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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코, 글쓰기만은 관둘 수 없어요
    수필/신작 2022. 5. 24. 14:13

     

                                                    결코, 글쓰기만은 관둘 수 없어요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더 이상 낙담하지는 않아요. 잠시잠깐 제 글짓기 작업은 ‘휴업’상태였으나, 결코‘폐업’은 없어요. 내 사랑하는 애독자님들, 두루두루 사랑해요.

       바로 어제 그렇게 맘 다질 일이 있었어요.

       어느 아파트 경비실에 근무하는 저한테, 저녁 무렵 아내가 휴대전화를 걸어왔어요.

      “현지 아빠, 죄송해요. 오늘 당신 생신이군요. 깜빡 잊어버려서 죄송해요. 하기야 생선이나 육류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시니... .”

       저는 대수롭지 않게, 장난스레 응답했어요.

       “나이 66세가 되는 게 뭐 그리 대수에요? 아파트 경비원한테도 생일이 있나요? 그냥 나이 먹어가는 것일뿐.”

       생일 챙겨주지 못함에 미안해하는 아내한테, 휴게시간인 저녁 여섯 시부터 일곱 시 반까지는 자유시간이니, 승용차로 7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가서, 된장찌개 반찬으로 저녁밥 먹고 오겠노라고 하였어요.

       시간에 맞춰, 제 가족이 사는, 아니 아내가 혼자 살다시피하는 아파트로 승용차를 몰고 갔어요. 그 아파트 도로변에는 큰딸, ‘요안나 프란체스카’가 결혼도 미룬 채 11년차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 있어요. 길가에 잠시 승용차를 세우고 ‘비상깜박이’를 켰어요. 녀석이 반갑게 맞아주데요.

      “ 아빠, 귀빠진 날이라면서? ‘콩그리에이션, 해피 버스데이!’”

       저는 또다시 장난기 섞인 대꾸를 하였어요.

       “뭐 ‘벗어데이’라고? 하긴 맞는 말이야! 그때 이 애비는 ‘(발가) 벗었대이; 발가벗고 태어났다는 뜻임.)”

       미역국을 반찬으로, 저녁밥을 그야말로 조촐하게 차린 생일상 저녁밥을 먹고, 승용차를 몰아 다시 제가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실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휴대전화기 벨이 울렸어요. 혹시나 염려되어 러시아워임에도 응답했어요.

      “네, 정문 경비실입니다.”

       상대는 여성의 목소리였어요.

       “선생님, 그 동안 제 휴대전화번호 놓쳤어요? 오늘 선생님 생신이시죠? 축하해요. 두 따님들은요?”

       이 무슨 감동? 그분은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여인이시고, 친정이 내 고향 청송을 가기에 앞서 ‘노귀재’ 재를 넘기 전에 자리한 영천이라던 분. 그분은 연령적으로는 저보다 한, 두 살 아래라던데... . 그분은 어느 인터넷 매체에서, 타인이 퍼간 제 글, 그 옷자락을 잡고 찾아와 제 블로그에 댓글을 수없이 달았던 분. 서울의 어느 교회 목사님 부인이라던데... . 제 수필작품들을 읽으실 적마다 거기서 교훈이든 지식이든 교양이든 하나씩 꼭꼭 얻어가셨다는데... .

       하필이면, 제가 너무너무 심적(心的)으로 힘들 때에, 제 음력 생일날을 맞추어 나타나시다니!

       저는 울먹이며 불평을(?) 했어요.

       “사모님, 아니 ‘정옥’, 나는 님이 저승가신 줄 알았어요? 그 숱한 e메일도 거의 한 해 동안 아니 읽으시고 하여서요. ”

       그랬더니, 그분은 ‘저승’이 아니라 ‘천국’이라고 정정해주며, 그 동안 기도에 열중하다보니, 제 그 많은 수필작품들을 읽지 못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다 읽고 계셨대요.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입니까? 가족도 놓쳐버리기 쉬운 제 음력 생일날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기억하고 계시다니! 어느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제 작품, ‘유품’을 통해, 제 어머니의 기일(忌日)인 ‘윤 오월 초열흘’까지 기억하고 계시다니!

       그분께서는 그 많은 제 수필작품들의 문장과 거기 쓰인 어휘까지도 죄다 기억하고 계신다는 뜻이 아닌가요?

       더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뭣이 필요하겠어요?

       저는 매양 징징댔지만, 낯을 드러내지 않고서라도, 숨어서 제 수필작품들을 온 가슴으로 읽고 계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요컨대, 저는 결코, 글쓰기만은 관둘 수 없어요. 더 고마운 점은요, 오늘 새벽 아파트 경비실에서 퇴근하여, 식탁에서 아내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는 동안, 어제 저녁 스토리를 들려주었을 때 아내의 반응인 걸요.

      “ 윤 작가님, 그러니 앞으로 제발 애독자님들 관리를 잘 하세요. 그분들 마음 다치지 않게, 완급(緩急) 속도를 조절하여 관리를 잘 하세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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