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밭에서(6)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고추밭에서(5)’에서는 고추작물한테 치명적인 탄저병과 역병을 소개하였다. 그 글 말미(末尾)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봄부터 이 늦가을까지 일련의 고추재배 여정을 되짚어보면서, 예찰(豫察)과 예방이 얼마나 중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자연, 이번 호에서는 고추작물 병충해 예찰과 예방에 관한 이야기.
아침저녁 고추밭에 나서서 내 새끼처럼 이쁜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잎에 개미들이 기어오르는지, 딱정벌레가 기어다니는지, 진딧물이 일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들 벌레들은 탄저병을 비롯한 여러 병원균과 상호관계를 맺고 있다는 거. 한 녘으로 생각하면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우선,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 이들은 공생관계다. 진딧물은 고추의 여린 잎에서 즙액을 빨아먹고 일차피해를 입히는 한편 탄저균 등 병원균 중간매개자가 되어 이차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진딧물은 신체구조상 먼 거리를 이동치 못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 무슨 영문인지는 아직도 학술적으로 내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데, 진딧물은 언제고 도립(倒立) 상태로 잎에 붙어 지낸다고 한다. 어쩌면 개미의 주둥이와 관련 있을지도. 진딧물은 꽁무니에다 배설물로 당분 덩어리를 달아두게 된다. 그러면 개미들은 그걸 냠냠 핥아먹게 된다. 미식가인 개미가 진딧물 꽁무니에서 그 당분 알갱이가 더 이상 맺히지 않으면, 얼른 알아차리게 된다.
‘어, 이 녀석들이 이 여린 고추잎에서는 즙액을 다 빨아먹었는가 봐. 그러니 등에 업고 속히 싱싱한 이웃 잎으로 옮겨주어야겠어.’
이처럼 개미와 진딧물은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이 사실을 안 이상, 농부는 개미가 보이면, 그 자잘한 진딧물이 일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다음은, 딱정벌레와 진딧물의 관계. 이들은 천적관계다. 딱정벌레는 진딧물의 포식자이다. 딱정벌레는 그 몸치장이, 알록달록한 활옷을 입은 무당 같다고 ‘무당벌레’로 부르기도 한다. 해서, 노인네 농부의 침침한 눈으로도 금세 식별할 수 있다. 고추잎에 유난히 딱정벌레가 붙어있으면, 진딧물을 모조리 잡아먹겠구나 생각하여도 된다. 사실 중세 유럽에서도 진딧물 창궐로 농부들이 한숨을 짓고 지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무당벌레가 나타나자 진딧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해서, 그들은 딱정벌레를, 성모 마리아님이 농부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보낸 벌레 혹은 새로 여기었다는데... . 그래서 그들은 무당벌레를 ‘우리들 성모님의 벌레(Our Lady's beetle)’ 혹은 ‘우리들 성모님의 새(Our Lady's bird)’로 부르게 되었다.
위에서도 이미 한 차례 밝혔지만, 진딧물은 온갖 작물의 여린 잎 즙액을 탈취하는 일차피해를 입히고, 여러 병원균 매개자이기에 농부들한테는 성가시는 존재다.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여 방제약들도 그 이름들을 다 외우지 못할 지경으로 제각각이다. 진딧물을 비롯한 온갖 해충이 병원균의 매개자이니, 농부는 어떤 특정 작물병을 예방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되, 살충제와 살균제를 반드시 섞어서 살포하여야 한다는 점. 이는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만 드리는 보너스다.
작가의 말)
나의 글에 늘 충고 아끼지 않는 나의 뮤즈.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수필작가이니, 함께 완성을 향해 공부해나가길 바란다. 나는 그의 충고에 대한 보답으로, 위 주기(朱記)된 부분을 관심있게 봐주길 바란다. ‘과감한 술어(述語) 생략(명사로 문장 종결)’은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 기호에 맞춘 표현이다. ‘우선,’과 ‘다음은,’은 글을 요목화 내지 조목화하는 문장기술(文章技術)이다. 끝으로, ‘위에서도 이미 한 차례 밝혔지만,’을 문두(文頭)에 내세운 이유. 이는 독자들께 중언부언임에 넌지시 양해를 구하는 문장기술이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