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작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윤근택 2017. 10. 29. 11:23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오늘도 아침 일곱 시 반 무렵,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몰고, 지상으로 막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격일제로 근무하며, 대구 팔공산 초입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 전기실로 출근하기 위해서다. 경비모자를 쓰고 경비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낙엽을 쓸고 있었다. 나는 운전석 창문을 내려, 그분께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저씨, 수고가 많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분도 아주 반갑게 거수경례를 하며 답례를 했다.

 

출근하시는 모양이죠? 입주자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던가. 나는 지난 한 해 아파트 경비로 일했고, 지금은 전기주임으로 팔자를 뜯어고쳐 편하게 되었지만, 경비원들의 애환을 너무도 잘 안다. 게다가 지금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의 환경미화원들의 애환도 잘 아는 터. 사실 태어날 적부터 환경미화원이 될 팔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 특히,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의 외곽청소 담당인 OO ’형님의 고충을 너무도 잘 안다. 이 가을, 쓸어도 돌아서면 이내 쌓이는 낙엽. 나는, 나보다 15세가량 많은 그분을 늘 형님으로 부른다. 나는 그분이 대형 마대에 쓸어 담은 낙엽을 퇴근 때마다 승용차 트렁크에 한 자루씩 내 농장에 실어가곤 한다. 나야 그것으로 거름을 삼으니 마냥 좋지만... .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환경에 따라 사물이 제각기 보이기 마련이다. 자신을 마당쇠로 부르는 OO ’형님의 경우, 가을마다 낙엽이 몸서리날 테지. 나는 이미 위에서 이야기했듯, 낙엽이 거름으로 희한하다는 걸 알아 격일제로(?) 승용차에 실어간다. 그런데 비해 이효석은 낙엽을 태우며란 수필에서 낙엽을 태우면 갓 볶은 커피 향내가 난다고 노래했다. 그런가 하면, ‘레미 드 구르몽(R'emy de Gourmont, 프랑스,1858~1915)’은 낙엽을 이렇게 노래했다.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이 질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프다

 

바람이 휘몰아칠 때 낙엽은 정답게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이 밟을 때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리니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은 소리가?

 

 

낙엽이 해바라기 듀엣의 이주호한테 닿으면, 그 유명하고 온 국민 애창곡인사랑으로가 턴생되게 되는데... 그 곡의 작사자이며 작곡가이며 가수인 이주호. 그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어느 날 조간신문을 읽게 된다. 그 신문엔는 어느 환경미화원 가족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부모님은 일을 나가고 아이들만 집에 남게 되는데,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네 자매가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내용이었다. 당시 세살이었던 막내아이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 이주호는 그 기사를 읽고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해서, 고심 끝에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것은 오로지 사랑뿐이라는 걸 세상 널리 알리기 위해 그 사랑으로를 적고 부르게 되었다는 거.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오르네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 곳에 손을 내 밀어

 

밝혀 주리라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위 노랫말 가운데 들어있는 그러나 솔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 따라 흐르고소절. 아마도 그 사건 속 소녀들 아버지인 환경미화원 이야기인 듯하다. (어느 공원에서) 쓸어도 쓸어도 또 떨어지는 솔잎. 그 소나무를 안타까이 쳐다보는 환경미화원의 모습을 연상하기에 족하다.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의 환경미화원 OO’도 그 소녀들의 아버지에 진배없다. ,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원들도 ... .

 

내 농장에도 그 많은 감나무들이 어느새 훌훌 잎들을 떨어뜨리고 주홍빛 감들만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 얼기 전에 그 많은 감들을 다 따내려야 한다. 하지만, 나는 가수 문정선이 나의 노래를 통해 일러준 대로, 낙엽이 진다해도 더는 울지 않으리. , 사랑했던 여인이 홀연 떠났어도 더는 서러워하지 않으리.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며 계절의 순환이니... .

 

 

샛노란 은행잎이 가엾이 진다해도

 

정말로 당신께선 철없이 울긴가요

 

 

새빨간 단풍잎이 강물에 흐른다고

 

정말로 못 견디게 서러워 하긴가요

 

이 세상에 태어나 당신을 사랑하고

 

후회없이 돌아가는 이몸은 낙엽이라

 

~~~ ~~~

 

떠나는 이 몸보다 슬프지 않으리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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