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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읽는 '문장수련(2)' 앞 부분
    문장이론/문장수련(문장이론) 2017. 8. 9. 06:35

    문장수련(2)


                                                                          윤근택 (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두 번째 지상훈련(紙上訓鍊)을 펼치고자 한다. 이번에는 문예문, 특히 산문이 어떤 미덕을 지녀야 하는지에 관해서 얘기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모든 문장이 주제문(主題文)이나 주제어(主題語)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한 문장 또는 한 어휘를 위해 여타 문장들을 들러리 세워야 한다. 아주 좋은 예가 있다. '좽이'가 바로 그것이다.
      좽이란, 물고기를 잡는 그물의 한 가지로, 원뿔 모양으로 생겼다. 모기장을 연상해도 좋다. 원뿔의 꼭지에 '벼리[綱]'가 달렸고 아래쪽에 납, 또는 쇠로 된 추(錐)가 달렸다. 한자 '綱'을 '벼리'라 새김에 유의해 주기 바란다. '대강(大綱)'이란 낱말에도 '綱[벼리]'이 들어있고, '일의 중요한 부분을 간단하게'란 뜻을 지녔음에도 유의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좽이에는 반드시 추(錐)가 달려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 좽이질을 연상해 보라. 왼손 손목에 벼릿줄 끝을 고리로 만들어 건다. 왼쪽 어깨에다 좽이의 상단부를 처억 걸친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좽이의 추려를 사려 적당하게 갈라 잡는다. 다음은 하나, 둘, 셋 온 몸을 출렁댄다. 그러다가 오른팔을 한껏 뻗쳐 좽이를 던진다. 이때 순간적으로 요령 있게 좽이를 놓아주어야 한다. 왼손도 오른손을 도와주어야 한다. 온몸으로 좽이를 던지되, 사뭇 감각적이어야 한다.
      물 바닥에 좌악 펼쳐진 좽이. 물고기들은 그 안에 갇히게 된다. 벼릿줄을 양손으로 살살 잡아당기면, 좽이는 차츰 좨든다. 무거운 추는 끌리어 오면서 자갈들을 건드리기에 물고기들은 안으로안으로 모이게 된다. 물고기들은 금빛 은빛으로 파닥인다. 벼리를 당기다당기다 보면, 원뿔 모양이었던 좽이는 동아줄 모양이 된다.
      이제 글짓기에 하나하나 대입해보자. 벼리는 모든 문장이 일사불란하게 지향점을 향해 선조성(線條性)을 지녀야겠다는 뜻이다. 미술학도들이 말하는 '소실점(消失點)'이다. 달리 말해, 초점(焦點)이 있어야겠다는 의미다. 벼리를 놓치면 안 된다. 비늘이 아름다운 물고기들은 소재에 해당한다. 물고기들은 매운탕의 좋은 재료이기는 하지만, 한 마리 한 마리는 별 의미가 없다.
    생활 주변 즉, 물속에서 노닐어도 잡지 않으면 나의 것은 아니다. 추는 말 그대로 추다. 적당한 무게를 지녀야 한다. 벼리에 끌리어 오면서 웬만한 돌멩이들을 터덕터덕 건드려 물고기를 몰듯이, 소재를 변용(變容)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처음부터 좽이질을 잘하는 이는 없다. 누구나 초보자 시절에는 모래밭에서 줄기차게 연습을 한다. 차츰 요령을 터득하면, 물 흐름이 느린 소(沼)에서 좽이질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물살이 센 여울에서도 좽이질을 할 수 있게 된다. 자꾸자꾸 하다가 보면 수가 날 것이다. 급기야는 바윗돌 따위에 추가 걸리지 않도록 자유자재로 좽이를 펼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더러 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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