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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33) - ‘세이렌(Siren)의 노래’ -수필/음악 이야기 2023. 2. 10. 12:26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33)
- ‘세이렌(Siren)의 노래’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 연작물 제 132화에서는 ‘영국 음악의 아버지’로 부르는 ‘헨리 퍼셀(Henry Purcell, 1659~1695(향년 36세)’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다. 그 작품 하단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 ‘ 셰익스피어가 아무리 위대해도 퍼셀의 ‘세이렌의 노래’가 없었다면, 대중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 퍼셀의 추도문 중(1695년)에서 >
하여간, 요즘 나는 실마리를 잡으면, 끝끝내 그 엉켜진 실오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해서, 이 글은 전편(前篇)의 이삭줍기인 셈. 내 성질에, 위 추도문도 차근차근 파고들밖에. 셰익스피어(1564~1616,향년 52세)와 헨리 퍼셀은 동시대 영국 사람들. (*나이 비교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세이렌의 노래’는 그의 오페라, <아서왕>에 나오는 아리아라는데, 아무리 인터넷 검색해보아도 당해 음악은 따라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대신, 그 오페라 제 4막에 ‘맹렬히 진군하던 아서왕. 세이렌과 님프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오스왈드성(-城)으로 향하는 길을 드디어 열게 되었다.’는 대목은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문장이론상 ‘좋은 시작’ 가운데에서 ‘솔직한 고백’이라고 한다.)
‘ 세이렌이라... 세이렌이라 ... .’
온종일 마구 파고들어, A4용지 8매가량 메모하는 수확을 보았다. 학창시절에 이렇게까지 파고들었더라면... . (이를 두고, ‘윌리엄 와트’의 ‘좋은 글 12개 척도’에서 ‘자연스러움’이라고 한다.)
세이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신반조(半身半鳥)의 님프다. 그 어원은 ‘휘감는 자’이며, ‘여성의 유혹’, ‘속임수’를 상징한다.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을 하고, 새의 몸을 가진 세 자매. 그들은 이탈리아 반도 서부 해안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섬에 살았다. 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얼마나 고혹적(蠱惑的)이었던지, 그 섬으로 선박이 다가오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들도록 하였다. 특히, 그들은 암초와 여물목이 있는 곳에 살았다.
천하의 그들 세이렌 세 자매들도 두 차례에 걸쳐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으니... .
첫 번째 실패.(* 요목화 내지 조목화 예이다.)
‘오디세우스’는 지략과 용맹으로 ‘트로이목마’를 직접 기획하여 트로이를 정벌한 그리스의 전쟁영웅. 그는 부하들과 함께 선박으로 그곳을 지나가야만 했다. 그는 마녀 ‘키르케’가 일러준 대로 선원들한테 미리 일러, 모두 귓구멍을 밀랍으로 만든 귀마개를 끼도록 하였다. 정작 그는 그녀들 유혹에 빠져 배를 엉뚱하게 몰지 않으려고, 부하들한테 당부하여, 자기의 몸을 돛대에다 밧줄로 꽁꽁 묶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 님프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혼자만 즐기면서(?) 의기양양 그곳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잠시 내 이야기 샛길로 빠져든다. ( ‘여담이다’할 자리에.)위 그리스 신화가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향년 40세),체코 태생 단편소설가)’에 이르면, <사이렌의 침묵>이란 단편소설로 윤색된다. 내가 이 글의 완성도를 더하고자 벼락치기로, 그것도 번역본으로 두 번씩이나 읽어보았다. 번역자의 역량(?)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난해하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평소 나의 지론이기도 하지만, ‘진리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건만... .’ ‘아니면, 나의 지적수준(知的水準)이 낮거나. 카프카는 그 단편소설에서, ‘오디세우스’는 그들 세 자매의 노랫소리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며 의기양양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들 세 자매 님프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전혀 못 들은 것으로 자신만만했을 거라고. 실은, 그들 세 자매 님프들은 립싱크(lip sync), 곧 ‘무대 위의 가수가 미리 준비한 반주곡과 노래에 맞추어 입만 벙긋대는 일’을 행했을 거라고 그 단편소설에 적은 듯. 더 이상 어렵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속된 말로, ‘Win win 전략’이었을 거라고. 카프카는 남들과 달리, 그 그리스 신화마저도 예술가답게 ‘비틀어보기’를 아주 훌륭하게 행한 듯. 나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가 아주 빼어난 작가였음을 인정한다. 동일 사물을 보되, 자기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거.
다시 그들 세 자매 님프들이 자신들 목적을 이루지 못한 예로 이야기의 물꼬를 돌린다.
두 번째 실패.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 영웅들 가운데에서도 특이하게 노래와 연주를 통한 음유시인으로서 활약한 영웅. 그는 ‘아르고선(-船)’ 원정대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들 일행은 황금양털을 찾기 위해 세이렌 세 자매가 사는 그 해협을 항해하고 있었다. 오르페우스는 음유시인답게 ‘리라(lira;5현 현악기)’를 타며 너무 멋지게 노래를 불러대는 바람에, 일행들이 세이렌 세 자매의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고 다들 무사했다고 한다.
세이렌 세 자매는 위 두 번의 목적 달성을 못하자, 모욕감을 느껴 집단자살했다고 한다. 사실 신화 중 인물들은 관행처럼(?), 자신들이 계획한 바가 실패로 끝났을 적엔 자살하는 게 예의예절로 되어 있다나?
이제 내 이야기는 '이삭줍기'에 이어, 또 다시 알뜰히 이삭줍기로 이어진다.
할매, 할배들이 커피전문점에 들러 담소를 나누고자 할 적에 하는 말이 있단다.
“보시오, 우리 오늘 ‘그 머리 풀어헤친 년 커피전문점’으로 갑시다.”
대체, 이 무슨 말이냐고? 미국에 본사를 둔 커피 체인점인 ‘STARBUCKS’를 가고자 할 적에 종종 쓰는 말이란다. 그 커피전문점의 로고가 머리를 양 볼로 세 가닥씩 늘여뜨린 것을 그렇게 말한단다. 마치, 담배 ‘에쎄(Esse)’를 두고, “예수 한 갑 주세요.”하듯.
그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의 로고는 바로 ‘세이렌’을 형상화한 것이란다. 1911년 창업주 3인은 머리를 맞대고, 자기네 브랜드명을 뭘로 정할까부터 숙의를 했던 모양. 해서, 결정한 것이‘STARBUCKS’란다. 그들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포경선 ‘피쿼드’의 일등 항해사 ‘STARBUCK’가 맘에 들었던 모양. 해서, ‘STARBUCK’로 정하고, 자기네 3인을 생각해서였던지 복수형 ‘-S’를 붙였던 모양이다. 그럼, 왜 마녀 세이렌을 로고로 정했을까? 세이렌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많은 선원들을 까무러치게(?) 하였듯, 자기네가 만든 커피가 그 맛으로 많은 이들을, 속된 말로, ‘쥑여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여서. 그 로고는 몇 차례 바뀐 것으로 알게 되었다. 그녀 머리에 얹힌 것은 왕관 같지만, 실은 그것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형상이다. 해서, 별 달린 왕관 쓴 듯하다고, 우리나라에서는 ‘ 별 다방’이란 애칭도 얻은 모양이다.양 볼 타고내리는 머리카락 옆 그림은 팔이 아니고 (새의)다리. 정말로, 그 맛이 다르다는데, 나는 그 외국 브랜드 커피를 여태껏 마셔본 적은 없다.
아침저녁 시도 때도 없이 ‘삐오!삐오!삐오!’ 내달리는 구급차나 ‘119’의 경보(사이렌(Siren)’. 그 어원이, 위에서 주욱 이야기하였던 그리스 신화 속 님프 ‘세이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내가 이 글을 적기 이전에 24시간 내내 어느 아파트 경비실에서 메모해가면서 챙긴 자료가 어디 이것뿐이랴!
‘세이렌’과 유사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노래 잘하는 님프는 더 있다. 불가(佛家)에서는 ‘가릉빈가(迦陵頻伽)’, 러시아에서는 ‘알코노스트(Alkonost)’, 독일에서서는 현대에 이르러 작자가 분명한 ‘로렐라이 언덕’ 등.
정말로, 이 이야기 마감해야겠다. 그러기에 앞서.
나한테도 ‘세이렌’ 못지않은 세이렌이 무려 13인이나 있다는 걸, 애독자 여러분께 전하면서. 나를 매일 홀리는 당신들.
'나이 70을 바라보는 나를 이렇게 홀려도 되는 거요?'
이참에 당신들 이름을 낱낱이 까발려야겠다. 당해 나의 세이렌들은 제발 앞으로 밤길 조심하시길.
내가 24시간 내내 틀어놓는 ‘KBS 클래식 FM’ 진행자들 이야기다. 그들은 마치 ‘바통터치’하듯 나를 홀린다.
자정부터다. 홍소연(94년 입사)- 정만섭(피아니스트) - 변영희 - 김지윤(78년생)- 이재후(70년생) - 김미숙(배우 겸 탤런트) - 김주영(피아니스트) - 윤수영(80년생) - 정만섭(음악 칼럼니스트) - 홍소연(당신은 '재방'하는군요) - 백승주(70년생. 화가이기도 함.) - 전기현(당신은 수필가이도 하던데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거 모르실 걸?) -최은규(첼리스트? )- 배창복 - 이상협(당신은 미술교육이 전공이었다면서요?)
당신들은 다들 나의 ‘세이렌’ 이라오. 이 늙은이를 더 이상 고혹적 목소리로 유혹하지 마시오. 나는 ‘오디세우스’도 아니며, ‘오르페우스도’도 아니라오. 하더라도, 나는 그대들 목소리 하나도 놓칠 수 없다오. 쌍둥이 낳았다는 ‘박지현 아나’는 언제 복귀?
작가의 말)
어찌되었든, 나의 음악 공부는 죽는 그날까지 주욱.‘ 리베르 탱고’의 창시자이며 반도네온으로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한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회고를 다시 떠올리면서... .
“음악은 여자 이상이지요. 여자와는 결혼을 한 다음 이혼할 수 있지만,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한번 결합하면 평생껏 사랑하고, 땅에 묻힐 때에도 같이 묻히게 됩니다.”
이 글 역시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께 공손히 바쳐요. 하더라도, 윤쌤의 문장희롱을(?) 결코 놓쳐서는 아니 되어요. 그댄, 이 대한민국 최정상급의 수필작가가 되어야 해요.
모든 글은 ‘구도(構圖; structure)’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해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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