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국수나무

윤근택 2018. 3. 2. 06:02

 


                                                 국수나무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예나이제나 찔레순은 향긋하고 맛 나는 주전부리. 시오 리 하굣길 길섶에서 찔레순을 한 움큼 꺾어, 주전부리로 삼아 씹으며 걷던 기억 새큼하기만 한데... . 잘 알려져 있지는 않겠지만, 찔레순에 어금버금인 주전부리가 있었다. 바로 그게 국수나무 햇순이다.

   자, 이제부터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과 함께, ‘국수나무를 집중탐구해보도록 하자. 사실 내가 후일 명문 국립대학교인 충북대 농과대학 임학과에 입학하여, 연세 지긋한 은사(恩師)로부터,‘수목학강의 중에 듣기 이전부터 국수나무에 관해 꽤 알고 지냈다. 어린 우리는 그 국수나무로 국수를 빼내곤 했다는 거 아닌가. 겨우내 아버지가 지고 온 나뭇단에 국수나무가 섞여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 가운데 제법 굵은 것들을 골라 20여 센티씩 각각 잘랐다. 내기를 할 셈이었다. 이번엔 가는[] 싸리꼬챙이를 이쁘게 깎았다. 그 싸리꼬챙이는 볼펜 안 볼펜심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일. 아니, 그것을 공이로 삼게 될 일. 우리는 각자 자신의 국수나무 중심의 갈색빛 도는 중심부 목질(木質)을 겨냥해서 그렇게 만든 공이를 대고서, 장도리 등으로 가볍게 때려댔다. 그러면 반대쪽에서 국수 오라기가 빠져나왔다. 그 국수 오라기가 마치 소면(素麪)’같았다. 소면 가운데에서도 그 제작방법으로 따져, ‘압면(壓麵)’이었다. 그렇게 해서 뽑아낸 국수 오라기를 씹으면, 네 맛도 내 맛도 없는 스펀지 씹는 기분. , 먹을 수는 없는, 놀이로써 국수였을 따름이다.

   후일 내 은사님은 평소처럼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자네들 말이여, -국수나무는 줄기의 골속이 국수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여!”

   사실 당신이 강의하기 이전에 이미 나는 그 점을 알고 지냈던 거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 떨기나무의 줄기뻗음이 붉은 빛을 띤 국수오라기들 같다고 하여 국수나무라고 이름붙였다고 하기도 한다. 그 점도 그럴싸하다.

   정확히 누구한테서 배워서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나, 국수나무의 햇순은 찔레순과 사뭇 다른 향내를 지닌 주전부리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도 이 글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올 봄에는 국수나무순을 약용으로 종종 꺾어 드시길. 참고적으로, 찔레순은 성장발육·혈액순환·어혈 완화 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나는성장발육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중시한다. 어린 날 찔레순을 꺾어 먹어본 적이 있는 산골 아이들이 말썽없이 잘 자라났다는 걸로 여길까 싶으니. 그리고 국수나무는 당뇨와 비만을 다스린다고 한다.

   국수나무의 족보는 이러하다.

   현화식물문 > 목련강 > 장미목 > 장미과 > 국수나무속>국수나무·나비국수나무·나도국수나무·섬국수나무.

   자라는 환경은 이러하다. 산골짜기의 습기 있는 그늘진 곳이나 밭 언덕의 양지쪽에서 잘 자라며 수림 속의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중성식생이다. 우리 산야에 흔한 낙엽 관목이다.

   국수나무의 별명들로는, 소진주화(小珍珠花야주란·lace shrub(‘레이스가 달린 키작은 나무란 뜻임.) 등이 있다.

   나머지는 애독자 여러분이 직접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채워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이러한 유형의 수필을 두고, 나는 이미 미니멀리즘(minimalism) 수필이라고 말해 오고 있다. 미니멀리즘이란, 장식적이고 주관적인 요소를 피하고 최소한의 요소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형상화하는 예술을 일컫는다.

   끝으로, 나는 국수를 좋아하되,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얼큰이 국수를 좋아함을 마저 알려드려야겠다. 청양초에 생된장이 곁들여져야 제 맛이라는 것도 잊지 마시길. 혹여 나한테 식사대접을 할 일이 생긴다면, 이 작품 국수나무만 떠올려도 좋으리.

 

   작가의 말)

   위 본문 하단에서도 밝혔듯, 나는 미니멀리즘 수필도 생각해 왔으며 벌써 수 편 적어 애독자들께 선보이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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