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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략난감한 일
    수필/신작 2018. 2. 5. 04:01

     

                                          대략난감한 일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대략난감, 자신의 상황이 대체적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거나 당황했을 때 쓰는 말. 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일전, 내가 자주 쓰지 않는 네이버 e메일에 이런 내용의 원고청탁서가 한 통 들어 와 있었다.

                                                    윤근택 선생님

     

                                 「월간 oo문학에서는 한국 명수필 101

                                  발행하고자 하오니 아래 사항을 참고하시어 원고

                                 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 래 -

     

                        1. 원고 마감 : 2018218

                        2. 원고 수량 : 신작 수필 3편 이상

                        3. 사진 제출 : 최근 촬영 여권 사진 크기 정도

                           1(경력, 연락처, 주소 등 상세하게)

                        4. 조 판 비 : 50,000(수필집 5) 배부

                        5. 송금 계좌 : IBK기업은행 ?

                                  사단법인 oo문학가협회 이ㅇㅇ

                        6.원고 보낼 곳 : ?

                        7.문의연락처 : ?

                              ※ 참고: 현재 약 70명의 작품이 와 있으나

                                많이 부족하여 원고를 청탁합니다. 혹여 기히

                             작품을 보내셨다면 다시 보내주신 원고는

                                월간지에 게재할 것입니다.

    20180125

    월간oo문학 발행인·편집인 이oo


       겉보기에는 아주 정중한 원고청탁서이다. 나를 대한민국 수필작가들 가운데 101인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그런데 그런데 ... 아니 적어도 될 문장을 왜 적었을까? 그것도 주기(朱記)까지 하여서. 내가 퇴주그릇인가? 마치 목표미달이니, 나를 보결(補缺), 턱걸이 합격(?)이라도 허락하겠다는 건가? 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다작(多作)의 수필작가이며, 데뷔한 지도 30여 년 되는 내가, 나이와 상관없이 원로인 내가, 그러한 알사탕 던짐에 혹할 사람인가.

       또, 일전 서울의 어느 원로 수필가이며 대학 교수 출신이고 수필전문지 발행인이었던 분한테서 휴대전화를 받았다. 그분은 내가 KT 어느 사업장에서 총무과장을 지낼 적에, 특별강사로 모셔, 수백 명의 직원들을 대강당에 모아 특별강의를 행했던 분이기도 하다. 나는 여태 정기 구독료도 한 번도 낸 적 없으나, 그분이 만드는 수필전문지를 수십 년째 계절마다 보내오는 분이기도 하다. 그 잡지의 발행인은 그분의 글 제자들이 번갈아가며 맡고 있는데, 그것도 벌써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분은 내년에 미수(米壽)를 맞게 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시면서, 200여 명 장르를 불문하고 글 친구들의 축하글(?)을 모아, ‘미수(米壽) 기념문집을 낼 터인데, 나한테도 당신을 기리는 글을 한 편 적어달라는, 일종의 원고청탁을 그렇게 전화로 하신 거였다. 대략난감이다. 솔직히 나는 그분의 문학세계도 모를뿐더러, 그분의 글을 몇 편 읽어는 보았으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

      또, 이런 일도 왕왕 있다. 원고청탁서를 보내오되, 자사(自社)의 형편상 원고료 대신 책 두 권 정도 부쳐주겠다는... . 그 사정 이해는 한다. 인터넷 매체에서라도 미발표작(未發表作)아시글(맨 처음 선보이는 글)’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나는 육필이 아닌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쓰는 까닭에, 그 원고가 공중으로 날아갈세라, 23중 인터넷 매체(블로그, 카페, 전자도서관 등) 등에 이내 올리곤 한다. 마치 그 현명했던 조선조 선인(先人)들이, 전국 네 곳에다 사고(史庫)를 지어, 복사본 자료를 보관했듯. 해서, 내가 지은 작품들은 엄밀히 말해, 짓자마자 새것이 아니다.

       그런데 비해, 아주 내 맘에 쏘옥 드는 이가 둘 있다. 나는 그들 양인(兩人)한테 내 보고(寶庫)의 쇳대(열쇠)’를 선뜻 내어주었다. 그들이 언제고라도 필요할 적에, 특히 다음 호 자기네 문학잡지 원고가 부족할 적이면, 내 작품을 간단히 원고교정 하나 없이복사 후 붙여넣기로 가져가도 좋다고. 그 한 이는 <自由文學> 발행인이자 여류 아동문학가인 이. 또 한 이는 <現代隨筆> 발행인이자 여류 수필가인 이. 나는 두 번 째 여인만은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다.

       이제 온 세상에(?) 알리니, 어차피 돈이 아니 되는 수필작품이니, 저작권 운위(云謂)하지 말고, 필요하거든 나의 그 많은 작품들 가운데에서 필요시 필요한 만큼 가져가시어, 귀 잡지 등에 전재(轉載)해도 무방하다. 하기야 나는 한국복사권 협회던가 하는 데에 가입되어, 저작권 보호를 받고는 있으나... .

       끝으로, 진짜 내가 대략난감해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막상 어디에서 원고청탁서를 받더라도, 고를 작품이 마땅찮다는 거. 내가 내질러놓은(?) 애새끼가 2000여 편씩이나 되고, 내가 보기에는 다들 이뻐서 탈이다. 그러기에 딱 두 권의 개인 수필집을, 멋모르던 데뷔 초기에 연달아 낸 이후 더 이상 책을 못 내기도 한다. 이야말로 대략난감이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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