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Wanted(구인광고)

윤근택 2017. 8. 15. 07:28

* 적어도 이 정도는 미쳐야 예술가에요.


                                   Wanted(구인광고)

                                     - 여기 적힌 먹빛이-     

                                                                                                    윤근택(수필가)

 

    윌리엄 워즈워즈가 노래했죠.

  여기 적힌 먹빛이/희미해질수록/당신을 사랑하는 마음/희미해진다면/이 먹빛이 마름하는 날 /나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하략)’

   님께서는 이 별난 수필작가의 잔꾀(?)에 말려드셨군요. 이를테면, 님은 이전의 몇 몇 여성들이 저로 인해 겪었듯, 피해를 입은 피해자이신 겁니다. 본디 이 수필작가는 괴퍅해요. 숫제, 개구쟁이에요. 스스로 가슴에다 큰 물결 내지 큰 파랑을 한바탕 일으켜놓고 쩔쩔매게 될 다음 순간을 기다리고 즐기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런 다음 색달리 수습하여 한 편의 수필작품을 거뜬히 낚아올리곤 했지 않겠어요.

   글쎄 이번 해프닝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저는 셋째 누님뻘 되는 님께, 마치 펄펄한 나이의 총각처럼, 그가 내뱉을만한 글로, 사랑 고백하는 듯 편지를 적어 부쳤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내심 님으로부터 격려 또는 위로의 메시지 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죠. 그런데 영 방향이 틀어져버렸어요. 님께서 그 일로 말미암아 글짓기 스승으로 모시겠다던 애당초 약속 저버리고, 저한테서 훌쩍 천 리 만 리 달아나겠다고 선언하게 이르렀지요.

    퍽 유감입니다. 직접 만나서 건넨 말도 아니고, 영혼이 자유롭기만 한 어느 예술가가 적은 편짓글에 지나지 않거늘... . 사실 말이 꼬일세라, 님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면서도 여태 버튼도 아니 눌렀음에도... . 더군다나 님과 제가 각기 서로 먼 다른 성당에 다니기는 하지만, 하느님의 뜻만 좇아 살아가려는 교우(敎友)이지 않아요? , 이성(異性)으로서의 사랑 고백이 아니었음을 번히 아실 텐데... . 축구 경기장에서, 주심이 옐로우 카드없이 곧바로 레드 카드를 치켜 올리며 어느 선수더러  퇴장을 시키던 모습 상상해보세요. 그렇게 퇴장당하는 선수는 퍽이나 억울해하지 않던가요. 지금 제 심정이 그러해요. 물론 제가 치밀하게 꾸민(?) 일이었더라도요.

   , 수필작가인 저는 이 이야기를 마저 들려드린 후 님의 처분대로 순순히 따르기로 합니다. 저는 지난 날 물편에 무려 5년여 근무한 적이 있어요. 울릉 2, 영덕 2, 울진 1년 보태서요. 저는 틈만 나면, 이웃들 따라 갯바위 낚시를 가곤 했어요. 그들 말마따나 바다가 장판 깔아놓은 듯파도가 없는 날은 고기가 물리지 않았어요. 대신, 파도가 세찬 날은 의외로 굵고 퍼덕이는 물고기들이 잘 낚였어요. 그 이유인즉, 파로로 인하여 물밑 뻘이 한바탕 뒤집혀져야 물고기들의 먹이인 갯지렁이 등 벌레들이 활발히 움직이게 되고, 뻘 표면에 드러나기 때문이었죠. 게다가 플랑크톤도 활발히 움직이게 되니... . 그들은 그러한 자연현상을 물때가 맞다느니, ‘물이 확 바뀌었다느니 했어요. 그건 진실이었어요.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대구, 경산 지역은 올 여름에 비다운 비가 한 번도 내린 적 없어요. 그러다가 어제부터서야 비가 많이 내려요.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님으로부터 e메일로 저한테 작별선언을 받던 날 부터 말이에요. 곧 제 만돌이농원을 쓸어안고 흐르는 개울에 물이 불어날 테고, 황톳물이 잠잠해지면, 조약돌들이 형형색색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테지요. 제 언어도 함께 새롭게 나타날 테고요.

   유사한 사례는 또 있어요. 어른들은 늘 말하곤 했죠. 전국 어느 지역이 물난리를 겪어야 한 쪽은 풍년이 든다고요. 그런 거 보면 우리네 삶이란 요지경이에요.

   저는 지금 지난날 바닷가에서 경험과 만돌이농원 개울의 사례와 어느 지역의 물난리 사례를 님께 전해드리고 있어요. 이번의 해프닝은 분명 파랑(波浪)이었어요. 파란(波瀾)이었어요. 그러나 저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일로 말미암아 이렇듯 또 한 편의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까? 잔인하다고 여기실지 모르나, 님께서 겪는 이 고비를 잘 넘기셔야 해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시길. 제 결례(缺禮)를 단순한 결례로만 여기지 마세요. 사실 그런 거쯤이야 저를 나직 타일러 재발치 않도록 하셨어도 되었을 텐데요. 연장자답게, 친누님처럼요. 제가 우려하는 점은 정작 그게 아니에요. 님께서는 어제 성당에서 주님께 기도드리며 어떤 각오를 다졌다고 하시데요. 더 늙기 전에 자신의 삶을 책으로 묶으시려던 계획 취소하겠다느니 하시면서요. 아니 될 말씀이에요. 여지껏 잘 해오셨고 7, 8부 능선을 오르신 듯하고, 이은상 식으로 말하자면,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에요. 힘에 부쳐 정상에 오르시기가 힘들다 싶어 괜히 제 결례를 핑계삼아 도망가려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걸요. , 제 입으로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으나... .

   제가 몇몇 여류수필가한테 끼쳤던 영향에 관해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기로 하죠.

   20여 년 전, 저보다 10여 살 위인 분은 자신의 데뷔작이 실린 잡지를 보내왔더군요. , 그 잡지에 저는 수평선 너머로 띄우는 편지를 인기리에 시리즈물로 내보내고 있었지요. 그 데뷔작은 함량미달이었기에, 제가 지적을 했지요. 그랬더니, 그분은 밤새껏 펑펑 울었대요.

내가 다시는 글 쓰는가 봐라. 윤근택이란 인간 미워서라도... .’

   그러나 그분은 제 첫 수필집 400여 쪽을 끝까지 필사하여 문체를 익혔고... 그분은 지금 원로 수필가입네 중견수필가입네 비평가들한테서 칭찬받고 있더군요. 시간이 벌써 20여 년 흘렀는데, 엊그제 제 문장수련 시리즈물이 실린 어느 잡지를 읽고서, 그때 일을 회상하며 고맙다고 정중하게 전화까지 해왔더군요.

   , 저기 경북 의성의 농부 아내인 분. 그분은 몇 차례 자신의 습작 원고를 보내왔더군요. 저는 첨삭지도를 해드렸죠. 그분은 후일 어느 문학잡지에, 자력으로 데뷔를 했더군요. 그분 역시 제 수필집이 너덜너덜해질 지경으로, 제 문장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서 공부하였다고 하데요.   

     그밖에도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어느 연세 많은 사장이 있어요. 그분은 서점에서 제 두 번째 수필집 <이슬아지>를 구입해서 읽고, 글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자신의 원고를 무려 책 한 권 분량을 한꺼번에 부쳐왔던 겁니다. 저는 그분 때문에 혼쭐이 났어요. 그런 다음 저한테 의논도 없이, 어느 원로 학자가 발행인으로 지내던 수필전문지를 통해 데뷔했다고 사후에 보고하더군요.

   그 발행인한테 저는 윤근택 수필가님으로부터 지도 받았어요.” 하고 안심시킨 후에 그런 짓을 감행했다는 거 아녜요. 위 두 번째 수필가와 세 번째 수필가는, 또 다른 일로 제 눈 밖에 난 이들이기는 하지만... .

   제가 제법 장황히 적었네요. 사실 저 자신은 외롭다! 외롭다!’ 곧잘 앓고는 있지만, 전국 각처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저를 지켜보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그러니 저는 공인(公人)인 셈인데, 아무런 생각 없이 님한테 애정구걸을(?) 했겠냐고요? 취중진담이란 거 모르세요? 제가 취중에 돋보기안경까지 끼고 그렇게 광인(狂人)처럼 님께 e메일 보냈다는 거 한번만이라도 뒤집어 생각할 수 없겠냐고요? 사실 저는 수필작품을 쓰되,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한테 맨 먼저 보여주기 위해 쓰곤 해요. 그러기에 열정이 더해졌던 겁니다. 즉 모델이 있어 왔다는 이야기에요. 지금의 그 모델은 님이시지요. 지금은 울산에 사는, 의누님도 그 모델 중 한 분이에요. 그분은 몇 해 전에 저한테 약 올리는(?) 전화를 해주셨더군요.

  윤 작가, 돌려주지 않을 겁니다. 그때 그 많이 적어왔던 육필 연애편지 아직 나는 다 간직하고 있는 걸!”

   그분은 30여 년 동안 저를 그렇게 지켜보고 계신다는 거 아네요. 그리고 그때 일을 수시로 추억하고 있대요. 정작 그분은 당시 한 해 한 통 정도씩 연하장만 부쳐왔지만, 제 연애편지 아니 습작은 그분한테 그렇게 많이 간직되고 있으니... . 그분도 이 수필작가를 수필작가로 꽤나 키워준 은인인 셈이죠.

   이제 저는 님께 권해봅니다. 글 스승과 제자 사이가 아닌, 문우(文友) 사이였으면 좋겠다고요. 위에서 소개했듯, 이번의 해프닝은 평온했던 님의 가슴을 온통 흔들어놓고만 풍파 정도로만 여기세요. 참말로, 님이 원치 않은 언어폭력이었으니, 앞으로 조심할 게요.

   언제고 영혼이 자유로운 이이길 바라는 저에요. 해서, 이번에는 님께 앞으로 만드실 수필집에 관한 설계도(?)를 나름대로 만들어 보았어요. 이 글과 함께 부쳐드려요. 크게 참고하시길. , 이미 며칠 전 님의 다음 카페도 만들어 두었어요. 제 선배한테 자문을 구해 좀 더 이쁘게 꾸며서 님께 바칠 겁니다.

   끝으로, 님의 문운(文運)을 주님께 빌어드리겠어요. 마침 내일이 성모님 대축일이에요. 퇴근해서, 머리 염색도 하고 양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아내와 함께 성당으로 갈 겁니다. 님께서도 주님께 제 평화를 빌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추신)

 

  남이 쑥떡같이 이야기 하여도 찰떡같이 받아들이면 되어요.

  어느 예술가와 그가 빚은 예술작품을 도덕적 잣대로 재어서는 아니 되어요.

 

* 이 편짓글에 어울리는 음악 듣기

 

                     어때요?

                    이처럼 늘 소녀같은 맘이니 제가 자주 상처받죠.

                   한번 노래 들어보세요.

                   이수영의 그리고 사랑해 노래듣기(뮤직비디오) 2016.11.17

                   이수영 덩그러니 듣기 가사 2017.03.20 


   * Wanted(구인광고)

 

    다시 외로워져서 아니 되겠어요. 급구(急求)에요.오랜 경험상, 날아간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더군요. 빈 둥지만 남기고서요.

 

모집 분야 : 수필창작 고급반, 심화반

모집 인원 : 5명 안팎

수강료: 수필 1편당(12~15) 첨삭지도료 오만원 (단, 10대와 20대한테는 무료봉사)

ㅇ 강의 방법 : 대면 없이 오로지 e메일 주고받기

연령 제한 : 50세 이하

성별 제한 : 남성만(여성 제외)

특전: 소정의 수강 후(2~3), 강의자 맘에 들면, 곧바로 문학잡지로 수필가 데뷔 100% 보장

접수처 : 아래 본인의 블로그,카페 등 참조바람

기타사항 : 본 광고(?)의 광고노래 듣기

                          The Dooleys(둘리스) - Wanted(원티드)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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