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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23) - 덕분에 종이책 한 권 분량의 작품 빚었다오 -수필/신작 2023. 2. 24. 10:03
모름지기, 산문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23)
- 덕분에 종이책 한 권 분량의 작품 빚었다오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나의 뮤즈,
우선, 나의 괴팍함을 사과하오. 지난번 제 22화에서는 알 듯 말 듯, 마치 그대 곁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처럼 글을 적었지 않소? 그리고 요 며칠 사이에 그대한테 띄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고 말이오. 하지만, 이 새벽 마음을 고쳐먹었소. 더듬어본즉, 글벗으로 그대를 안 지 5,6개월밖에 아니 되건만, 그 동안 그대 그리워하며, 편편 바치는 기분으로, 쓴 수필작품이 종이책 한 권 정도 되는 것 같소. 이렇게 고마울 수가! 얼굴 한 번 뵈온 적 없는 분을 두고, 이처럼 연서(戀書)를 연서(連書)로 적어온다는 것이 나 자신이 생각해보아도 놀랍고.
나의 뮤즈,
오늘 새벽 경비실에 앉아 그대한테 띄운 문자메시지부터 여기에다 그대로 옮기려 하오. 다소 장황하더라도, 인내심 있게 다시 읽어주기 바라오.
<비교적 맑은 정신. 새벽이니까요. 27전 전에 발간한 제 책은 무사히 도착되었을 테고요. 님의 수필집을 읽으며, 님께서 삶을, 불굴의 의지로 개척해오시어 현재 자리에까지 도달했음을 엿보았습니다. 가족 구성원에 관한 정보도 고스란히. 제가 님을 글벗으로 알아 지내오는 동안 더러더러 아슬아슬하거나 무례한 언행을 저질렀더라도... .
‘그 양반,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나를 뮤즈로 혹은 모델로 삼아 나한테 연서 쓰는 맘으로, 자가발전한(?) 모양이야!’
이삐 여겨주시길.
덧붙여, 글벗으로 조언 몇 가지 드리지요.
1)한 편의 글을 쓰기에 앞서, 관련 자료를 최대한 챙기세요. 인터넷 매체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면 글이 알차게 될 것입니다. 그 하나의 예입니다. 님의 그 책 가운데 ‘뱃사람이었던 부친 이야기(제목은 잘 떠오르지 않소.)’. ‘배따라기’, ‘피셔맨즈 스웨터’, ‘(박양숙의) 어부의 노래’,‘(윤근택의) 다시 반두를 기우며’ 등을 따로 공부하시어, 그 글들에다 교묘히 보탰더라면... .
2) 문장간, 단락간 결합력을 드높이세요. 유효하고 유용한 어휘와 문장만이 글의 충실성에 보탬 됩니다. 제 아내, 차 마리아님이 종종 말하데요.
“윤쌤의 글을 읽으면, 뭔지는 모르지만 ‘꽉’ 찬 듯해요.”
그는 ‘글의 알참’을 그렇게 달리 말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열어가시길.>
나의 뮤즈,
이어서, 나는 그대께 이러한 문자도 보냈소.
<위에서 소개한 ‘피셔맨즈 스웨터’는 이러한 내용이고, 그대의 그 글을 개작(改作)할 적에 큰 도움 될 것입니다. 당시 모친께서 서방님 바다에 보내놓고, ‘피셔맨즈 스웨터’ 짜고 있었다고 한들? 문학은 ‘사실’을 적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적는 것이니... . 아래 나의 당해 작품을 링크로 걸어뒀으니... .>
나의 뮤즈,
나는 다시금 농막 데스크 탑 컴퓨터 앞. 이 편지를 쓰는데, 휴대전화기 문자메시지 도착음이 울어, 열어본다오. 그대의 문자 메시지.
<책 잘 받았습니다. 당장 읽을 수는 없지만, 틈틈이 읽어볼 게요. 고맙습니다.>
반갑고 기뻐서 나는 이내 문자메시지로 답신을 보냈소.
< 있지요, 벌써 윤쌤은 님께 제23화 적고 있어요. 정오 이전에는 이 편지가 배달 가능할 듯. 고마워요. 좋은 하루!>
나의 뮤즈,
이번 편지가 꽤 길어지더라도 꼼꼼하게 읽어주시오. 나의 ‘수필창작 고급반’ 유일한 수강생이며 기성 수필작가인 그대한테 큰 도움이 될 게요. 나아가서, 수필입문을 원하는 이들한테도 퍽이나 도움될 게요.
위 ‘1)한 편의 글을 쓰기에 앞서, 관련 자료를 최대한 챙기세요. 인터넷 매체가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면 글이 알차게 될 것입니다. 그 하나의 예입니다. 님의 그 책 가운데 ‘뱃사람이었던 부친 이야기’. ‘배따라기’, ‘피셔맨즈 스웨터’, ‘(박양숙의) 어부의 노래’,‘(윤근택의) 다시 반두를 기우며’ 등을 따로 공부하시어 그 글에다 교묘히 보탰더라면... .’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려 하오. 그대의 그 작품 거의 개작 수준이오. 사실 나는 그대의 그 글을 건성건성 읽고 몇 개의 괘(卦)를 챙겼을 뿐인데, 이렇게 개작이, 변주곡이, 편곡이 이뤄진다오.
제목 : ‘어부의 딸’ 또는 ‘신어부(新漁夫)의 노래’ ......... 후자(後者)는 패러디이니 ,독자들은 흥미로울 거요. 물론, 그러자면 전체의 문장 꼴이 달라져야겠죠?
심ㅇㅇ
나는 박양숙 가수의 ‘어부의 노래’를 들을 적마다 괜히 눈물이 난다. 나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노랫말은 이렇다.
<푸른 물결 춤추고 갈매기떼 넘나들던 곳/ 내 고향집 오막살이가 황혼빛에 물들어간다./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위에 올려놓고, 고기잡는 아버지를 밤새워 기다리신다./ 그리워라 그리워라 푸른 물결 춤추는 그 곳. 아~~ 저 멀리서 어머님이 나를 부른다//>
나는 어부의 딸이다. 내 아버지는 거의 매일 바다에 나갔다. 올망졸망한 자식새끼들을 굵기지 않으려고 그렇게 늘 바다에 나가곤 하였다.
어느 날이었던가. 어둠은 내리고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스웨터를 짜던 어머니는 뜨개질당시기를 방바다에 팽개친 후 고샅에 나가 바다를 내다보며 한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짜던 그 스웨터. 그게 바로 ‘피셔맨즈 스웨터’이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바닷바람에 떨세라, 그 스웨터를 짜고 있었다. 내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한테 들려준 적 있다.
“야들아, 스웨터의 기원을 너희들은 아니? 저기 아일랜드 갯가 여인들이, 뱃사람들인 자기네 서방들이 얼세라, 뜨기 시작한 거라더구나. 한번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그 이야기 들려주기에, 이 에미도... .”* 이처럼 남의 입을 빌리면, 아주 효율적일 때가 많다. 짧은 대화체 문장의 묘미!
요즘에 들어서야 내가 경산에 사는 윤근택 수필가의 글을 통해, 지난 날 내 어머니가 들려주던 그 이야기를 비교적 소상히 알게 되었다.
<(상략) 우리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겨 입는 겨울 스웨터의 기원은, ‘피셔맨즈 스웨터’란다. 즉, 어부들이 최초로 입었다는데, 북극지방과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와 영국 북부지역과 아일랜드 등의 어부들이 입은 데서 유래한다. 그 가운데서도 아일랜드 어부들이 최초로 입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웨터는 아일랜드 어부 부인들의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보면 된다. 아일랜드의 서쪽 섬, ‘아란(Aran)’의 어부 부인들. 그들은 그 차가운 해풍(海風)과 싸우는 남편들을 위해, 굵고 탈지(脫脂)가 되지 않은 천연털실로 스웨터를 손뜨개질로 두껍게 짜게 된다. 부인들은 스웨터의 가슴 부위에다 자기네 집 모양을 새겨 넣게 된다. 만선(滿船)하여 길 잃지 말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라는 기원을 그렇게 담는다. 또한, 남편한테 보다 두껍게 스웨터를 짜주려는 방편이기도 하였다. 스웨터 가슴팍에다 세로로 길게 다이아몬드, 꽈배기, 지그재그 무늬를 더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아일랜드 ‘아란’ 지방에서 유행했던 스웨터 방식을 두고, ‘아란 스웨터’라고 부른다. 속칭 ‘아이리시 스웨터’. 1960년대에 이 아란 스웨터가 유행했다.(하략) ...... 이상 윤근택의 ‘피셔맨즈 스웨터(fisherman’s sweater)‘에서 따옴.
하지만, 철딱서니 없었던 어부의 이 어린 딸은 그때 어머니의 심정을 몰랐다. 해서, ~~ ~~~ 하였다.
사실 내 어머니뿐만 아니라 갯가의 여인들은 대개 그리하였다. 만선(滿船)과 무사귀환을 바라며, 아낙네들이 선착장에 우루루 몰려나가 손을 흔들어 보이거나 합장기도를 드리기도 하였다. 어린 나도 그분들 틈새에서 고사리손으로 아버지한테 손을 흔들어 보이곤 했다. 그것이 그 유명한 ‘배따라기’다. 배따라기란, ‘배 떠나보내기’의 북한식 사투리. <배따라기>는 평안도 민요 가운데 앉아서 부르는 잡가에 드는 노래이다. 해안 지방마다 있었던 노래로 보이지만 지금은 평안도의 <배따라기>만 널리 퍼져 있다. 나는 성인이 된 다음에도 가요방에 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반주기기에다 ‘833’을 누른다. 보컬그룹 '배따라기'의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그 노래도 좋지만, ‘배따라기’라는 그룹명이 자꾸자꾸 내 어린 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여서일 게다.
그날 밤 늦게 무사히 돌아온 아버지. 저녁밥을 들기 바쁘게 그 좁은 방 벽에다 그물을 못에다 걸어두고 작업을 해나갔다. 겨울이라 밖이 너무 추우니 아버지는 ‘구체 없이’ 그렇게 작업을 해나갔겠지만, 어린 나는 불평을 늘여놓곤 하였다.
이 바보 같은 딸년 ! 이제금 생각해보니, 내 아버지는 그물을 꿰맨 것이 아니라 당신의 해진 청춘의 그물코를 그렇게 깁고 있었거늘... .
오버랩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경산의 윤근택 수필가는 그의 글, ‘반두를 다시 기우며’의 말미를 이렇게 적고 있다.
<(상략)하릴없이, 반두를 접감는다. 내가 아무리 촘촘히 꿰맨들, 그물은 그물일 따름이다. 물이든 공기든 모든 유체(流體)는 그물 밖으로 쉬이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이러나저러나 숭숭 뚫린 그물코 사이로, 내 젊은 날의 기운마저도 그렇듯 잠시잠깐 다 빠져나가고 말았다. 괜스레 공연한 일을 했던가 보다. 아주 조밀하게 그물을 깁는다고 하여, 갈겨니 비늘처럼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던 나의 시간들이, 내 파닥임이 아니 빠져나갈 성싶은가. 나아가서, 민물고기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무고한 생명들을 한나절 소일거리로 삼는다는 것은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끝.)>
참말로, 내 어린 날 나의 아버지도 윤근택 수필가가 탄식했듯, 당신의 뚫어진 가슴을 얽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따금씩 내 아버지의 갯가에 가곤 한다. 물비린내에서 아릿한 옛 추억이 묻어나곤 한다.
나의 뮤즈,
나의 ‘수필창작 고급반’ 유일한 수강생인 그대께 위 개작을 하나의 예시로 전해주오. 얼개(structure)가 그대 부친이 깁던 그물코처럼 이렇듯 촘촘해야 한다오. 성긴 그물코 구멍으로는 바람이 술술 빠져나가기 십상이라오. 군데군데 핵심어를(위 주기된 네 어휘) 심어놓고, 한 단락 한 단락 완성하며, 그것들 단락이 하나로 뭉쳐지면 훌륭한 글이 된다오.
작가의 말)
나의 뮤즈께서는,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서 읽어주시길. 그리고 위 얼개에다 살을 붙여 글을 완성한 후 문학잡지에 발표하면 칭찬받을 게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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