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나의 도끼는 녹슨 쇠도끼여요

윤근택 2017. 10. 15. 13:44

 

 

 

 

 

 

 

 

 

                  

 

 

                     나의 도끼는 녹슨 쇠도끼여요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사랑하는 당신,

  나는 오늘 매트 몬로(Matt Monro,영국, 1930~1985)’수요일의 아이를 들어요. 당신도 아래를 클릭하시어 들어보세요.

Wednesday`s Child - Matt Monro

  그 노랫말 가운데에는 이런 소절이 들어 있어요.

  ‘수요일의 아이는 슬픈 아이죠./수요일의 아이는 외로움에 운다고 합니다./당신이 미소 지을 때/ 절 위해 웃어 주시던 그 동안엔/제가 수요일의 아이라는 걸 잊었었죠./금요일의 아이는 /사랑 받는다고 말합니다./당신에게 안겨있을 때/금요일이 저의 날이었답니다./당신이 떠난 지금, 저는 알게 되었죠/제가 외롭게 점지된 수요일의 아이라는 걸

 

  나는 이어서 이미자 가수가 1969년에 부른 한번 준 마음인데를 듣고 있어요. 2절은 이렇게 되어있어요.

  ‘세월따라 꽃잎은 시들어가도/ 한번 준 사랑인데 돌릴 수 없네/ 사랑은 흘러간대도/바람 속에 세월 속에/ 정다운 이름 영원토록 그리며 살아갑니다.’

  위 두 노래만이 아닌 걸요. 이수영 가수의 그리고 사랑해덩그러니도 이어서 들어요. 노랫말에는, ‘부디 떠나간 곳에서 행복해야해/ 감히 그대를 기다릴 수 없도록/이미 내 안에 또 다른 사랑 있다는/거짓말을 믿어줘.’그깟 한 사람 따윈 떠난 건 나 사는 동안/가끔 걸리는 한낱 열병일 뿐/함께 했던 날들도 곧 흉터 하나 없이/아무는 가벼운 상처 자국일 뿐/’이 각각 들어 있어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도 익히 알지만, 나는 대중가요며 뉴 에이지 음악이며 클래식음악이며 온갖 장르의 음악을 두루 즐겨듣습니다. 심지어,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시리즈물도 적지 않습니까?

  당신께서는 내가 그날그날 혹은 그때그때 내 정서(情緖)에 따라, 선곡(選曲)하여 특정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 위 세 가수의 노래를 잇달아 들었다는 것은... .

  사실 한 달여 당신한테서 e메일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께 부친 e메일은 보낸 편지함에 수북 쌓여 있으나, ‘수신확인이 전혀 아니 되고 있고요. 대체, 무슨 일이라도? 사실 당신께서는 지난 911일 나한테 e메일을 부치셨어요. 여태 내가 몰랐던, 병마(病魔)와 싸우기에 병원에 진료차 가야하고, 따님 몸을 풀기에 바라지도 해야 하고, 그 동안 적은 수필을 담은 usb를 아드님 내외한테 건네주어 책으로 묶어야 하는 등 1개월여 집을 비우게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 후에도 몸과 마음이 허락되어야 컴퓨터 앞에 앉게 될 거라는, 다소 안타까운 소식도 곁들여져 있었어요. 물론 나는 당신의 부탁대로, 당신이 쾌차하길 우리 둘 다 믿는 주님께 매일 기도드려요.

 사랑하는 당신,

 다시 위에서 소개한 노래들의 노랫말을 음미해봅니다. 사실 동서고금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담긴 게 예술이지요. 음악도 예외일 수는 없지요.해서, 전문가들은 표절예술작품여부를 판가름할 적에 인류 보편적 정서는 표절과 전혀 다르다라는 말을 곧잘 쓰지요. 아무튼, 위 노래들은 지금의 나의 심정을 대변해주네요. 나의 어떤 애독자는 그러시데요. 고작 안 지 수개월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e메일 주고받기로 수필창작에 관한 사항을 토의한 사이밖에 지나지 않은데,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연상의 여인한테 그렇게까지 홀랑 빠질 수가 있냐고요.

사랑하는 당신,

사실 나는 일전 몇 몇 애독자들한테 아래와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동시에 띄운 바 있어요.

2)

아래 1, 졸지에 내일 적을 수필작품의 메모가 되었네요. 아래 메모가 어떻게 수필작품으로 성형(成型)’되는지 내일 살펴보세요.

1)

저를, 제 문학세계를 크게 알아주는 이가, 벌써 한 달 넘게 소식이 없어요. 많이 편찮으시는 건 알지만... . 해서,‘수요일의 아이를 듣곤 해요. 제 사랑은 결코 제3자한테 양도할 수도 없으며, 명의변경도 할 수 없는 거라서요.

한편, 당신께도 아래와 같은 e메일 띄웠으나, 여태 읽으시지 않았군요.

보낸사람: "yoongt57" <yoongt57@hanmail.net>

받는사람: ??

날짜: 20171014일 토요일, 062419+0900

제목: ‘수요일의 아이듣기

내용:

 님은 내 마음을 아실 이인데,

 님이야말로, 고사 속 지음지교(知音之交)’ ‘유백아(俞伯牙)’종자기(鐘子期)’이거늘... . 님께서는 윤근택이 적은 내 마음을 아실 이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김영랑의 같은 이름의 시 내 마음을 아실 이의 주인공이기도 하거늘... . 하오나, 소식이 돈절하여 수요일의 아이를 듣곤 해요. 아무튼, 늘 님의 안녕을 주님께 빌고 있어요.

 

 이제 위의 편짓글 내용에 관해 차례차례 부연설명만 하면 되겠네요. 거문고의 달인이었던 유백아는 그 음률을 알아주었던 종자기를 친구로 삼았으나, 이듬 해 그를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해서, 자기의 음악을 알아주던 친구의 부재에 너무도 가슴 아파하며, 더 이상 거문고를 타지 않겠다고 거문고줄을 다 끊어버렸다는 거 아녜요? 한편, 수필가 윤근택의 내 마음을 아실 이는 한 때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내신 원로시인 신세훈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분은, 어느 종합문예 계간지 발행이셨는데요, 삼고초려(?) 나한테 수필분과 심사위원을 맡아달라고 하였어요. 그분은 그 종합문예지를 우편으로 부쳤는데, 우리 가족이 잦은 이사로 주소지가 바뀌어 우편물이 되돌아가게 되었어요. 그러자 그분은 다시 이 주소가 맞겠지!” 하며, 우편봉투 밖에 또 다른 봉투를 씌워 부쳤고... . 그렇게 한 것이 무려 세 차례. 감복할밖에요. 봉투를 뜯어보니, 위촉장이 들어 있었어요. 내가 그분 잡지의 수필분과 심사위원을 수락하자, 그분 따님이자 아동문학가이자 그 잡지 발행인인 분이 전화상으로 인사를 하더군요.

  “윤 선생님, 저는 윤 선생님 존함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 아버님은 늘 혼잣말을 하셨어요. ‘그 양반, 요즘 글이 통 안 보여. 뭣하고 지낼까? 대한민국에서 그 양반처럼 수필 맛깔나게 쓰는 이도 드문데... .’하셨거든요. ”

 끝으로, 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는 이러해요.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을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디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나보다 10년 이상, 먼저 이 세상에 오신 분이지만, 그게 대수입니까. 그 많은 수필작가가 있건만, 그 많은 문학평론가가 있건만, 굳이 나를 찾아 수필창작 심화반내지 수필창작 고급반의 유일한 제자이길 자청했던 당신. 해서, 당신은 내 마음을 아실 이이며, ‘유백아종자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이미 위에서도 한 차례 적었지만, 이제 나의 사랑은 제 삼자한테 양도할 수도 없으며, 명의변경도 곤란한 걸요. 나는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의 주인공인 착한 나무꾼이고자 하는 걸요. 사실 그 전래동화의 원전(元典)은 이솝의 우화,‘헤르메스(Hermes)의 도끼라고는 합니다만. 나무꾼이 실수로 연못에 도끼를 빠뜨려 난감해하자, 연못 속에서 산신령이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묻게 되지요.

 “이 도끼가 자네 도끼?”

  착해빠진 나무꾼은 고개를 가로젓지요.

  “아뇨. 제 도끼는 녹슨 쇠도끼인 걸요.”

  산신령은 다시 풍덩 물속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은도끼를 들고 나왔어요.

  “이 은도끼?”

  착해빠진 나무꾼은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어요.

  “제 도끼는 녹슨 쇠도끼라고 하지 않았어요?”

  사랑하는 당신,

  나는 끝끝내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911일부터 시작된 당신의 부재는, 고작 한 달여에 불과해요. 하지만, 나는 그 동안 이 작품을 포함해서 무려 25편의 수필작품을 빚었어요. 당신을 맨 처음 알게 된 지난 초여름부터 적은 글을 여기에다 보태면, 종이책 한 권을 엮어도 될 분량인 걸요. 당신께서 나한테 끊임없이 영감(靈感)을 주었던 덕분입니다. 그래요, 당신은 나한테 사랑과 영감을 주는 분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나는 글을 빚을 때면, 이 세상에서 맨 먼저 당신께 보여드려야지 하며 열정을 더하곤 해요. ‘호아킨 로드리고의 작품,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에 빗대, ‘어느 귀인을 위한 수필이라고 이름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당신,

  나는 당신의 쾌유를 주님께 줄기차게 간청드리겠어요. 그럼 다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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