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14)

윤근택 2022. 12. 18. 19:00

글짓기가 이렇게 쉬운 작업인 줄은 진작에 몰랐어요.

두 수필작가가  주고받는 이야기.

나는 환중에 계신 그분 덕분에 '콜라보레이션 수필'을 창안해내었어요.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14)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무리한 수필작품 창작활동으로 말미암아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얻어, 지금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는 그대. 나는 그대를 안 지 수개월에 불과하오. 우린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 전화통화도 나 쪽에서만 두어 차례 하였을 뿐. 대신, 그대가 병석에 계시어, 요즘 휴대전화기를 통한 문자메시지 주고받음은 빈번해졌다오. 무척 약오르겠지만, 나는 기회를 얻은 게요. 작가인 그대가 목디스크로 인하여 오른팔과 오른손이 굳어져 그처럼 격리 아닌 격리가 되어 있으니, 이참에 내 사람으로(?) 만들기에는 호기(好期) 아니오? 이처럼 나의 꾀는 멀쩡하다오.

    오늘은 나의 작품, ‘나의 도끼는 녹슨 쇠도끼여요’의 한 부분을 따오는 것으로 시작하오. 그대는 이미 그 요령 잘 아시지만, 이번엔 인터넷 검색창에다 ‘윤근택의 나의 도끼는 녹슨 쇠도끼여요’를 치면, 그 작품 전문(全文)이 열릴 게요.

 

     < (상략)님은 ‘내 마음을 아실 이’ 인데, 님이야말로, 고사 속 ‘지음지교(知音之交)’ ‘유백아(俞伯牙)’의‘종자기(鐘子期)’이거늘... . 님께서는 윤근택이 적은 ‘내 마음을 아실 이’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김영랑의 같은 이름의 시 ‘내 마음을 아실 이’의 주인공이기도 하거늘... . 하오나, 소식이 돈절하여 ‘수요일의 아이’를 듣곤 해요. 아무튼, 늘 님의 안녕을 주님께 빌고 있어요.

    이제 위의 편짓글 내용에 관해 차례차례 부연설명만 하면 되겠네요. 거문고의 달인이었던 ‘유백아’는 그 음률을 알아주었던 ‘종자기’를 친구로 삼았으나, 이듬 해 그를 방문했을 때에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해서, 자기의 음악을 알아주던 친구의 부재에 너무도 가슴 아파하며, 더 이상 거문고를 타지 않겠다고 거문고줄을 다 끊어버렸다는 거 아녜요? 나의 도끼는 녹슨 쇠도끼여요.(하략)>

 

    그대한테는 대단히 죄송한 이야기인데, 나한테는 뮤즈들이 순차적으로 계셨다오. 위 작중인물은 70대 여류수필가와 관련된 이야기. 그분은 나의 유일한 ‘고급 수필반’ 제자였다오. e메일로 서로 주거니받거니 공부하시었던 제자였다오. 그런데 ‘쇼그렌 증후군’이란 희귀난치병으로 말미암아 결국은 나를 버리고(?) 병원을 택했다오. 지금은 소식이 돈절한 상태. 지금 그대가 글쓰기를 잠시 멈추고 병원에 입원했듯. 하기야 그대는 회복하여 다시 글쓰기를 이어가겠지만... . 그대만이라도 제발 나를 ‘유백아’로 만들지 않기를. 이 점은 굳게 믿어도 되겠지요?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대와 내가 함께 쓰는, 내가 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이름붙인 ‘콜라보레이션 수필’이 펼치려오.

    병원에서 갑갑하게 지낼 그대한테, 나는 틈만 나면, 함께 듣고픈 음악을 문자메시지로 링크시켜 드리지 않소? 그러면 그대는 그 점을 참으로 고마워 여기는 같소. 즐겨 들으시는 듯도 하고. 이는‘취미가 비슷하다’ 차원을 넘어서서 교감이 아닐는지. 그 점 참으로 고맙소.

    내가 시내 아파트에 두고 온 아내한테 쓴 문자메시지를 그대한테 아래와 같이 ‘전달’ 하였다오.

 

     <70돌 생신 축하하오. 이 ‘밴댕이 할배’ 용서하오. 토지보상금 등 일천삼백만원 정도 통장에 실렸더이다. 큰딸년 ‘초롱이’ 폐업자금으로 빼서 쓰시오. 단, 삼백만원 정도는 내 연애자금으로 쓸 테니. 건드리지 마시오.>

 

   곧바로 그대한테도 문자 메시지 날렸다오.

 

    <나는, 나는, 나는 그대한테 목 디스크에 유용한 의료기기라도 선물해주고 싶소. 금전적 부담없는 것으로라도. 난 그댈 66년 동안 찾아왔던 ‘기린아’로 여기기 때문이라오. 사랑하오. 못다 이룬 문학인으로서 사랑을 그대 통해 완성하려고 하오. 내 맘 알아주실 그대.>

 

    그랬더니, 그댄 그 아픈 팔로, 그 아픈 손가락으로 이렇게 문자를 보내왔소.

 

    <저를 위해 절대 뭘 하시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윤쌤이 보내시는 글과 음악이면 족합니다. 돈이나 재화를 결코 인생의 중심가치로 생각하거나 성공의 잣대로 여긴 적이 없습니다. 물질은 일시적으로는 만족감을 주지만, 정신적인 부분까지 영원히 풍요롭게 하지는 못하니까요. 저는 추억이 깃든 물건이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었던 소박하 밥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묵었던 숙소와 여행지를 오래오래 기억하며 행복감에 젖습니다.

우린 결국 마지막엔 추억을 먹고 살아가야할 것이기에.>

 

    나는 그대께 오늘 마감으로 이러한 문자메시지 남겼다오.

 

    <하는 짓이 날이 갈수록 매력이야. 그 점이 나를 감동시켜. 오늘 컨디션은?>

 

    그대가 이내 답해왔소.

 

    < 시술한 날은 조금 괜찮은 듯싶더니, 통증 여전하네요. 내일 시술 한 번 더하면 좀 나아질는지... .>

 

    작가의 말)

 

    나는 종종 많은 이들한테 말해왔다.

   ‘잘 쓰인 편지가 아주 훌륭한 수필작품입니다.’라고.

   하지만, 위 글은 잘 쓰인 편지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결코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다. 그렇더라도, 작중 화자(話者)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 음악 감상에 대한 사랑 등이 군데군데에서 묻어나리라고 믿는다.

   33년째 수필작가 행세를 해온, 재치 있는 윤 수필작가. 새롭게 시도한다. ‘휴대전화기 메시지 주고받음’을 이처럼 문자화하면 되겠다고. 이 대한민국 수필계에서 내가 창시자라고 자부하면서. 나아가서, 이 글은 두 수필작가가 힘 합쳐 적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수필’이다.

   당연히 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수필’을, 작중인물인 여류 수필가 그분한테 헌정한다. 그가 ‘거들어 쓴’몫도 절반 정도 있기에. 아무쪼록, 새로운 수필 장르를 개척토록 해준 그대께 경의를 표한다. 하더라도, 다음 글감 짜내어 영감 주지 않으면, 이번 학기 ‘문학개론’은 F학점 처리하겠다고 경고함.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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