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감
‘스마트폰’ 유감
- 어느 애독자 편지에 대한 답신-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깨어나니 벽시계는 새로 한 시 반 무렵. 이 아파트의 전기실 숙소(?)는 다소 환경이 열악하여, 외풍 등으로 콧물도 나는데요. 본디 불규칙적인 잠인데다가 거의 깊은 잠을 자지 않고, 귓가에 아름다운 음악을 밤 내내 흘려놓지요. 아무튼, 그러한 생활을 꼭히 1년 해 왔어요. 아침이면, 나는 이곳을 아주 떠나 또 다른 아파트로 가요. 이번엔 아파트 경비원으로 가기에, 또 불규칙적인 생활이 이어질 겁니다.
그건 그렇고요. 켜둔 컴퓨터를 들여다본즉, 그대로부터 두 통의 편지 도착해 있네요. 반갑고 고마워요.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수필의 형식을 제법 갖추고 있어요. 수필을 두고, 흔히들 ‘자기고백의 문학’이라고 해요. 여태껏 그대의 편지는 그러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어요. 게다가, 그대는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적고 있더군요. 살아온 과정, 현재의 생활, 현재의 생각들이 어우러져 비교적 잘 나타나 있어요. 특히, 이번엔 가족 간 대화단절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더군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어요. 그 문제의 ‘스마트폰’ 이야기. 사실 ‘스마트폰’이, 우리네 삶의 패턴을 확 바꾸어버린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어요. 연인과 담소를 나누면서도 각자의 휴대전화로 온갖 걸 검색하기도 하고, 그 위험한 횡단보도를 걸으면서도 문자전송을 하는 등.
한편, 그대는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다 성장한 자제분들과 대화단절된 걸 안타까워하고 있군요. 그대는 그 일을 통해, 외딴 섬에 갇힌 듯한 현대인들의 고독(?)을 말하고 있군요. 어떤 명철한 이는 말하더군요. 행복하게 사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폰 아니 쓰기’라고요. 꼭히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3G(‘3세대’란 뜻이에요.) 휴대전화를 쓰고 있어요. 작가인 나는, 수필작품을 쓸 적에는 PC의 키보드를, 독수리 타법으로, 생각보다 문자와 문장이 먼저 나아갈 만치 속히 두드려요. 그러나 정작 휴대전화로 문자보내기는 서툴러요. 아니, 문자전송을 거의 못해요. 아니 아니, 아예 아니 쓰는 편인 걸요. 어떤 이가 문자전송을 요청해도, “나는 그 거 못해요.”라고 하곤 해요.
내 신실한 애독자인 그대,
휴대전화에 관한 이야기로 내 이야기가 집중되네요. ‘어떤 아이러니’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나는 그 유명한 통신회사 ‘KT’의 사무직 과장을 지내다가 은퇴를 하였어요. 우리나라에 휴대폰이 일반인한테까지 보급될 때부터 현장에 있었어요. 1G(흑백 화면, 음성 주고받기), 2G, 3G까지 다 취급하였어요. 휴대폰 제조회사로부터 받은 먹통 휴대폰에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운용하여 번호를 심고, 생명을 부여하는 일도 능수능란하게 해왔던 나. 실로, 나는 휴대폰 박사였어요. 어디 그뿐인 줄 아십니까? 나는 사무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S사를 비롯한 휴대폰 제조회사의 A/S센터를 드나들며 수리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어요. 마치 화투장처럼 생겨먹은 기구로, 휴대폰을 분리하되, 모든 나사가 뒤편에 감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 두뇌에 해당하는 ‘메인 판(板)’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종(同種)의 부품으로 갈면[交替]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해서, 나는 한 해 동안 무려 500여 대의 중고 휴대폰에다 생명을 불어넣어 판 적이 있었어요. 사실 내가 근무했던 통신회사는 계약자로부터, 발생되는 통신요금을 영업수입으로 챙기기에, 내가 회사에 끼친 영향은 얼마나 컸겠어요? 나아가서, 나 혼자서 한 해 500여 대의 판매실적이었고, 작은 전화국 전체 직원의 판매 대수를 능가했죠. 그 판매 수당이 연간 일천오백만원 수준이었으며, 그 돈으로 비보직과장으로서 수모 내지 아픔을 달래고자, 지금의 ‘만돌이농장’ 밭 800여 평을 샀다는 거 아녜요? 현 시세로 일억 오천 여 만원 될 토지를요.
자, 나는 한 때 내가 휴대폰 박사였음을 그대한테 말했어요. 하지만, 나의 휴대폰 시대는 3G시대로 마감을 하게 되었어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에 명예퇴직을 했으니까요. 자연히 내 모든 통신수단도 ‘음성 주고 받기’, ‘e메일 주고받기’에서 ‘올 스톱(all -stop)’인 걸요. 남들이 권해도, 나는 더 이상 진화된 통신기기를 사용치 않으려 해요. 편한 것만이 다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단순하게 즉 ‘simple’하게 살고픈 걸요. 공교롭게도, 그 많은 종류의 담배 가운데에서도 내가 즐겨 피우는 담배는 언제나 ‘Simple -classic’인 걸요. 최첨단을 달린다던 통신회사 출신이, 그것도 휴대폰 박사였던 이가 스마트폰의 단계까지는 결코 닿지 않으려는 이 고집을 어떻게 더 이상 설명하지요?
잘 다듬어지지는 않았으나, 그대로부터 받은 몇 통의 e메일 덕분에, 이처럼 한 편의 글을 ‘뚝딱’, 그것도 이른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이내 적었군요. 고마워요, 글감을 주시어. 그대는, 매번 e메일에다 본인과의 교신이 내 창작활동에 지장을 초래할까봐 순진하게도 걱정을 하더군요. 천만의 말씀인 걸 이 글을 읽으시면서 깨달았을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대가 사랑스럽기만 한 걸요. 해서, 쉽게 얻은 이 글을 그대한테 헌정해요. 내일부터는 새해가 열려요. 새해에는 그대가 나의 글 제자 원년으로 삼으시길.
------- 어느 아파트 전기실에서 짐을 싸며. 윤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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