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저지를 테요
또 저지를 테요
윤근택(수필가)
한 때 내가 알았던 여류시인은 노래하였어요.‘사랑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하고서요. 이 아침, 문득 그의 그 시구(詩句)를 다시 떠올리자니, 너무도 멋있고 의미심장해요. 참말로, 그 노래는 시인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듯해요.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아요? 실연한 이는 찾아든 허허로움을 채우기 위해 곧바로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게 된다는 것을요.
나는, 우리네 수필사(隨筆史)가, ‘윤근택 수필가의 60대 초반에 가장 영향을 끼친 여인’으로 당신 이름을 기록하기를 바라고 있지요. 참말로,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당신이야말로 내가 60대 초반일 적에 가장 영감(靈感)을 많이 준 여인입니다. 당신은 당시 70대 할머니셨습니다.
하여간, 저질러야 합니다. ‘저지름’은 ‘지르다’에서 온 말이어요. 사전적 의미로‘지르다’는‘(불 따위가) 붙게 하다’는 뜻입니다. 불도 질러야 하고, 염장도 질러야 하며, 소리도 질러야 해요. 나는 또 다시 허허롭기만 하여요. 해서, ‘Wanted’란 제목의 구인광고도 이미 인터넷 매체에 낸 상태여요. 함께 문학의 길, 아니 수필의 길을 걸을 젊은 남성을 찾고 있어요. 그야말로 기린아(麒麟兒)를 찾고 있어요.
나는 거의 매일 헛헛한 맘속을 채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 한 편의 수필작품을 쓰게 되어요. 그러면 채워질 듯했던 가슴속이 외려 다시 휑하니 비곤 해요. 그러면 다시 글감을 찾아요. 이러는 게 선순환(善循環)인지 악순환(惡循環)인지는 모르겠어요. 일종의 금단현상 같은 거.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지는 ... .
하여간, 나는 매일매일 새롭게 저지를 수밖에 없어요. 뭣이든 깨고 부수고 세우고 넘어뜨리고를 거듭거듭 할밖에요. 해서, 이번에는 15년여 고치지 않고 지내왔던 나의 5평짜리 컨테이너 농막(農幕)도 획기적으로 개선코자 하여요. 2층으로 올리되, 네 개의 벽면을 거의 유리벽으로 만들고자 해요. 그러면 저기 경산시 지정 등산로이며 명산으로 알려진 ‘선의산(仙義山)’의 풍광을 맘껏 내다볼 수 있겠지요. 삼태기 같이 생겨먹은, 아니 포란형(抱卵形)인 선의산 산자락은, 이 철딱서니 없는 수필작가를 포근히 안아줄 테지요. 이 모든 저지름이, 당신을 뜻하지 않게 잃고 만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당신은 나의 은인이십니다. 나를 또 새롭게 변화시키고, 또 새롭게 저지르게 한 분이시니까요.
먼 뒷날, 어쩌다가 당신께서 길 엇들어서라도 좋으니, 수필작가 윤근택의 쉼터이며 작업공간인 이 농막으로 한 번 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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