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쿠스 검(Damascus blade)’
‘다마스쿠스 검(Damascus blade)’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EBS1 다큐멘터리 가운데에는 ‘극한 직업’도 있다. 그야말로 극한의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삶을 밀착 촬영하여 보여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따금씩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거기 출연한 전문가들의 프로 정신에 박수를 보내곤 한다. 이번에 내가 그 프로그램을 통해 본 일군(一群)의 장인(匠人)들은, ‘주방용 칼’ 곧 식도(食刀)를 제작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스테인리스 스틸(스테인리스 鋼) 원판으로부터 출발하여, 반짝이고 문양이 고운 주방용 칼로 변신하는 그 지난(至難)한 과정들. 한 자루의 칼을 만드는 데에도 20개 공정을 거쳐야 함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공장의 우두머리인 사장은 40년 경력이라 하였다. 이미 내가 알고 지내는 또 다른 사실이지만, 우리가 끼니마다 먹는 밥알 하나, 아니 쌀 한 톨을 얻어내기까지는 무려 88회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쌀’을 일컫는 ‘米’가 그 공정 ‘88’을 뜻한다지 않은가. 이 무슨 이야기냐고? ‘米’를 파자(破字)하면, 물구나무 선 ‘八’, ‘十’, 바로 선 ‘八’이 차례로 나타난다. 해서, 숫자를 읽듯이 순차적으로 읽으면 ‘88’이 된다. 나이 88세를 ‘米壽’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파자를 통한 것이다. 그러니 20개 공정으로 한 자루의 칼을 얻는 장인(匠人) 못지않게 벼 농사를 하는 농부도 극한 직업임에 틀림없다.
그건 또 그렇다 치고. 프로그램의 2부에 소개되는 극한 직업인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가며 스테인리스 주방 칼을 만들던 장인들과 사뭇 달랐다. 그는 전혀 기계의 도움없이 오로지 수작업으로 칼을 만들고 있었다. 도가니에 쇠붙이를 넣어 ‘갱엿’ 같이 만들어 집게로 집어낸 다음 모탕에 얹어 수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한 자루의 온전한 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 천 번 수 만 번 망치질을 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는 오로지 주문생산을 하며, 사흘에 한 자루의 칼만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 한 자루의 칼 값은 인건비를 감안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비쌀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색다른 칼’을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손바닥 길이만하고 손바닥 절반 폭의 쇠붙이 절편(切片)들을 제작진과 시청자들한테 보여주었다. 그 얇은 쇠붙이 절편은 네 조각이었는데, 그 각각의 면(面)에다 특수한 약제(藥劑)를 마치 본드처럼 발라 붙인 후 도가니 속으로 집어넣어 녹이고 있었다. 강도가 강한 것, 강도가 약한 것을 교대로 붙인 넉 장의 쇠붙이들. 그는 집게로 그 갱엿 같은 재료를 꺼내 모탕 위에 얹어놓고 리드미컬하게 그러나 온 힘을 다해 망치질을 해댔다. 그러자 점차 타원형의 원판(圓板)이 되어갔다. 지난 날 내 어머니가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에 감아 양손으로 수없이 비비면 얇디얇은 국수 원판(圓板)이 되었듯. 그 장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그렇게 펼쳐진 타원형 원판 중간을 집게로 자르듯 하여 접었다. 그러자 ‘강·약·강·약·강·약·강·약’의 철편(鐵片)이 8겹의 한 몸체가 되었다. 그는, 그 조합(組合)이 ‘칼이 강도와 경도가 높고 탄력성이 높아지게 한다’고 하였다.
그는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서 사흘째 되던 날 한 자루의 완성된 칼을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한테 보여주었다. 칼의 ‘슴베’에는 ‘특유의 미세한 소용돌이나 물결무늬를 띠고 있어서 신비한 느낌과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만든 칼을 ‘다마스쿠스 검(Damascus blade)’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런 공법을 다마스쿠스 검 공정이라고 일러주었다. 프로그램은 끝났다. 그러했음에도 한 동안 내 가슴에는 그 아름답고 신비스런 칼 슴베의 물결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딴에는 늘 깨어있어 글감 사냥을 잘도 한다고 스스로 믿는 수필작가인 나.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그 ‘다마스쿠스 검’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었으니... . 아래는 ‘다음(DAUM) 백과’ 및 ‘위키백과’의 요약본을 거의 그대로 따온 것이다.
< 다마스쿠스 강(Damascus steel)은 중세 이슬람에서 전투용 검(劍)을 만드는 데 쓰였던 강철(鋼鐵) 또는 그 강철로 만든 무기 자체를 이르는 말이다. 칼 자체는 다마스쿠스 검(Damascus blade)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다마스쿠스 강(鋼)이라는 이름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라는 도시에서 이 강(鋼)이 났기 때문에 도시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이 기법을 처음으로 만든 대장장이의 이름을 땄다는 설이 있다.
다마스쿠스 검은 동시대는 물론 역사상의 어떤 유럽의 강철검보다 뛰어난 검이었다. 비단 손수건을 칼 위에 떨어뜨리면 저절로 베어질 만큼 예리할 뿐만 아니라, 탄력성이 커서 바위를 내리쳐도 구부러지거나 부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 유럽검은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검신(劍身)이 두텁고 투박하여 무거웠으나 다마스쿠스 검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다른 강철검에 비해 놀랍도록 강도와 경도가 높고 탄력성이 높아 유럽인들에게는 불가사의한 검으로 여겨졌다.
또한, 칼의 표면에 Damask 또는 Damascene이라고 부르는 특유의 미세한 소용돌이나 물결무늬를 띠고 있어서 더욱 신비한 느낌과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검사(劍士)들뿐 아니라 수집가와 문화재 애호가들에게도 높은 평가와 인기를 누렸다.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다마스쿠스 검의 비밀과 제조법을 알아내고자 많은 왕들이 칼을 입수하거나 다마스쿠스에 장인을 직접 잠입시키는 등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 칼의 비밀을 푸는 것은 지난 1000년간 유럽에서 수많은 왕과 장인들의 꿈의 대상이었고, 20세기에 들어서도 현대 금속학과 최신 금속기술로 무장한 학자와 현대 도검장인(刀劍匠人)들이 수없이 복원을 시도하였지만 그 비밀을 푸는 데 여전히 실패하여, 현대 금속학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20년간의 다수의 금속학자들의 헌신적 연구로 다마스쿠스 검의 성질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넓히고 중요한 단서들이 차례로 밝혀져 최근에는 원조 다마스쿠스 검과 조성이나 표면 무늬, 미세금속 구조에서 완전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칼은 12세기~18세기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완제품도 거의 남아있지 않고, 제조 비법도 전수되지 않고 있어 의문과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 있는 나이프샵에서 다마스커스 검을 팔고 있지만 그것들은 다마스커스 강(鋼)을 사용한 검처럼 보이도록 색이 다른 두 종류의 철판을 겹친 다음 눌러 붙이고, 무늬가 잘 보이도록 갈아낸 모조품이다. > (이상 ‘다음백과’에서 따옴.)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도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나처럼 ‘다음백과’ 등을 이용해보시길 바라고... . 그 옛날 장인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 끝에 제작한 다마스쿠스 검. 현시대 기술로도 완전히 복원하기 어렵다는 그 다마스커스 검. 그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장인들의 장인정신을 기릴밖에. 꼭히 거기까지는 아니 가더라도, 일전 내가 본 ‘EBS1 다큐멘터리 극한 직업’에 출연했던 장인들한테도 경의를 표한다. 스테인리스 부엌칼을 만드는 장인은 무려 40년 경력이라고 하였다. 다마스쿠스 검을 만드는 장인은 사흘 꼬박 걸려야 한 자루의 칼을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다마스쿠스 검을 만드는 장인은 수천 번 수 만 번 망치질을 해야 한 자루의 다마스쿠스 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런데 나는 종종 30여 년 수필작가 행세를 하고 있다고 뻐기고(?) 있었으니... . 그리고 나는 그 동안 종이책으로 기준하여 20~30권 분량의 수필작품을 족히 창작하여 왔노라고 으스대고 있었으니... . 그래도 스스로 위로하는 말 영 없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한 자루의 보검(寶劍)을 얻기 위해 30여 년을, 아니 60여 년을 여태껏 단조(鍛造)하여 왔는 걸요.”
참말로, 나는 나를 대표할 수 있는 단 한 편의 수필작품을 아직도 얻지 못한 채, 수 천 편 습작을 해 왔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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