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또 저지를 테요

윤근택 2017. 8. 31. 07:24

 

 

 

 

                                             또 저지를 테요

 

 

 

                                                                                        윤근택(수필가)

 

 

 

한 때 내가 알았던 여류시인은 노래하였어요.‘사랑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하고서요. 이 아침, 문득 그의 그 시구(詩句)를 다시 떠올리자니, 너무도 멋있고 의미심장해요. 참말로, 그 노래는 시인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듯해요. , 그런 말이 있지 않아요? 실연한 이는 찾아든 허허로움을 채우기 위해 곧바로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게 된다는 것을요.

 

나는, 우리네 수필사(隨筆史), ‘윤근택 수필가의 60대 초반에 가장 영향을 끼친 여인으로 당신 이름을 기록하기를 바라고 있지요. 참말로,얼굴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당신이야말로 내가 60대 초반일 적에 가장 영감(靈感)을 많이 준 여인입니다. 당신은 당시 70대 할머니셨습니다.

 

하여간, 저질러야 합니다. ‘저지름지르다에서 온 말이어요. 사전적 의미로지르다‘(불 따위가) 붙게 하다는 뜻입니다. 불도 질러야 하고, 염장도 질러야 하며, 소리도 질러야 해요. 나는 또 다시 허허롭기만 하여요. 해서, ‘Wanted’란 제목의 구인광고도 이미 인터넷 매체에 낸 상태여요. 함께 문학의 길, 아니 수필의 길을 걸을 젊은 남성을 찾고 있어요. 그야말로 기린아(麒麟兒)를 찾고 있어요.

 

나는 거의 매일 헛헛한 맘속을 채우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 한 편의 수필작품을 쓰게 되어요. 그러면 채워질 듯했던 가슴속이 외려 다시 휑하니 비곤 해요. 그러면 다시 글감을 찾아요. 이러는 게 선순환(善循環)인지 악순환(惡循環)인지는 모르겠어요. 일종의 금단현상 같은 거.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지는 ... .

 

하여간, 나는 매일매일 새롭게 저지를 수밖에 없어요. 뭣이든 깨고 부수고 세우고 넘어뜨리고를 거듭거듭 할밖에요. 해서, 이번에는 15년여 고치지 않고 지내왔던 나의 5평짜리 컨테이너 농막(農幕)도 획기적으로 개선코자 하여요. 2층으로 올리되, 네 개의 벽면을 거의 유리벽으로 만들고자 해요. 그러면 저기 경산시 지정 등산로이며 명산으로 알려진 선의산(仙義山)’의 풍광을 맘껏 내다볼 수 있겠지요. 삼태기 같이 생겨먹은, 아니 포란형(抱卵形)인 선의산 산자락은, 이 철딱서니 없는 수필작가를 포근히 안아줄 테지요. 이 모든 저지름이, 당신을 뜻하지 않게 잃고 만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당신은 나의 은인이십니다. 나를 또 새롭게 변화시키고, 또 새롭게 저지르게 한 분이시니까요.

 

먼 뒷날, 어쩌다가 당신께서 길 엇들어서라도 좋으니, 수필작가 윤근택의 쉼터이며 작업공간인 이 농막으로 한 번 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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