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채널고정 89.7

윤근택 2018. 3. 3. 01:31

 

                                     채널고정 89.7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나의 또 다른 작품, ‘ 윤 수필가, 포지타노(Positano)에 오다의 전반부는 이렇게 적고 있다.

 

   < (상략) 사실 나는 그렇듯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적마다 나의 유언과 묘비명(墓碑銘)에 관해서까지 미리 생각하곤 하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음악만을 내내 틀어주오. 하더라도, 무거운 레퀴엠따위는 싫소.’

하기야 많은 위인들의 묘비명도 이채롭다고 들었다. 그 가운데도 내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라는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의 묘비명은 너무너무 멋있다.

어쨌든, 나는 장르와 크게 상관없이, 음악듣기를 참으로 좋아한다. 사후(死後)에는 음악을 못 들을까 봐 그게 한걱정이다.(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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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포지타노(Positano)’에 오다

   내 승용차의 라디오는 ‘89.7’로 채널고정이 되어 있다. KBS1F.M. 대구 쪽 주파수다. 그 방송사 서울 본사 쪽 주파수는 본디 93.1. 시동을 걸면, 곧바로 음악이 나온다. 직장인 어느 아파트 경비실 라디오도 내가 근무하는 시간대에는 항상 ‘89.7’로 맞춘다. 거기서도 음악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만돌이농장요소별로 설치한 라디오 세 대도 모조리 ‘89.7’로 주파수를 고정시켜 24시간 내내 틀어둔다.

   24시간 격일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홀로 초소에 앉아있는 시간도 시시각각 변하므로, 어찌 보면, 아주 불규칙적인 생활이다. 그러함에도, 길게 보아, 그 또한 일정한 생활패턴과 일정한 생활 사이클을 지녔다고 해야 할 터.

   나는 위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음악듣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내가 눈 떠 있는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잠결에도 귓전에 내내 음악을 틀어둔다. 전등도 밝혀둔 채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음악듣기는 호흡이다. 내 음악듣기는, 그 장르가 다양하지만, 가급적이면 클래식이나 뉴 에이지 음악에 초점이 맞춰 있다.

   자, 내 일상과 맞물린 그 ‘89.7’프로그램에 관해 간략히 소개하자. 농막에서 일어나 새벽 5시 무렵 가족이 사는 시내 아파트로 내려가게 되는데, 그때는 국악의 향기프로그램. 630분 무렵 승용차를 몰아 7분여 아파트 경비실로 출근하게 되는데, 그때는 새 아침의 클래식’. 그 프로그램은 계몽시대 음악내지 고음악(古音樂)’이 소개된다. ‘박지현 아나(‘아나운서에 대한 박지현씨한테만 붙이는 나의 애칭임.)출발 F.M.과 함께1년여 들었건만, 아쉽게도 내 생활패턴 변화로 말미암아 자주 듣지 못한다. 그 다음은 장일범의 가정음악’, ‘F.M. 풍류마을’, ‘생생 클래식’, ‘ KBS 음악실로 이어진다. 내가 이곳 아파트에 취직한 이후, 초소 근무시간과 겹쳐 집중적으로 듣게 되는 프로그램은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명연주 명음반’, ‘F.M. 실황음악’, ‘ 당신의 밤과 음악등이다.

   이쯤 되면, 나는 가히 음악 애호가수준을 훨씬 뛰어넘은,‘음악 열광자라고 해야 할 터.나한테는 음악이, 음악이라도 좋은 음악이 호흡이다. 삶 자체다. 텔레비전은 아예 없기도 하려니와 볼 일도 거의 없다. 라디오가 이렇듯 고마운 존재일 수가!

   옛날에 어느 서당(書堂) 훈장이 학동(學童)들한테, 깜깜한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걸 가져오라고 숙제를 내었다지 않던가. 그러자 어느 학동이 한 자루의 양초를 가져와서 불을 밝힘으로써훈장으로부터 크게 칭찬을 받았다지 않던가. 촛불도 그러하지만, 음악도 그러하다는 것을. 음악은, 다들 너무도 잘 알지만, 여타 장르의 예술과 달리, 귀만 열려 있으면 감상할 수 있는 특장점을 지녔다. 그 작디작은 떨림판인 고막(鼓膜)만 성하면, 거의 공짜로,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장르 아닌가. 사실 나는 문학인이지만, 정작 타인의 문학작품을 거의 읽어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내가 끝까지 정성들여 읽은 책은 달랑생떽쥐베리<어린왕자> 뿐임을 누차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고백하였다. 그것도 성인이 다 되어서야 읽었을 따름이다. 대신, 나의 음악듣기는 유년시절부터 환갑 나이에 이른 지금까지 주욱 이어왔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그 많은 예술 장르 가운데에서 음악이 으뜸이 아닐까 하고서. 작곡가는 오선지에다 음표를 그려두었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무형(無形)이다. 그러나 그 악보를 기초로 하여 연주자에 따라, 연주하는 악기(성악까지 포함해서)에 따라 천 갈래 만 갈래로 느낌을 달리 준다는 것을. 그러기에 음악인들은 연주한다는 말 대신 해석한다또는 재해석한다는 말을 즐겨 쓰는지도 모를 일.

   여기서 글쓰기 잠시 멈춤. 농막 밖 닭장에 설치해둔 라디오에서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재방송(01~02)이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감칠맛 나는 오프닝 멘트를 들어야겠기에.

   다시 내 이야기 이어간다. 나는 작가이지만, 내가 듣는 아름다운 음악을, 그 누구한테 전해주고픈 열정이 더 강한지도 모른다. 달리 말해, 나는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고자 이라는 방법을, ‘수필이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녕, 음악은 예술의 꽃이다.

   오죽했으면, 위에서도 이미 밝혔지만, 이러한 묘비명을 생각하겠는가.

  ‘세상의 모든 음악만을 내 무덤가에 내내 틀어주오. 하더라도, 무거운 레퀴엠따위는 싫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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