉은 책상맡. 저녁 무렵 내가 어느 세대에 가서 삑삑대는 유리창 도르래에 뿌려주어 인사를 듣도록 해준 WD-40한테 다시 감사드릴밖에. 아니, 그 약제를 개발해서 우리 인류에게 선사한 ‘라슨’한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