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WD-40'에 관해

윤근택 2017. 7. 21. 23:18

‘WD-40'에 관해

 

       윤근택(수필가)

 

 

        어제 저녁 무렵, 또 그 별나빠진(?) 입주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나타났다. 그는 숫제 동네 구장이며, ‘삼동(三冬)의 염소마냥 입 아니 되는 데가 없는 사람이다. 아울러, 그는 관리사무소를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하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그는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이 심어둔 아바타 내지 세작(細作)이다. 하더라도, ‘()’에 지나지 않은 우리는 늘 그의 말을 끝까지 묵묵히 들어주어야 한다. 이번엔, 자기 집 창문에 드르륵드르륵소리가 난다고 했다. 손수 창문의 도르래를 고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영선(營繕)과 전기를 맡은 나. 순간, ()이 딱 잡혔다. 그 신통방통한 스프레이 형태의 약 한 통을 들고 따라 나섰으니... 그게 바로 ‘WD-40'이었다. 물론, 문제를 감쪽같이 해결하고 의기양양 돌아왔다.

       ‘WD-40', 그 숨겨진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헤쳐야겠다. 여기서 말하는 'WD'’water displace'의 약자다. , ‘물기 제거를 위해 최초로 개발되었음을 뜻한다. , ‘40’1,2,3... 39 다음의 숫자를 의미한다. , 시리물로 개발되었으나, 지난 시리물까지는 모두 실패작이었음을 뜻한다. 더 발전된 약제가 나오게 되면, ‘WD-41'라 이름을 붙이겠지만... . 육군 방공포병 출신이었던 내가 독자님들한테 덤으로 알려 드릴 게 있다.적군의 전투기는 구 소련의 개발자 미코얀구레비치의 이름 첫 자를 따서 ’MIG'라 부른다. 미그 15, 미그 17, 미그 19... 미그 35... 등으로 홀수로 나아가는 데 비해, 아군(我軍) 전투기는 F-4A,, F-4B, F-4C, F-4D 등으로 발전된 동일기종 형태를 알파벳으로 명명한다는 사실.

       게을러터진 이 작가는,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이 글도 꼴라주(collage)’ 형태를 취하고자 한다. <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에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베껴다 붙인 것이다.

 

     <‘라슨이 상상 이상의 다용도 제품을 발명하다.

 

        1953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실험실에서 로켓 케미컬사()’ 직원 세 명은 우주 산업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들은 39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해당 제품의 개발에 성공하였다. 항공 우주 계약사인 콘베어사(’)는 아틀라스 미사일의 부식 억제제로 사용하기 위해 WD-40을 구매하였으며 이윽고 다른 도매 주문들도 뒤를 이었다.

 

      로켓 케미컬사() 직원들은 소량의 석유화학 기반 제품(WD-40)을 개인 용도로 집에 가져가곤 했다. 이를 알게 된 회사 창립자이자 화학자인 노엄 라슨(1923~1970)은 일반 대중에게도 WD-40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 WD-40을 에어로졸 내에 주입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스프레이형 WD-401958년 샌디에이고의 상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WD-40을 전혀 새로운, 상상할 수 없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1969년에 이르러서야 로켓 케미컬사()는 이 유명한 제품에 WD-40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WD-40은 본래 개발 의도와는 다르게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초기에 물기 방수제로 고안되었던 WD-40은 새로운 용도를 찾아낸 사람들에게 유용한 제품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WD-40은 카펫에 붙은 껌 제거, 옷 사이에 껴버린 지퍼의 분리, 혹은 관절염을 위한 치료제(제조사들은 이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음) 등 다양한 용도로 우리 곁에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WD-40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2010. 1. 20., 마로니에북스)>

 

       사실 별 기술도 없는 내가 때늦게나마 아파트 전기 및 영선 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공구와 약제 덕분이기도 하다. 흔히,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연장이 일을 한다.’는 말을 쓰는데, 옳은 말이다. 그 약제 가운데에서도 WD-40은 거의 만능이다. 가령, 유리전등갓이 아니 열려도 WD-40로 스프레이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다시 수필작가로 온전히 돌아와 앉은 책상맡. 저녁 무렵 내가 어느 세대에 가서 삑삑대는 유리창 도르래에 뿌려주어 인사를 듣도록 해준 WD-40한테 다시 감사드릴밖에. 아니, 그 약제를 개발해서 우리 인류에게 선사한 라슨한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