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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55)음악듣기/음악듣기 2017. 4. 16. 17:50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55)
- 교황청이 독차지했던 종교 합창곡을 베껴 쓴 작곡가-
윤 근 택 (수필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이탈리아, 1582(?)~1652)는 교황청 성가대의 작곡가로 재임한 적이 있다. 그는 시스티나 성당의 ‘테네브레(Tenebrae) 의식’의 일부로 부르게 될 종교 합창곡을 작곡하게 된다. ‘테네브레’란, ‘어둠’이란 뜻을 지녔으며, ‘성(聖) 주간’ 즉 ‘부활절 주간’의 수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어둠 속에서 기도를 바치는 의식을 일컫는다. 그가 작곡한 곡은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란 뜻임.)>다. 보통은 이를 줄여서 <미제레레>라고 부른다. 이 곡은 신비스런 분위기의 종교 합창곡으로, 영화나 소설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도 종종 만나게 되는데... .
그러나 오랜 기간 로마 교황청의 전유물(專有物)이었다. 이 세상에서 단 한 곳, 로마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전(聖殿)에서만, 그것도 ‘성 주간’ 전례 때에만 연주되는 곡이었다. 촛불이 하나씩 꺼지고 어둠 속에서 교황님과 추기경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경건한 의식의 마지막에 이르러 교황청 소속의 합창단과 최고의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알레그리의 〈미제레레〉였다.
교황청은 이 곡이 시스티나 성당이 아닌 곳에서 연주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악보조차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신비스러운 노래를 듣기 위해서 사람들은 일부러 로마를 때맞춰 방문하여야만 하였다. 그런데 경천동지할 사건이 발생한다. 악보 유출이 발생했으니... . 그 범인은 곧바로 처벌받거나 파문을 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때는 1770년 4월 11일. 자기 아들의 음악적 천재성을 진작부터 알아봤던 어느 아버지가 말썽이었다. 그는 불과 10대 초반인 아들을 앞세우고, 돈벌이도 할 겸 아들 자랑도 할 겸 여러 나라를 음악 여행을 하곤 했다. 그는 14세 꼬맹이를 데리고 시스티나 성당에, ‘테네브레’에 참례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성스럽기 그지없고 신비스러운 그 합창곡,〈미제레레〉를 아들과 함께 듣게 된다.
숙소로 돌아온 부자(父子). 그 아버지는 아들한테 장난기 섞어 말을 하게 된다.
“아들, 너 오늘 저녁에 들은 그 〈미제레레>도 악보로 옮길 수 있겠니?”
그러자 그 아들은 이미 오선지에다 거지반 적었노라고 답했다. 14세 어린 아이가, 단 한번 들은 그 복잡한 악보의 곡을, 무려 아홉 성부(聲部)로 된 곡을, 그것도 15분짜리의 곡을 거의 완벽하게 옮길 수 있었다니! 대체, 그들 부자가 각각 누구냐고? 그 아버지는 레오폴드요, 그 아들은 모차르트다.
그 일이 있자, 교황청 관계자들은 수습을 어떻게 하나하고서 고민에 빠졌다. 당시 교황님이었던 ‘글레멘스 14세’는 범인을 자기 앞에 데려오라고 일렀다. 교황님 앞에 나타난 꼬마 모차르트. 교황님은 그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대견해했다. 그리고는 어린 모차르트한테 벌 대신 ‘황금박차훈장’을 하사하셨다.
하마터면 시스티나 성당 밖으로 영원히 나올 수 없었을 〈미제레레>. 어린 음악 신동 모차르트 덕분에 우리는 종종 듣게 된다. <미제레레〉의 악보는, 모차르트가 일을 저지른(? ) 1770년 그 이듬해인 1771년에 영국 학자 ‘찰스 버니’에 의해 출판이 됐다. 1638년에 작곡된 작품이므로, 악보가 세상에 정식으로 공개되기까지 무려 1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클래식 음악 마니아인 나는, 특히 천주교인인 나는, 그 미사곡 <미제레레>를 듣노라면, 신비스럽고 성스럽다는 걸 느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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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의 보호를 받던 그 곡, 알레그리(Allegri)의 미제레레(“Miserere")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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