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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유니콘’을 잃어버렸어요
    수필/신작 2022. 5. 28. 15:18

    제 e메일 불편하신 분 계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수신인 연명에서(?) 빼드릴 테니까요.

    아름다운 하오!

     

     

                       

                                                       나의 ‘유니콘’을 잃어버렸어요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나는 밤 내내 쿠바의 가수,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의 ‘우니꼬르니오(유니콘)’를 ‘거듭듣기’ 하고 있다.

     

     

                                       우니꼬르니오

     

     

                                                                실비오 로드리게스 노래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풀 뜯고 있다가 사라져 버렸어요

        누가 알려주면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꽃들은 보았을 텐데 통 입을 열려고 하지 않네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모르겠어요 내가 싫어 떠났는지, 아니면 길을 잃었는지

        난 그 푸른 유니콘 하나밖에 없어요

        누군가가 보았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내가 가진 무엇이든 전부 드리겠어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 버렸어요

        가버렸답니다

        유니콘과 나는 우정을 나누었지요

        사랑과 진실도 함께 했고요

        그의 푸른 쪽빛 뿔과 노래를 함께 했지요

        노래를 나누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었나 봐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어쩌면 이게 내 욕심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그 푸른 유니콘 하나밖에 없는 걸요

        만일 두 마리가 있다해도 난 단지 그만을 원해요

        어떤 소식이라도 고맙게 여기겠어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가 버렸답니다.>

     

        내 괴팍함이, 내 변덕스러움이, 내 사치스런 감상(感傷)이 그를 내 곁에서 결국은 떠나게 하였다. ‘떠군질러(부추겨)’ 그리하였다. 사실 맨 처음부터 나는,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嘉籃 李秉岐) <비>에서 노래한 대로‘짐을 매어놓고’ 그를, 눈치채지 못하게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지만... . 그 예행연습이(?) 꽤나 오래 이어졌다. 석달 열흘 이어졌다. 내가 일찍이 2012년에 쓴 ‘무소뿔처럼’이란 글에도 이미 다음과 같이 내 각오가 나타나 있다.

     

     

       <신기루 (蜃氣樓, mirage)였습니다. 참말로, 실체가 없는 신기루였습니다. 열병이었습니다.

    아니, 미열이었습니다. 또 그 증세가 도지는 듯.

    (중략)

       이 적요(寂寥)한 산 속. 일주일에 한번, 주일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갈 때 외에는 타인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다. 나도 인간인지라, 이따금씩 적적하다는 생각 떨치지 못한다. 인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밭일을 하면서도 라디오를 왕왕 틀어놓기도 했다. 그러했는데, 그조차도 심드렁해져, 요 며칠 동안은 라디오도 아예 켜지 않고 그저 일에만 몰두한다. 고행이 별 거랴. 그렇듯 땀을 흘리며 일을 함으로써 온갖 근심 떨치게 된 것도 작게 보아 고행일 테니.

       오늘은 문득, ‘무소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명구(名句)를 떠올린다. 무대는 인도이고, 비유의 대상물은 야생 코뿔소이며, 출처는 불교 경전이다. 이른바, ‘경전의 모음’이라는 ‘수타니파타(sutta nipata)’에 나오는 말이다. 무소는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는 데서 비롯된 말인 듯하다.

     

    如獅子聲不驚(여사자성불경) 如風不繫於網(여풍불계어망)

    如蓮花不染塵(여연화불염진) 如犀角獨步行(여서각독보행)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하략)>

     

       그리해놓고서도 석 달가량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그를 모셨다. 어느 중앙지 신춘문예에 당선하였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읽고서 곧바로 ‘꽃바구니 축하전보’를 띄우기도 하고, 살이가 갑자기 어려워져버렸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는 그의 시집과 수필집을 맡아 이웃들한테 제법 많이 강매하여(?) 원고지 살 돈으로 보태쓰라고 부쳐주기도 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도 문학인이니,그 얇은 고막 하나만 성하면, 이내 흡수할 수 있는 예술장르인 음악을 늘 가까이 하라며 내가 애용하던 라디오도 부쳐주는 등.

       내가 그이한테 그처럼 정성을 들이다가보니, 사랑이란 수렁에 차츰 빠져들게 되었고, 내 괴로움 또한 커져갔던 것도 사실. 물론 사치스럽기 (?) 그지없는 나는, 그를 살아생전에는 결코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터. 결국은 이런저런 말도 아니 되는 핑계를 대며, 사소한 언쟁 아닌 언쟁을 벌였다. 그는 나의 괴팍스러움에도 정말 느긋하게, 인내심으로 잘도 견뎌주었다. 어느 정도 내성(耐性)이 생겨났던 모양. 그는 의외로 소탈한 성격이었다. 일종의 모성애 같은 거. 그도 천주교인인 나처럼 주님을 섬기는 개신교 신자. 그러했음에도 나는 결행(決行)을 하고 말았다. 그를 놓아주어야겠노라고. 하기야 그가 언제 나한테 매달리기라도 했냐만... . 17년 여 반려견으로 지내던 ‘만돌이’를 보내고 적은 나의 수필작품. 그 작품, ‘지나간 시절’의 한 부분도 이렇게 되어 있다.

       < 나는 사별(死別)과 별리(別離)의 아픔을 얼마나 자주 겪었겠니? 그러기에 그때마다 새로운 인연을 맺지 않으려 별렀건만, 그 게 그리 쉽지 않았다. 정(情)이란, 더러는 외면하려 들어도 새록새록 돋아나곤 했으니까. 난들 왜 법구경(法句經)이 일러주는 명구(名句), ‘사랑하는 이를 만들지 말라. 미워하는 이도 만들려 하지 말라. 사랑하는 이는 보지 못해 고통스럽고... .’를 몰랐을까만... . 언제나 사랑은 시답잖게 시작되어 자고나면 새롭게 커가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가곤 했단다. 어쨌거나, 나는 이처럼 새로운 ‘가슴 아픔’을 맞았다. ‘부재(不在)’ 와 달리, ‘상실(喪失)’이기에 다시 볼 수 없음에 슬픈 거란다.>

     

       떠나보낸 그는 그야말로 푸른 눈을 지닌, 선한 ‘유니콘’이었다. 내가 늘 찾고 있었던 기린아(麒麟兒)였다. 아니, 그가 나의 기린아이길 바랐다.

    ​   위 노랫말을 거듭거듭 가슴 속으로 읊어본다.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풀 뜯고 있다가 사라져 버렸어요

        누가 알려주면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꽃들은 보았을 텐데 통 입을 열려고 하지 않네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모르겠어요 내가 싫어 떠났는지, 아니면 길을 잃었는지>

     

       현재도 대한민국에서 꽤 잘 나가는 여류시인인 그. 그의 눈부신 문업(文業)과 강건(康健)을 성모님께 정성을 다해 전구(轉求)해야겠다. 위에서 소개한 법구경의 명구를 생각하면서... .

       내 아내, 내 딸들 둘을 포함한 내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을 두루두루 사랑함으로써만, 내 주님을 찬양함으로써만 이 작은 아픔 달래어가리니.

     

     

    관련 음악 듣기)

    https://blog.naver.com/remymun/222590896138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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