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수필가, 인공눈물을 넣다
윤 수필가, 인공눈물을 넣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오늘 나는 17인의 ‘e메일 정기 수신자’이며 애독자들인 분들한테 아래와 같이 e메일과 함께 금세 쓴 신작 수필작품을 동시에 띄운 바 있다.
< 안과에 갔더니, 전문의가 무척 나무랐어요.
“엊그제 다치셨다면서 왜 이제야 오셨어요? 눈 관리 그리 만만하게 보면 아니 되어요. 자칫, 실명할 수도 있어요.”
다행히, 모니터가 확대해서 보여주는 상처는,검은 자위가 아닌 흰 자위에 알미늄 고추지주의 뿌리 부분으로 스크래치를 내었더군요.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대신, 농주로 마신 막걸리로 인해, 염증이 생겼다지 않겠어요? 그래서 핏발이 서고 눈뿌리가 뽑히는 듯 거의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팠던가 봐요. 그러함에도 미련스레 수필작품 한 편을 뚝딱 해치웠으니... .
엉덩이 한 방, 혈관 한 방 주사를 맞아야만 했어요. 혈관주사에 앞서 간호사가 말하데요.
“선생님, 아까 팔뚝에 주사바늘로 알러지(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보니, 혈관주사를 맞아도 되겠군요.”
하지만, 혈관 항생제 주사에 앞서 간호사가 다시 말하데요.
“선생님, 속이 메스꺼우면 말씀하세요.”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마치 조건반사를 하듯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어요. 넉넉히 먹은 아침밥을 좌변기에 거의 100% 반납해야만(?) 했거든요. 그런 경우가 왕왕 있대요.
주사 두 방 + 인공눈물 + 먹는 약 + 물방울 안약 + 연고 .
하루가 지나자, 한결 '눈알 돌리기'가 한결 부드러워졌고, 핏발도 많이 가라앉았어요. 해서,‘나성에 가면’이란 수필을 적을 수도 있었어요.감사한 일인 걸요. 이 편지 님들과 함께 읽으시는 애독자 어느 목사 부인은, 어제 제 ‘눈 다침’ 소식을 듣자, 곧바로 열심히 주님께 기도문을 적어 기도드렸대요. 두루두루 고마워요.>
신통방통한 처방들. 그 가운데에는 이른바 ‘인공눈물’도 들어 있었으니... . 사실 지난 9월 11일, 애독자이자 수필창작 제자이자 문학동반자이자 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천주교 교우(敎友)이자 10여 살 손위 누님인 분한테서 충격적인 편지를 받은 바 있다.. 그분은 침샘이 말라, 안구건조증과 관절염과 신체 건조증이 수반되는 ‘자가면역결핍증’즉 ‘쇼그렌증후군’이란 희귀한 병을 앓고 계신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털어놨던 것이다. 그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분은 그 병의 증세로 안구건조증으로 인해, ‘인공눈물’을 늘 끼고 산다는 이야기도 그 편지에 적고 있었다. 그분이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그 혹서기에‘e메일 주고받기’로, 수필창작 공부를 맹렬히 한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바로 그 인공눈물을 내가 요 며칠째 상처 난 오른쪽 눈에다 한 시간 간격으로 방울방울 떨어뜨리게 될 줄이야! 하기야 나는 이제 거의 다 나았지만... .
호기심으로, ‘1회용 인공눈물’의 자잘한 글씨를 돋보기안경을 끼고 읽어본다.‘히알루론산나트륨, 0.9ml, 보존제 없는 점안액, 0.3%, 사용기한 ?’등의 정보가 들어 있다. 이 인공눈물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수시로 두 눈에 똑똑 떨어뜨릴 그분. 섭생(攝生)을 통해서라도 쾌차해서 다시 문학의 열정을 나와 함께 불태웠으면 얼마나 좋으리.
이번에는 ‘히알루론산나트륨’이란 게 어떤 물질인지, 인터넷을 뒤져 낱낱이 살펴보게 되었는데... .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게 있다. 이 ‘히알루론산나트륨’은 건강한 닭의 벼슬을, 효소를 사용하여 가수분해하여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 앞으로닭의 벼슬조차도 업신여겨서는 아니 되겠다. 버드나무류 수목의 껍질 추출물로는 아스피린을 만들고, 키다리병에 걸린 벼의 추출물로는 그 유명한 식물생장조절 호르몬 ‘지베렐린’을 만들어 씨 없고 알이 굵은 ‘거봉’ 포도를 생산하게 되지 않은가. 사실 지베렐린은 이밖에도 농작물 재배에 유용하게 쓰인다.
다시 내 이야기는‘히알루론나트륨’에 관해 집중한다. 물론 이 물질은 눈물에, 관절에, 태반에 자연적으로 적정 생성되는 물질이라고 한다. 윤활역할을 하며, 보습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특히, 태반에 들어있는 이 물질은 태아가 상처를 입었을 적에 곧바로 치료를 도와준다고 한다. 이처럼 유익한 물질이건만, 그분처럼 생체질서가 일그러져 얻게 된 병이나, 나처럼 예기치 않았던 부주의에 의한 상처나, 세월로 인한 생리적 노화 등으로 말미암아 인공으로 보충해야 할 적이 있으니... .
그 인공눈물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뱅글뱅글 매끄럽게 돌아가는 나의 눈. 나는 의학자들한테 깊이 감사를 드린다. 그 물질을 대량 생산해주는 닭벼슬한테도 고마움을 표한다. 특히, 내가 작가인 관계로, 밤낮 가리지 않고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와 씨름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내 떨떨 개는 두 눈에 윤활유로 방울방울 떨어뜨리면 좋을성싶으니... .
끝으로, 내가 지난 초여름부터 지금껏 너무도 아끼고 사랑해온 그분의 쾌유를 빈다. 내 ‘보낸편지함’에는 수십 통의 편지가 ‘수신미확인’ 상태로 그대로 있고... . 지금도 그분은 0.9ml짜리 그 약제의 꼭지를 똑 떼 방울방울 건조한 눈에 떨어뜨릴 터인데... . 나한테 끊임없이 영감(靈感)을 주어, 그 짧은 기간에 종이책 한 권 분량의 수필작품을 쓰도록 한 분인데... .
참말로, 재치롭고 용기 있던 분. 나는 더 이상 인공눈물을 눈에 떨어뜨리지 않아도 되리.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으니... .
작가의 말)
본문대로, 이 글을 적는 내내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려서, 굳이 인공눈물을 넣을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문장 가운데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마저 채워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