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게'
    수필/신작 2017. 8. 2. 03:43


                  * 인터넷, 그 '정보의 바다'에는 이런 글도 있더군요.

                 ' e메일 주소가 맞을까? 너무 얄미워 내 기억속에서도 지웠던 그녀.'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게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게/ 나 항상 그를 생각함으로써/내 맘의 평화 다 잃어버린 것을/아무리 나는 애쓰나 말할 수 없도다 /내 맘에 맺힌 이 말을 전해 주게/내 맘에 숨은 사랑 그에게 알리는 것/그 큰 사랑 속에 내 마음 사로잡혀/아무리 홀로 애쓰나 아무 소용이 없도다. //’

       다들 아시는 바, 이태리 가곡이며 캐나다 태생의 ‘Palvo’라는 작곡가가적은 곡이다.
       내 나이 쉰 여섯. 더군다나, 여성이면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이 지구상에 다녀간 마리아님만 사랑하기로 한 마당에, 이 노래를 다시 구성지게 부르게 될 줄이야!
       우리는 곧잘 ‘우연’을 이야기한다. 가령,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더라고 술회한 것 같은 우연. 사실은 그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후세의 우리는 다 알고 지낸다. 그것은 ‘필연(必然)’ 내지 ‘인연(因緣)’이었음을 두루 알고 지낸다. 즉, ‘인(因)’이 있어 ‘연(緣)’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緣’이란, 글자가 보여주듯, 허공에 마치 거미줄처럼 나부끼던 실[絲] 한 오라기가 어느 이한테 ‘척’ 걸쳐지고, 시쳇말로 교감(交感)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아주 색다른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된다. 고백하건대, 문학활동을 사반세기 해오는 동안, 왜 나한텐들 작은 인연과 사연이 없었을까? 더더군다나, 격정적(激情的)이었던 젊은 날에야… .
       그러했던 내가, 새삼 연서(戀書)를 쓸 줄이야! 인터넷이란 요상한 매체가,그에게 지금부터 펼칠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길 바라면서.
       그를 안 지는 불과 몇 달 아니 된다. 어느 날 낯선 이메일이 한 통 들어와 있었다. 전혀 모르는 이였다. 정작 매일매일 내가 이메일로 부치는 신작수필의 독자들한테서는 마치 서로 입을 맞춘듯 늘 묵묵부담이었건만, 그는 이런저런 경로로 나와 나의 이메일 주소까지를 알게 되었노라고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자신이 수필작가 지망생이며, 어느 문학강좌 수강생이며, 곧 나오게 될 어느 문학잡지에 신인으로 데뷔할 예정이라는 사실 등. 무척 반가웠다. 그 무엇보다도 수필작가가 되겠다는 그의 의지가 가상했다. 그 고달픈 작가의 길을 가겠다니… .물론, 사뭇 예의를 갖추어 답장을 적어 띄웠다. 이내 답장이 왔다. 다들 경험하겠지만, 답글의 제목을 바꾸지 않으면,Re Re Re… 계속 붙어나간다. 물론, ‘Response(음답)’의 약자일 것이다. 하여간, 그 길로 둘이서 주고받은 이메일의 제목이 그야말로 ‘Re Re Re…’가 되어, 본문의 길이보다 더 길게 늘어나게 되었다.
       교신을 통해, 그가 대단한 문학적 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을 금세 알게 되었다. 나는 그가 ‘산문정신(散文精神)’이 무척 빼어난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실제로, 그는 내가 여태껏 알고 지내는 그 어떤 수필작가보다도 막힘 없는 문장을, 그것도 매일 새벽마다 한 편씩 ‘뚝딱’ 해치우는(?) 괴력을 지녔음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신비스러운 사람이다. 30여 년간 습작(習作)을 해오는 나도 때로는 절벽 앞에 놓인 듯한 막막함을 느끼거늘... . 그런 데다가, 어디서 언제 그렇게 읽었는지, 나의 기발표작을 무척 꼼꼼하게 다 읽고서 독후감까지 보내오곤 했다. 꽤나 호감이 생겨났다. 내가 미발표 신작을 그에게 부쳐보기 시작했더니, 그는 그 글들을 읽고 평(評)까지를 해왔다. 그 평이라는 게 전혀 색달랐다. 하기야 나의 발표작에 관해, 적잖은 문학평론가들이 ‘월평(月評)’ 등을 통하여 이런저런 칭찬을 한 바 있기는 하지만. 그는 그분들과 판연히 달랐다. 주로, 어느 시인의 시(詩)와 어느 작가의 산문과 어느 야생화의 향기와 관련된 말들이 적혀 있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를 몇 가지 들어 본다.


        ‘선생님, 이번에 부쳐주신 그 글에서는 ‘달맞이꽃’ 향기가 나요.’
       ‘선생님, 이번에 부쳐주신 ‘카스티요의 북쪽 계단에서’란 수필. 거기서는 박경리 선생의 유고집에 실린 다음 글이 떠올라요. 한번 그 시를 읽어보세요. 그분도 실제 여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설거지 하는 동안에도 시베리아까지 여행했대요.’
        ‘선생님, 이번 글은 ‘기형도’ 시인의 ‘ㅇㅇ’란 시가 오버랩되었어요. 아레에 옮길 테니 한번 읽어보세요.’
       그는 이렇듯 웬만한 시와 소설과 산문을 ‘좔좔’ 다 꿰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한 녘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또 한 녘으로는 부끄럽기까지 하였다. 이 인터넷 매체야, 나는 여태 끝까지 읽은 책이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달랑 한 권뿐임을 더 늦기 전에 그에게 전해주게나. 이 인터넷 매체야, 그 책마저도 성인이 되어서 읽었을 뿐이라고 대신에 전해주게나.
       그는 나의 글에 극찬을 마지 않았다. 그는, 내가 현존하는 수필가들 가운데 정상급 작가라고까지 치켜올렸다. 하지만, 그이야말로 내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임을 알게 되었다. 꼭히 그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알 듯 말 듯한 말로 이메일을 보내고 말았다. 물론, 그를 만난 적도 없고 그의 얼굴도 본 적 없다. 그렇더라도 막연하나마 순순히 내가 그에게서 멀리멀리 떠나는 게 옳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사실 장래가 구 만리 같은 그. 자칫, 나의 문투(文套)를 흉내낼까 봐 저어하기도 하였다. 즉, 누구의 글을 모델로 삼는다든가 그의 글을 너무 많이 읽는다든가 하면, 부지불식간에 전염 아닌 전염이 되어, 나름의 문체(文體)를 만들어내는 데 무척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내심 걱정했다. 나는 이러한 경우를 제법 보았다. 여태도록 캥거루족처럼 자기 스승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수필작가들이 얼마나 많던가. 사실 나는 어느 작가의 글 몇 줄만 읽어도, 그가 누구 제자인지 대충 짐작하기도 한다. 내가 잠시 알았던 그가 그런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를 정말로 바랐다. ‘잘 지내세요. 그럼.’이라고 매정하리만큼 이메일을 적을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나름의 이유. 나는 아직도 어떤 점에 솔직히 자신이 없다는, 내 쉰 여섯의 나이도 아직은 자신이 없다는… . 그가 마흔 둘의 나이일지라도, 내 열정이 여태 식지 않았음을 안 까닭이기도 하였다. 내가 말은 그럴싸하게, ‘예술은 시공(時空)과 성(性)을 초월한다.’고 적어 보내긴 했더라도 그렇지! 사실 그는 자신의 등단작이 실린 잡지를 나한테 부쳐도 되겠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나는 사양했다. 물론, 그 잡지엔 젊은 여인의 사진과 함께 당선소감도 적혀 있을 터.
       그러했는데, 그러했는데… . 어젯밤 그는 장문(長文)의 이메일을 나한테 보내왔다. 그것은 나한테 쓴 편지이기도 했지만, 자신에게 쓴 편지이기도 하였다. 어디 내어 놓아도 손색없는 명작 수필이었다. 후일, 그가 할머니가 되었을 적에 다시 그 글을 읽는다면, ‘문학’이란 불구덩이에 온몸을 던져 불사르던 지금의 자신을 회상할 것 같기만 하다. 그리하여 훌륭한 여류수필가가 되었노라고 자랑스레 후세사람들한테 전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나는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마리아님께 기도를 올려야겠다. 오늘의 묵주기도의 지향(指向)에는 이런 기도를 보태기로 한다.
       ‘성모님,그가 눈부신 문업(文業)을 닦아 갈 수 있도록, 주님께 빌어주소서. 아멘.’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속  (0) 2017.08.05
    '사이비 고추'  (0) 2017.08.02
    '에드몬드의 손짓'  (0) 2017.07.31
    물수제비돌에 맞는 개구리는  (0) 2017.07.29
    세상에서 가장 긴 낱말  (0) 2017.07.2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