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근택 2017. 10. 5. 16:28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내 둘레에서 가끔 이렇게 말하는 이가 있다.

이 얼마나 좋은데요.”

이라 ...... 이 무얼 뜻하는지 오늘은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펜촉, 화살촉 따위에서 말하는, 뾰족한 끝을 나타내는[]’을 일컫는 말일까? 아니면, ‘한 촉의 난()’ 등에서 말하는, 포기 수를 나타내는 ()’을 두고 하는 말일까? 또 그것도 아니라면, 곤충의 더듬이를 나타내는 촉각(觸角)을 두고 하는 말일까? 그런데 놀랍게도, 그 말 가운데 쓰인, 전구의 밝기를 나타내는 ()’즉 촉광(燭光)에서 온 말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센스나 눈치가 빠른 걸 전구의 밝기에 비유한 말이라는 걸. 어쨌든, 좋다. 센스나 눈치가 빠른 사람은, 촉광도 밝지만[]’도 빼어나며 촉각도 빼어난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제 내 이야기는 동음이의어인 으로 조심스레 옮겨간다.

우선, 물체의 뾰족한 부위를 일컫는 촉부터 다루어야겠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하늘이 내린 벌로만 여겨졌던 번개로부터 인류를 안전하게 해준 피뢰침(避雷針)이 촉으로는 으뜸인 듯하다. 참말로,그건 뾰족한 촉이다. 그 피뢰침은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이자 미국 독립선언문 기초를 닦은 벤자민 플랭크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이 인류 최초로 발명한 걸로 공식 기록한다. 그는 어린 아들과 함께 필라델피아의 크아이스트 교회 철탑에서 연날리기로 실험하여, 번개가 신의 노여움이 아니라 전기라는 이론을 정립한다. 그때 그는 연실 끝에 매단 작은 쇠붙이로 인하여 연실이 빳빳하게 바로 서는 걸 아들과 함께 똑똑히 보게 된다. 그가 피뢰침을 고안해 낸 이후 그가 죽자, 1790년에 자트 튀르고라는 이는 아주 유명한 말을 남긴다.

그는 신으로부터 번개를 빼앗았고, 폭군들로부터 왕홀(王芴)을 빼앗았다.”

플랭크린은 100달러짜리 미국화폐에 초상화로 남아 있다는 사실. 하여간, 플랭크린은 전기를 아주 민감하게 받아내는 뾰족한 촉을 고안해냈다.

다음은, ‘더듬이로도 풀이되는 촉인안테나(antenna)’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금속성을 띤 그 많은 종류의 안테나는, 절지동물이나 갑각류의 더듬이에서 응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민하게 전파를 송수신하는 안테나. 그러한 안테나의 고안이 없었더라면, 나는 무척 즐겨하는 클래식 음악조차 F.M. 라디오를 통해 듣지 못하리. 더 흥미로운 안테나가 있는데, 바로 크루즈미사일(Cruise Missile; 순항미사일)과 로켓미사일에 달린 그것들이다. 그 안테나는 미사일 몸체 옆구리에 달려 있다. 그 미사일은 마치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가끔 입는 트레이닝 바지의 바짓가랑이 옆에 붙은 띠처럼 생겨먹었다. 혹은 미사일 거죽에 길게 키 높이로 철자[鐵尺]를 붙여놓은 걸로 연상해도 좋다. 사실 나는 젊은 날 군대생활을 하는 동안, 육군 방공포 사수였던 관계로, 그 안테나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뿐더러, 방공포병학교에서 교관으로부터 그 안테나의 흥미로운 기원도(?) 알게 되었다. 바로 전갱이 등 회유성(回遊性) 물고기의 안테나에서 응용되었다는 거.

여기서 잠시, 회유성 물고기에 관해서도 더듬어보고 넘어가기로 하자. 물고기가 회유하는 이유에 따라, 산란성 회유·먹이찾기[索餌] 회유·생육회유 등으로 갈라진다. 나더러 먹이찾기 회유의 대표적 어종을 소개하라면, 전갱이다. 그것들은 플랑크톤이 많은 곳으로 쉽게 이동한다. 그렇게 이동하는 전갱이를 먹이로 삼는 가다랑이와 부시리는, 그처럼 회유하는 전갱이따라 먹이찾기 회유를 한다. 내가 젊은 날 울릉도에서 2년여 살 때에는 밤마다 전갱이낚시를 참말로 즐겼는데, 그 전갱이는 고등어처럼 생겼으나, 고등어와 특별히 다른 점이 있었다. 전갱이의 양 측면에는 길게 가시가 촘촘 박혀 각각 띠를 이루고 있었다. 해서, 목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녀석들을 만졌다가는 큰일 나는 수가 있었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역린(逆鱗)을 떠올려 보아도 되겠다. 그런데 그런데 ... . 그 가시줄이 그저 호신용으로만 쓰였던 게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내 이야기는 위 단락으로 회유(回遊)한다. 바로 위 단락에서 이야기했던 그 전갱이의 가 안테나였다는 거 아닌가. 회유성 물고기들은 저마다 그처럼 독특한 안테나를 지녔고, 그 안테나를 작동하여, 수온·수압·조류(潮流프랑크톤의 양 등등의 정보를 취득하면서 회유한다고 한다. 그 놀라운 사실을 알아낸 과학자들. 그들은 회유성 물고기의 안테나를 응용하여 미사일의 몸체에다 쇠자[鐵尺]처럼 생겨먹은 레이더를 갖다 붙이게 되었다. 고도(高度)와 비행속도와 비행방향 등을 자유자재로 입출력하고 감지하는 그 안테나. 하여간, 회유성 물고기의 안테나든 미사일의 안테나든 그것들도 빼어난 촉 내지 촉각이다.

다다음은, 곤충들 이마에 난 더듬이 이야기다. 사실 그 더듬이의 쓰임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지만... . 어린 날 달팽이를 잡아, 그 뿔 더듬이를 골려준 일이 많았다. 손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이내 옴츠리곤 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즐겨먹는 다슬기도 두 개의 뿔 더듬이를 지녔는데, 그것들도 외부의 자극에 그렇게 민감할 수가 없다.

이제 내 이야기를 정리할 단계다. 사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내가 무슨 이야기로 글을 맺을지조차도 이젠 다 아실 것이다. 이 또한 예술가가 멀리해야할 매너리즘이긴 하지만... .

요컨대, 작가는 예민한 촉각 즉 더듬이를 지녀야 한다. 그 더듬이에 어떠한 글감이 닿기만 하면, 이내 글로 만들어버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나는 항시 내 더듬이를 소중히 여긴다. 어떤 글감이라도 내 촉수(觸手)에 닿기만 해 봐라 하며 벼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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