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옴니버스 수필 - 전설

윤근택 2017. 8. 8. 00:07

                    

                                        옴니버스(omnibus) 수필

                                                    - 전설-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나는 수필 문단에 삼십대 초반에 올랐다. 해서, 올해 환갑을 맞았으니, 작품활동을 한 지가 대략 30여 년 된다. 그 동안 내가 여러 장르의 수필작품도 적어왔던 게 사실이다. 수필에서도 '새로운 갈래'로 칭할 수 있는 장르가 있는 법이다. 그 가운데에서, 인터넷 매체가 활성화 되어 있고, e메일이니 카톡이니 생활화 되어 있는 마당에, 언제까지 전통적인 수필만 고집할 거냐 고민해 왔다. 나는 수필의 한 장르로, ‘옴니버스 (omnibus) 수필도 생각해 왔으며, 이를 이미 몇 편 시도한 바도 있다.

              잠시, 옴니버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주로 연극에서 쓰이는 말이다.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을 일컫는다. e메일을 통해 주고받는 내용이 수필의 형식을 취했다면? 그 내용이, 식상하리만치 쓰는 말로, 진솔하다면? 해서, 나는 내 사랑스럽고 사랑하는 여인과 주고받은 최근 편지를 감히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심지어 오타 및 탈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베껴다 붙이기로 한다.

 

            Re:Re:Re

              오, 용서하세요. 더는 늦기 전에, 더는 늙기 전에 고백해야겠어요. 때늦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님을, 하늘 땅 사랑해요. 그댄 제 마지막 여자에요. 하지만,직접 만나지는 않을 거에요. 그러면 왠지 둘 다 슬퍼질 거 같아서요."

              사실 저는 남의 문학작품을 단 한 편도 제대로 끝까지 읽은 적 없어요. 이는 아이러니에요.

           대신, 엄청 많은 뮤지션을 알고 지내요. 특히, 자고나면 새롭게 등장하는 뉴 에이지 뮤지션들을 사랑하고 존경해요. 그들은, 난해한 클래식 뮤직과 천박한(흔해빠진;팝플러인) 팝을 아슬아슬 넘나드는 예술가들이에요. 그들은 '통통' 튀어요.

               저는 더는 늙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에요. 그들, 뉴 에이지 뮤지션들 덕분이에요. 저는 거의 매일, 숨어 지내는(?) 그들을 하나하나 찾으니까요.

              다시금 고백해요.

             사랑해요, 무척요. 님은 제 마지막 여인이에요. 아셨죠?

 

              보낸사람 ??

              받는사람 : yoongt57 <yoongt57@hanmail.net>

              날짜: 2017807일 월요일, 211912+0900

              제목: Re

 

               전설속의 소녀는,

               세월 따라 점점 나이가 들어 돋보기를 써야만 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생각했습니다.

             일기장에 끄적끄적 써서 멀리 치워놓았던 것들을, 어느 날 챙겨보며 더 늦기 전에 정리를 해서 책으로 묶어야겠다고요.

               운명적으로 찾아가 만난 소녀의 글 선생님은, 막걸리를 너무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2000 여 평이나 되는 농지에, 작물을 심고 거두는 힘든 일을 혼자 하려면 그나마도 막걸리가 큰 위로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에다 아파트에서 전기주임으로 근무하시며 아파트 주민들의 온갖 갑질을 당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갑질을 하는 나쁜 사람을 마구잡이로 대신 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과음 하는 날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바꿀 생각도 하지 않는 분이기도 했습니다. 어금니가 왼쪽 오른쪽 보태 3개나 빼내야 할 때까지 자기관리, 건강관리도 빵점인 선생님이더라고요.

               나의 글 선생님, 그분의 글을 하나씩 읽어보며, 그 슬픈 젊은날의 초상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어느 날, 햇볕에 검게 타버린 선생님의 얼굴을 그려보던 순간,

              문득 측은지심을 생각했죠. 떠나가신 신부님 말씀에 의하면,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나의 글 선생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좀 더 편안하고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기를 -

             나의 엉망인 글을 정성껏 다듬어 치료해 주시는 그 마음조차 측은해집니다.

             내가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느 일보다 열심히 글을 이유는 , 그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yoongt57 <yoongt57@hanmail.net>

             받는사람 ??

             날짜: 17.08.07 13:09 GMT +0900

             제목: 전설

 

            예전에 남원에 어느 소녀가 살았어요.

            그 소녀는 무척 재치롭고 용기있는 소녀였어요.

            그 소녀는 어떤 남정네를 찾았어요. 자기를 알아줄 사람을요.

            알고본즉, 남정네는 '주태백'이였어요.

            주태백이란, '[]'과 중국의 시인 '이태백'의 합성어였어요.

            그러함에도 그 소녀는 그 주정뱅이를 무척 사랑했어요.

            지극정성 그를 돌보았어요.

            말리기는커녕 그에게 막걸리도 종종 우체통에 (그의 계좌는 우체국 통장이었으니까요.) 넣곤 했어요.

           ......

            그건 먼 훗날에 온 우리가 이웃들한테 스스럼없이 말하는, 하나의 전설인 걸요.

 

            관련 음악 듣기)

           아래를 클릭하시면 음악 열립니다.

           알베니스의 '아스투리아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 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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